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힌두교에서는 바람과 물, 공기 등 인류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다 신이다. 그 숫자는 무려 3억 3천만 명에 달한다. 인도철학을 전공해서, 그래도 학창시절에는 백여 명 정도의 신들의 이름은 암기 했는데, 이제는 고작 몇 명의 신들만이 뇌리에 남아있다.

하지만 그중에 절대 잊을 수 없는, 잊혀지지 않는 단 하나의 신이 있다. 그 신은 신중의 신으로 불리는 천둥의 신, ‘인드라’이다.
 
인드라 신은 힌두교와 카스트제도 등을 만든 아리아인들의 수호신이다. 힌두교 경전인 <리그베다>에는 무려 250 여개의 찬가가 인드라 신을 위해 바쳐졌다. 그 옛날 유럽에서 대이동을 해 인도대륙에 도착한 아리아인들이 원주민인 드라비다 족을 정복하는 과정이 수호신인 인드라신의 활약으로 투영됐다. 신화 속 인드라신은 천둥과 금강저 등을 가지고 대 활약을 펼쳐, 모든 신을 주재하는 ‘신들의 신’ 이자 ‘전쟁의 신’이 되었다.
 
이 인드라 신은 추후 불교에서는 불법을 수호하는 수호신으로서 ‘제석천’으로 불리게 된다.
인드라망은 제석천이 사용하는 무기 중에 하나로, 제석천의 궁전에 걸려 있는 무수한 투명구슬로 만든 그물이 바로 인드라망이다. 제석천은 이 그물을 흔들어, 구술의 빛이 서로 어우러지게 해 모든 적들을 물리친다.
 
인드라망의 구슬은 서로가 서로 비춰 온 우주가 다 인드라망에 투영된다. 이 구슬은 저 구슬을 비추고, 저 구슬은 이 구슬을 비추며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연결된 무수한 구술은 무한의 관계도 결국은 하나로 연결돼 있음을 나타낸다. 인드라망은 일체 세상 모든 존재가 홀로 있을 수 없고, 첩첩이 겹쳐진 가운데 얽혀 있는 하나의 존재임을 그 자체로 설파한다.
 
결국 우리 모두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는 ‘메르스’ 또한 인드라망 속 하나의 구슬이다.
 
저 멀리 중동지방에서 발생한 호흡기 질환이 지금 이 땅위에 창궐하고 있으니 말이다. 너무 멀리 있어 우리와 무관할 것이라 여겼던 메르스가 지금 이순 간 너무나 파괴적이고, 직접적으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고, 생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일, 울진 불영사 회주 일운스님의 북 콘서트를 취재하러 갔다가, 메르스와 인드라망이 동시에 떠올랐다. 북 콘서트 진행을 맡은 사회자 정목스님의 메르스 관련 발언들이 가슴 구석구석에 인드라망 처럼 투명하게 여울져 맺혔기 때문이다.
 
메르스에 대해 정목스님은 “전염병은 우리가 살아가는 근본자리를 어디서 출발할 것이며, 어떻게 살아갈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화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은 우리 집만 소독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고, 내가 아무리 비싸고 좋은 음식을 먹는다고 걸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며, 예전에 흑사병, 콜레라 같은 전염병이 퍼지는 데는 3년에서 5년 정도가 걸렸지만, 지금은 순식간에 이름도 낯선 전염병들이 확산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목스님은 “우리는 이렇게 서로 붙어서 살아야 하는 지구가 가족인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고 말하며, 현재 오늘을 살아가는 지구 위 인류 모두가 인드라망 처럼 서로 연결돼 있음을 자각시켰다.
 
스님의 말씀 중 마무리 발언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불교의 근본 가르침 중 하나인 제행무상처럼 순간순간 변화하고, 생겨나는 전염병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고, 예방만이 최선이라며, 전염병 대처는 과학과 의술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곧바로 또 다른 방식으로 그 선을 뛰어 넘을 것을 요구했다. 스님은 “메르스는 불자들이 마음을 청결하게 가짐으로 해서 우리 스스로 심청정을 이룰 때, 국토청정이 이뤄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가르침입니다.”라고 정의했다.
 
메르스라는 전염병이 인드라망 세상 속 하나의 구슬이라면, 메르스의 공포를 이겨내고 이를 물리칠 수 있는 ‘바른 판단’과 ‘행동’ 서로를 돌보는 ‘격려’와 ‘용기’ 또한 인드라망 속 또 다른 구슬들이다.
 
홍진호 기자 / jino413@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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