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욱(이하 양) : 24일 '양창욱의 아침저널'[FM 101.9 MHz (서울)] 2부, '금요이슈앤이슈' 두 번째 인터뷰입니다. 한 설문조사에서 우리 고등학생의 절반 이상이 수학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수학을 포기한 사람, 이른바 ‘수포자’들인데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하네요. 이 설문조사에 참여했던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 전화연결 돼 있습니다. 의원님, 나와 계시죠?
 
박홍근(이하 박) : 네 안녕하세요.
 
양 : 이번 설문조사를 하시게 된 배경부터 궁금합니다. 왜 하시게 된 거죠?

박 : 일선 학교에서 ‘수포자’ 비율이 절반이 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제대로 실체를 조사해서 올바른 해법을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과 공동으로 진행을 했고요. 전국에 260개 초.중.고등학교 학생들 8700여 명하고 수학교사 1300여 명한테 설문조사를 5월에 진행 했습니다. 결과를 봤더니 초등학생들 6학년의 경우 36.5%, 중학교 3학년의 경우 42.5%, 고등학교 3학년 59.6%가 수학을 포기했다고 응답이 나왔습니다. 상급학교로 갈수록 수학에 흥미를 잃고 진도를 못 따라간다고 하면서, 포기를 하는 것인데 내용자체가 어렵다, 배워야 하는 양이 많다, 진도가 빠르다는 이유를 들었거든요. 이번 조사는 전국으로 조사를 해봤더니 광범위한 ‘수포자’ 비율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 의미가 있고, 결과적으로 우리가 이야기해왔던 '잠자는 수학교실'이 헛소문이 아니었다...

양 : 잠자는 수학교실이요? 정말 실감이 나네요. 사실 수학... 엄청나게 어렵고 시간만 많이 잡아먹고 성적은 안 나오고, 누구나 다 학창시절에 경험했던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수학과목은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서 배우는 게 어려운 것이고,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 앞으로 어떤 문제가 야기되는지 궁금합니다. 왜 이렇게 학교에서 배우는건데 수학 과목이 어려운겁니까?

박 : 교육부는 늘 교육과정 개정 때마다 수학과목의 학습 부담을 낮추려고 중점사항으로 제기를 합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항상 제자리걸음이거든요. 이번에도 교육부가 발표를 했는데 개정 교육과정도 봤더니 학습부담의 경감정도가 미비하더라고요. 오히려 그 전에 삭제되었던 부분이 추가되었던데, 저는 이런 문제의 이면에 교육과정 개편을 둘러싼 학계와 관련 집단들의 이기주의가 자리잡고 있다고 봅니다.
 
양 : 아, 수학계, 관련 학회, 교수 등이 반발을 하니까?

박 : 네. 예를 들어, 교과서에 수학 주제를 넣고 빼는 문제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는데 가령 산수, 미분, 적분, 벡터 주제가 제대로 교과에 들어가느냐, 안들어가느냐에 따라서 관련 학회의 위상과 교수님들의 역할이 많이 달라지는 것이거든요. 결국 학계 내에서 차지하는 학회나 교수들의 위상, 기득권하고 연결돼 있기 때문에 교육과정 개편에도 영향이 있는 것이 아니냐, 저는 이렇게 보고 있고요. 물론 수학 교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만, 특별히 더 수학 과목이 안 고쳐지고 늘 반복되고 있는 갓 같습니다.

양 : 수학계, 학계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교육부 때문에 이것이 잘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군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런 질문을 하세요.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느냐, 우리의 일상과 인생을 사는데 어디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 이런 질문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박 : 아시겠지만 수학은 호기심을 바탕으로 해서 상상력을 종합적으로 키워주는 그런 기초학문입니다.
 
양 : 그러니까요.
 
박 : 그래서 수학적 사고력이 향상되면 자연스럽게 다른 학문에도 응용되고 문제해결력을 전반적으로 키워줄 수 있는 교과죠. 그러니까 많은 나라에서는 학생들이 쉽고 재미있게 수학공부 할 수 있게끔 연구개발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암기과목으로 전락을 한 것이죠. 초등학교 들어오자마자 사칙연산 구구단 외워서 수학공부 시작을 하죠. 교과를 암기에 의존을 하고 가고 있다는 것 아닙니까. 제가 최근에 수학교과서를 나라별로 비교하는 컨퍼런스에 다녀왔어요. 미국, 일본, 영국, 핀란드와 비교한 것도 있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정말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수학 경시에 나가서 우리 아이들이 최상위권이라고 자랑하지만 학업성취도의 측면이고 수학에 대한 흥미도, 자신감 이런 것을 최하위권으로 나오고 있거든요. 실제 세계적인 석학도 못 나오고 있잖아요. 저는 정말 이번 설문조사도 보니까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수학이 일상생활에 필요하지 않다고, 수학지식이 활용된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현저히 줄어들더라고요. 물어봤더니 학생들에게 ‘수학은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과목이다.’라고 대답하는 학생들이 초등학교 때는 높습니다. 85%가 나오는데, 중학생들 53%, 고등학생들 35%로 크게 줄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수학지식이 일상생활에 활용되느냐’고 물어봤더니 초등학생들은 72%인데, 중학생 35%, 고등학생 21% 크게 줄어든 것이죠. 수학이라는 학문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전문적으로 간다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수학교육이라는 게 일상생활의 유용성에서 떨어진다는 것을 아이들도 이미 느끼고 있는 것이거든요. 정말 수학이 실생활에 활용되게 하려면 문제해결능력, 종합적사고력을 키울 수 있도록 수학교육과정이 개편돼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양 : 그렇게 이제 가야되는데 대책을 가지고도 교육부와 시민단체, 학부모들이 양분돼 생각들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교육부는 그러니까 20% 감축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이것도 실현가능성에 대해선 의문점이 생기는 것이고, 현재 틀은 유지하면서 어려운 문제들만 제거하겠다는 것이죠?
 
박 : 말은 재미있고 쉬운 수학하겠다고 하는데...
 
양 : 실제롱는 재미있지 않고 쉽지 않다...
 
박 : 5월 1일 날 그것을 발표했는데 제가 보기에는 정부 의지가 부족합니다. 내놓았던 결과를 봤는데 실망스러웠어요. 오히려 내용이 증가한 것으로 제가 봤고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서 초등학교 수학 같은 경우는 2009년도 교육과정과 비교해봤더니 오히려 줄어들지 않았고요. 저도 초등학교 6학년 학부모입니다만, 우리 딸아이의, 지금 제가 문과출신이다 보니까, 초등학교 6학년 수학인데도 제가 가르필 수 없을만큼 어려운 것이 많아요.
 
양 : 못 풀어주시는군요. 그런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박 : 초등학교 4, 5학년 부모님들도 이렇게 수학이 어렵냐고 놀라면서, 이런 모순이 있으니까 결국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하거든요.
 
양 : 그렇죠. 정말 수학과목, 돈 먹은 하마죠. 성적이 제대로 나오는 것도 아닌데, 아주 오래 전부터 시간과 돈, 엄청 잡아먹습니다. 엄청난 사교육비가 들죠.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계세요.
 
박 : 중학교 수학에서도 너무 어려운 내용이어서 어려운 내용은 생략해 올리라고 올해 교육부 보고사항이 있는데, 이게 지켜지지 않고 고등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고등학교도 보니까 오히려 학습 부담을 지우는 내용이 추가되고 그러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지금의 교육부 방침으로는 학부모들의 걱정이나 교육시민단체나 전문가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양 : 수학 난이도에 대해서도 의원님께서 말씀해주셨지만 기하, 벡터, 미적분 같은 것을, 이것을 왜 고등학교 때 배워야 하는지 이거는 대학가서 배워도 되잖아요?

박 : 저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양 : 이게 우리 일상의 논리를 개선하고 수학적 사고방식과 금융정보통신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물론 도움이야 되겠죠. 그런데 도움이 된다하더라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대학가서 배우면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하십니다.

박 : 물론입니다. 문과생도 공부하는 수학2가 있거든요. 내용을 보면 예전에는 포함돼 있지 않던 미적분들이 들어와 있거든요. 문과학생들에게 미적분을 가르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비판받을 수 있는 부분이었거든요. 또, 말씀하신 것처럼 상경계열에 미적분은 당연히 문과 중에도 필요할 수 있죠. 그런데 이번에 이제 경제수학이라는 게 개설이 됩니다. 그런 것을 통해서 해결하면 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미적분은 대학이공계 교육과정에서 중복되는 부분을 과도하게 가르치고 있어가지고 이것 또한 과잉교육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거든요. 고등학교 때 대학과정을 선행해서 반복해서 가르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하나 벡터 같은 것은 빼는 것이 맞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입니다.
 
양 : 2018학년도부터 영어과목이 절대평가로 바뀌기 때문에 이렇게 되면 수학에 대한 영향력이 훨씬 커질 수밖에 없을 듯 해요. 이런 추세인데, 실질적으로 의원님, 맨날 공청회 같은 것만 하지 말고, 실질적인 법 개정, 이런 것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없을까요? 맨날 논쟁만하고 싸움만하다 끝나는 것 같아요.
 
박 : 저도 지난 번에 토론회를 열었고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 국정감사를 통해서 이 부분을 다뤄볼 생각입니다. 수학교육과정이나 평가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이게 수능하고 연계돼 있기 때문에 2018년 수능 변화와 관련돼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요. 교육부하고 수학교육과정 연구진들은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하지 않고 의미있게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이게 올해 9월 정도에 발표를 하거든요. 지금 이제 한 달 정도 기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분량은 우선 확연히 줄여야 된다고 저는 보고 있고요. 이렇게 줄어든 교육과정 분량만큼 교사들이 수학적사고력을 키울 수 있도록 말씀하신, 실생활에 접목될 수 있는, 의미있는 수업이 가능하도록...
 
양 : 무엇보다 재미있는...
 
박 : 네, 그런 교과서도 개발하고 교사들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원하는 학과에 수학 때문에 진학을 못한다고 답을 하고 있거든요. 이 문제를 당연히 교육부가 학생들을 선발할 때 수학을 과도하게 중시하는 것을 줄여야 합니다. 그래서 정말 필요한 학생들만 수학을 공부할 수 있도록, 이런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고 그런 방향으로 제가 정부를 대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양 :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박 : 네 고맙습니다.
 
양 :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의원과 말씀 나눠봤습니다.
 
 

양창욱 / wook14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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