▲ 진각종 네팔 반야 포교소 옥상에서 보이는 수도 카트만두 풍경

사실상 현재의 인도라는 국가는 영국의 식민 지배 이후 만들어 졌다. 영국의 식민 지배 이전까지 인도는 영토가 어디서 어디까지 인지, 그리고 국민이 누구인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중국의 경우 통일왕조가 있다. 한때 남과 북으로 갈려지고, 한족이 아닌 변방의 몽고족과 만주족이 중원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중국의 넓은 대륙은 주인만 바뀌었을 뿐, 사실상 하나의 통일왕조에 의해 비교적 단일한 문명이 유지됐다.
 
이에 반해 인도는 어떠한가?
 
인도에도 통일왕조는 있었다. 중국에서 최초의 통일왕조를 이룩한 진시황이 있다면, 인도에는 아쇼카 대왕이 있다. 인도는 아쇼카 대왕 때 이르러 고대 마가다 왕국을 시초로 한 마우리아 왕조가 본격적인 통일왕조 시대를 열었다. 그 후로 큐샨-굽타-무굴제국으로 이어지는 통일왕조가 명맥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인도 북부 지대에 국한 된 것이다. 인도의 남부에는 아리아인의 침입이 있기 전부터 살고 있었던 드라비다 족이 있었고, 이들은 북인도와 지리적, 정치적으로 독자성을 유지한 채 살아왔다.
 
남인도에서는 촐라-비자야나갈 왕조 등이 남인도의 정통성 즉 힌두교문명을 유지한 채 북인도 무슬림왕조와 지속적인 항전을 계속했다. 물론 중국도 변방에서는 왕조의 힘이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나, 중국과 달리 인도는 아예 독자적이고 대등한 왕조와 문명, 종교가 각각의 독립성을 가지고 유지돼 온 것이다.
 
곧 역사적으로 인도는 예초부터 하나의 국가라는 개념이 없는 것이다. 그냥 인도라는 대륙과 주변에서 서로 다른 인종과 종교인들이 영토 개념 없이 공존한 것이다.
 
이 불편한 진실 즉 '무엇이 인도인가?' 라는 물음에 가장 많이 당황했던 것은 영국이었다. 그 당시 영국뿐만이 아니라 모든 제국주의국가들은 식민 지배를 하기에 앞서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민족, 사상들을 면밀해 연구했다. 그런데 영국인들은 인도라는 나라를 조사하고 연구하면 할수록 과연 무엇이 인도인가? 라는 물음에 딱 부러진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고 한다.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의 3요소는 영토, 국민, 주권이다. 제국주의는 식민지의 영토와 국민들을 다스리기 위해 주권을 강탈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도의 경우 영토가 어디서 어디까지 인지, 그리고 국민이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았다.
 
우선 영토면 에서 살펴보면 인도는 하나의 대륙과 인근의 섬까지 비슷한 문명을 가지고는 있으나, 단 한 번도 통일왕조 아래 하나의 인도로 규정된 적이 없었다. 현재의 인도, 즉 북위 8.4~37.6도, 동경 68.7~97.25도에 걸쳐 있고, 북인도 까쉬미르로부터 남쪽의 케이프 코모린까지의 영토는 영국인들에 의해서 규정된 것이다.
 
영토는 정의내리면 되지만, 인도인을 정의내리기는 더욱 힘들었다. 민족과 언어, 종교가 다른 이들이 과연 하나의 국가의 국민인가? 이에 대해 영국은 영토를 기준으로 인도국민을 정의 내렸다.
 
즉 영국은 자신들이 규정 해버린 영토안의 사람들을 인도인으로 정의한 것이다.
 
결국 하나의 국가라는 개념이 없이 수천 년 동안 살아 온 인도인들은 근현대에 들어서 외부세력에 의해 인도라는 단일한 국가의 국민으로 정의 내려진 것이다. 제국주의의 이 섣부른 규정은 큰 파국을 몰고 왔다. 영국으로부터 독립된 이후 인도에서 1947년 파키스탄이, 이듬해에는 스리랑카가 독립했다. 그 뒤로 부탄, 몰디브, 방글라데시 등이 각각 떨어져 나갔다. 영국의 규정안에 없었던 힌두교와 이슬람교, 불교 등 상이한 종교가 그 원인이다. 어찌 보면 예견된 일이었다.
 
오랜 혼란 끝에 1965년에서야 인도는 언어 영역별로 주를 나누어 비로소 지금의 인도라는 단일 국가로 재편된 것이다.
 
왕정붕괴 이후 네팔이 헌법 개정을 통해 주 경계선을 다시 나누고 연방공화국으로 국가를 운영 하려는 것은 인도의 전처를 밟는 것이다. 왜냐하면 네팔도 인도처럼 다양한 인종과 언어, 그리고 방언이 존재한다.
 
네팔 현지인에게 듣기로는 25개 종족과 언어만도 70개에 달한다고 한다. 같은 언어도 고산지대의 특성상 서로 대화하기 힘들 때가 많다고 한다.
 
네팔은 지금 기로에 서있다. 헌법 개정과 주경계선 분활에 따른 혼란이 어떤 식으로 해결 된다고 하더라도 서로 다른 종족을 하나의 국가 체계 안에 어떻게 끌어안을 지는 더욱 큰 화두이다.
 
홍진호 기자 / jino413@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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