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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동티베트를 다녀와서 ①] 여행은 인생을 바꾼다
홍진호 기자 | 승인 2015.07.14 16:10
   
 티베트 고산지대 곳곳은 기암괴석이 가득했고, 강물은 힘차게 흐르고 있었다.


여행은 인생을 바꾼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러했다. 지난 2010년, 전에 다니던 회사를 1년 휴직하고 배낭하나 달랑 메고 20일간 홀로 떠났던 인도여행은 내 인생의 변곡점이 되었다. 익숙함이라는 달콤함 속에 화석처럼 굳어져 가고 있었던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의 아내가, 물론 그때는 사귀지도 않은 대학 선후배 사이였지만, 당시 인도에 같이 가자고 제안했지만, 과감하게 뿌리치고 홀로 떠났다. 지금도 아내는 가끔씩 그때 내가 인도로 혼자 여행을 떠났다며 바가지를 긁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내 입장은 변함이 없다. 여행의 효용성이 가장 크게 나타날 때는 홀로 떠날 때이다. 두려움에 갇혀 버린 인생의 활로를 찾기 위한 여행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조계종 교육원의 동티베트 불교유적 순례를 동행 취재했다. 동티베트 순례는 지난 2010년 홀로 떠났던 인도여행만큼 힘들고 고단했다. 중국 쓰촨성 서북부 고산지대, 대부분의 길은 비포장도로이고, 편의시설 조차 없는 막막한 길을 하루 종일 달려야 유적지와 도시를 만날 수 있었다. 생애 처음으로 겪어본 심장이 먹먹한 고산증세는 크게 힘들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불편했다.
 
워낙 이동거리가 길어서, 동티베트 여행 중간 중간 차안에서 피곤한 눈을 부릅뜨고, 근대 일본의 대표적 사상가 중 한명인 와쓰지 데쓰로우의 <풍토와 인간>을 읽었다. 여행 전 국내에서 몇 번을 읽으려고 했으나 끝내 시도하지 못했던 책이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풍토를 몬순, 사막, 목장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각각의 풍토가 그 지역 사람의 습성에 끼친 영향과 그로 인해 파생된 종교와 문화, 사회현상들을 심층적으로 해부했다.
 
종교학에서 종교의 생성을 구분할 때 사용하는 것이 사막형 종교와 평야형 종교이다. 전자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이고, 후자가 불교, 유교 등 이다. 자연 조건이 열악한 사막에서는 유일신 사상의 공격적인 종교가, 자연조건이 좋은 평야 지형에서는 다신 사상의 철학적 종교가 양성된다는 것이다.
 

   
동티베트 순례길 곳곳에서는 티베트불교의 흔적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와쓰지 데쓰로우의 주장도 비슷하다. 다만 그가 주목한 것은 ‘습윤’ 즉 ‘습기’이다. 몬순의 높은 습도는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수동적으로 만든 다고 밝혔다. 풍부한 강수량과 좋은 자연환경이 자연을 배척과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수용의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향이 종교와 문화 전반에 걸쳐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이와 반대되는 지점에 있는 것이 건조의 절정인 ‘사막’이다. 생명성이 상실된 사막에서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다. 사막에서는 부족 단위의 단일한 결속력으로 다른 부족의 물과 음식이라도 빼앗아야지만 생존이 허락되는 곳이다. 자연히 그곳 사람들과 그들의 종교와 문화는 공격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그는 설명한다.
 
흔들리는 차안에서 <풍토와 인간>을 읽으며 사막만큼 건조하지만, 푸른 초원이 넘실되는 티베트의 고산지대를 그저 한없이 바라보았다. 책을 보다 눈이 피곤하면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다 다시 책을 읽기를 몇 차례, 해발 3900m 고산에 형성된 티베트 닝마파 스님 2만 여명이 공부하고 수행하던 ‘야칭스’를 다녀온 이후에는 사색이 더욱 길어졌다.
 
동티베트는 아침에는 초겨울 날씨이지만, 한 낮에는 찌는 듯한 더위가 공격을 한다. 건조한 고산지대라 수시로 물을 마시지 않으면 입술이 타들어 간다. 몇 발짝만 옮겨도 가빠지는 숨. 사람이 살지 못할 것 같은 고산지대에서 티베트 인들은 어떻게 살아온 것일까 궁금했다.
 
특히 야칭스에서 3평 남짓의, 그나마도 비닐과 천으로 겨우 태양빛을 가린 열악한 거주지에서, 남자도 아닌 여자의 몸으로 수행을 하는 티베트 비구니 스님들을 보면서, 과연 무엇이 이 척박한 땅에 이다지도 깊은 불심을 꽃피게 만들었을까? 되 내이게 되었다.
 

   
해발 고도 3900m 야칭스, 이곳 비구니 스님들은 3평 남짓의 거주지에서 수행하고 생활한다.


고산지대를 와쓰지 데쓰로우처럼 ‘습윤’으로 해석하면 사막지형인데, 티베트 불교는 유일신적 사상과는 거리가 멀다. 종파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깊은 교학에 기초를 두고 있다. 초원에서 야크 등을 기른다는 점에서는 유럽형 기후인 목장의 기후와 더욱 닮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평균 해발 4000m에서 살아 온 티베트 민족의 풍토와 기후, 그리고 그들의 깊은 불심을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딱 틀에 맞는 해답을 찾기는 힘들다.
 
종교와 생활이 하나가 된 티베트 불교의 강한 종교성은 사막형 종교의 특색이지만, 불교의 탄생지인 인도에서 직접적으로 불교를 받아 들였기에 깊은 교학적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고 유추할 뿐이다. 티베트는 티베트 문자 자체를 불교를 받아들이기 위해 인도로 사신을 보내 만들었고, 이슬람교의 공격으로 인도 본토에서 불교가 사라질 때, 수많은 스님들이 불경을 가지고 히말라야를 넘어 티베트에 도착했다고 하니, 불교의 탄생지와 가까운 지리적 영향이 컸을 것이다. 여기에 높은 고산지대에서 생성된 그들만의 민족신앙도 자연스럽게 티베트불교에 녹아들어 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추는 그저 동티베트를 가보기 전에 유추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막상 그곳에 가서 그들의 불심을 접하고 나니, 너무나 척박한 자연 환경 속에서 만개한 그들의 불심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종교가 생활과 하나가 된 모습에 찬탄만이 절로 나올 뿐이다. 고산지대 막막한 심장에서 받은 티베트 불교의 큰 울림은 인도 다람살라 때 받은 감명보다 더욱 크고 깊었다.

홍진호 기자 / jino413@dreamwiz.com

홍진호 기자  jino413@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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