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S "문자 병기, 세계에서 '일본'이 유일해...뜻, 말로 설명해줘도 충분"

 

양창욱 : 10일 '양창욱의 아침저널' [FM 101.9 MHz (서울)] 2부, 금요일 2부는 '금요 이슈앤이슈'로 시작합니다. 교육부가 한자교육 활성화를 위해서 초등학교 3학년 이상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와 관련해서 찬반양론이 아주 뜨겁습니다. 우선 초등교과서에 한자 병기를 해야 된다, 이렇게 찬성하고 계신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전광진 교수님 전화연결 돼 있습니다. 교수님 나와 계시죠?

전광진 : 예, 안녕하십니까.

양창욱 : 예, 아침 일찍 감사드립니다. 왜 한자 병기가 필요하다, 이렇게 생각하십니까?

전광진 : 예. 예를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성불하십시오.”라는 말을 한글로만 써 놓은 걸 갖다가 한글 전용이라고 하고, 성불에 대해서 ‘이룰 성, 부처 불’, 두 한자를 괄호 속에 병기해주는 것을, 아울러 적어주는 것을 한자 병기라고 합니다.

양창욱 : 아, 그렇죠.

전광진 : 예. 이렇게 하면 학생들로 하여금 생각에 눈을 뜨게 하여 공부를 잘 하게 됩니다. 이 한자 병기는 한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학력 향상의 기초를 다지기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찬성을 합니다.

양창욱 : 예. 어느 정도나 지금 우리말 어휘 중에 한자어로 돼 있나요?

전광진 : 그 총량적으로 봤을 때는 6 내지, 60 내지 70 프로 정도라고 하는데 이제 공부를 할 때 필요한 핵심 개념어는 거의 100프로가 한자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보자면요, “경주 불국사로 수학여행을 갈 예정이다.”라는 문장에서 다섯 개의 핵심 어휘는 전부 다 한자어이고 로, 을, 갈, 이다 같은 조사 종류만 순우리말에 해당되는 겁니다. 그래서 한자어는 필수불가결하게 쓸 수밖에 없습니다.

양창욱 : 예. 그러니까 지금 뭐 한자어가 그렇게 많다는 거, 그리고 학습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거, 아이들이 공부를 할 때. 이런 거 외에 또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까요?

전광진 : 예예, 긍정적인 효과는 많이 뽑을 수가 있습니다만, 대표적으로 세 가지만 한 번 뽑아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한자어 어휘력 향상으로 모든 과목 공부를 잘하게 합니다. 영어 지식은 영어 과목 성적을 올려주고 한자 지식은 모든 과목 성적을 올려줍니다. 두 번째는 학생들의 정직성을 길러주는 인성교육 효과가 있습니다. 한글 전용은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한 교과서입니다. 속은 한자어 성분인데 겉은, 겉포장은 한글로 돼 있기 때문에 그 속을 알 수 없고 그래서 겉과 속을 잘 알게 하는, 한자어를 한자어라고 인식할 수 있는 그런 정직한 교과서가 만들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학생들로 하여금 생각을 많이 하게 하여 사고력과 창의력을 길러줍니다. 어떤 학생들은, 초등학생들은 “공중화장실이 왜 땅에 있습니까?”, “여관 옆에 남관이 왜 없습니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 한자 지식이 부족해서 오는 문제들이죠.

양창욱 : 예, 그렇군요. 근데 모든 과목의 공부를 잘할 수 있게 되고, 인성교육이 되고 표리부동하지 않게 되고 이런 주장들은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지. 좀 더 구체적으로 근거를 대주세요. 한자를 병기하면 왜 그런 것들이 길러지고 얻어지는 건지.

전광진 : 그러니까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성불하십시오”에 대해서 괄호로 성불에 ‘이룰 성, 부처 불’을 안 써 놓으면 초등학교 3학년이 그걸 한자어인 줄 알겠습니까? 순우리말로 착각할 수도 있고 그렇겠죠. 그리고 그 속은 한자어 성분이 있는데 그걸 한글로 써놓았다는 사실을 알 수 없지 않겠습니까? 성불을 한글로만 성불이라고 쓴다면.

양창욱 : 이제 뭐 그런 여러 가지 다의적인 부분이 있고 그런 것은 알겠어요. 그런데 시간이 가면 좀 이렇게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알 수 있는 그런 부분들 아닐까요? 중학교때부터는 한자를 배우니깐. 아까 여관이 있는데 왜 남관은 없냐, 이렇게 처음엔 아이들이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세월이 지나면 뭐 적당한 시점에 아, 여관은 또 그런 의미가 아니구나. 이렇게 알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전광진 : 그렇지만 여관의 '여'자가 여자 '여'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한자 공부를 해야지만 알 수 있는 것이지,  안 하고 알 수 있겠습니까? 여행할 때 여 자가, 나그네 여 자라는 것을 공부를 해야지만 알 수 있는 거죠.

양창욱 : 그러니까 중학교부터 가서 이제 한자를 배우잖아요. 중학교 때부터 가서 한자를 배우는 것은, 그때 가서 배우는 것은 늦습니까?

전광진 : 그거는 이미 병은 초등학교에, 고통은 발생됐는데 그걸 중학교 때 가서 낫게 한다면 너무 늦지 않습니까?

양창욱 : 예. 너무 시간 차이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고. 근데 지금 이제 반대하시는 분들 주장은 이런 것들이죠. 이게 70년대 이후에 이제 교과서에서 한자가 사라졌는데 한글전용 교육, 이것을 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있었기때문이죠. 근데 이거보다 우선 저는 생각을 해야 될 것이 학습량이 안 그래도 많은 우리 초등학생들에게, 지금 학원을 몇 개씩 다니고 열두시 넘어서잠을 자는 이 학생들에게 너무 큰 부담 아니냐, 또 대부분 다 한자암기 중심으로 공부를 할 것인데 이거 너무 힘든 거 아니냐, 아이들에게. 이런 우려들을 제기하고 계시더라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전광진 : 예예, 너무 지나친 거고요. 기본적으로 공부를 잘 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부담은 가져야 됩니다. 근데 이것, 그런 부담을 없애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좋은 방법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뱀은 파충류이다”라고 하는 걸 설명할 때 파충류를 한자로 써보면 읽을 수조차 없지 않겠습니까?

양창욱 : 예.

전광진 : 그것은 한자 혼용이지 한자 병기가 아닙니다. 한자로 혼용하면 이제 수업 부담이 많이 생기죠. 파가 무슨 파인지를 알아야 되고, 충류가 뭔지 알아야 되니까 그래서 이제 옥편을 찾아봐야 되고 그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수업 부담이 가중됩니다. 그렇지만 한글로 파충류라 써놓고 뒤에다가 파충류에 대해서 한자로 써놓으면 그런 수업 부담은 없습니다. 또 여러 국어사전도 이제 많이 발전이 돼 가지고요. 국어사전에서, 국어사전만, 한자 옥편 안 찾아도 국어사전 찾아봐도 파충류에 대해서 ‘기어다닐 파, 벌레 충, 무리 류’라고 속뜻을 잘 풀이해놔 가지고 국어사전으로 공부를 잘할 수 있는, 한자 공부를 잘할 수 있는 그런 여건이 돼 있습니다. 그래서 부담만으로 생각하지 마시고 이것을 어휘력 신장이다, 이게 학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라고 생각한다면 해야 될 문젭니다. 한자어를 많이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됩니다.

양창욱 : 예예, 무슨 말씀이신진 알겠습니다. 우리가 이제 느끼지 못하고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한자어를 많이 쓰고 있다는 그런 말씀이신데. 그런데요, 지금 교수님 말씀은 한자를 그러면 읽을 줄만 알면 된다, 뭐 굳이 쓸 필요까지 있겠느냐, 지금 이런 의미이신가요?

전광진 : 쓸 필요까지라기보다는, 한자 지식은 세 가지로 나눕니다. 자형 지식, 자의 지식, 그다음에 자음 지식입니다. 이 가운데 한글로만 쓰면 음은 이제 해결이 되지 않습니까? 문제는 이제 자형과 자의의 문제입니다. 자형 지식보다는 자의 지식.

양창욱 : 그러니까 뜻을 아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거죠?

전광진 : 예예, 그 속뜻을 알아야 된다.

양창욱 : 예. 왜 그러냐 하면 한자를 쓰는 게 너무 힘드니까 이게 어려운 한자들이 많으니까.

전광진 : 그건 자형 지식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까 그런 문젠데요. 자의 지식, 즉 속뜻 학습을 하게 되면 그런 문제가 다 해결될 수가 있습니다.

양창욱 : 예, 한자를 이제 공부를 하되, 공부를 하되 우리 아이들이 뜻 중심으로, 쓰는 거보다는 뜻 중심으로 하면 이제 훨씬 더 수월하다, 좀이런 말씀이시군요.

전광진 : 예예. 자형 중심으로 하니까 부담을 가지는 거죠. 의미 중심으로 가야 됩니다.

양창욱 : 그럼요. 저도 이 한자를 싫어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이거를 꼭 다 썼어야 됐습니다, 저희 때는.

전광진 : 그렇죠, 그렇죠. 어른들도 안 쓰는데 애들한테 그러라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양창욱 : 정말 한자를 쓰는 거, 사실 그린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어려운 한자들이 많았는데 뜻 중심으로 하면 또 가능하겠다 이제 그런 거고.

전광진 : 예예.

양창욱 : 근데 한자 병기를 없앴던 이유가 이제 한글전용 교육 이런 것들 때문에 한 40년 전에, 70년대부터 없앤 거죠?

전광진 : 예예.

양창욱 : 근데 처음 무슨 계기가 있었어요? 갑자기 한자 병기를 없애기도 쉽지 않았을텐데요.

전광진 : 예. 그거는 이제 한자 병기를 없앴던 게 아니고 70년대 이전에는 한자를 혼용하고 있었습니다.

양창욱 : 혼용, 그렇죠. 아예 그냥.

전광진 : 예. 80년대에는 한자로 읽을 줄 모르지 않습니까?

양창욱 : 그렇죠.

전광진 : 그래서 이제 이런 흐름이 있으니까 이걸 읽기라도 빨리 잘 해야겠다라고 해서 이제 하다보니까 한자를 아예 없애고 한글로만 쓰게 됐죠. 한글전용 교과서가 이제 나왔습니다만, 학생들은 교과서 충매화, 조매화, 가시광선, 예각, 둔각 등 약 한 1만 5천 개의 한자어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쓰이고 있습니다. 이런 그 학습 부담을 어떻게 하면 줄여줘야 되느냐, 이런 문제에 대해서 어른들은 고심을 해야 됩니다. 학생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양창욱 : 예. 끝으로 이거 한 번만 더 확인해보겠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 한자병기 문제가 초등학교 3학년 이상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안, 이거에 대한 지금 찬반 논란이거든요.

전광진 : 예예.

양창욱 : 그러니까 중학교부터 배우면 되는데 뭐 굳이 초등학교 때부터 이렇게 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그런 문제의식이거든요, 반대편에서는.

전광진 : 아, 예. 초등학교 3학년에 하는 이유는 대단히 큰 의미를 갖습니다.

양창욱 : 아, 그렇게 좀 몇 년 당겨서 하는데 뭐 큰 의미가 있나요? 어떤 의미죠?

전광진 : 아, 그냥 당기는 게 아니고요. 초등학교 1, 2학년 공부는 읽기를 이해하는 공부입니다. 영어로는 “Learning to Read”라고 하고요. 3학년부터 대학교 4학년까지는 그 반댑니다. “Reading to Learn”을 해야 되는 단계인데 그러자면, 많은 어휘에 노출되고 교과서도 두꺼워지고 그래서 어휘력 학습 부담이 가장 높아지는 게 3학년 때입니다.

양창욱 : 어휘력 학습 효과가 높아진다고요?

전광진 : 아뇨. 학습 부담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책이 두꺼워지고 모르는 단어가 많이 나오고 하는 시기가 바로 초등학교 3학년 때죠. 그때부터 한자가 무지 많이 나오는데 여기에 대한 대응능력을 길러줘야 되지, 이때 기르지 않고 중학교 가서 한다고 하면은 암을 2기, 3기 때 가서 나으려고 하는 거와 마찬가지입니다. 초기에 아무리 난치병이 어려운 암이라 하더라도 초기에 발견하면 쉽게 나을 수 있지 않습니까?

양창욱 : 하하. 에이, 아무리 한자 좀 모른다고 또 그렇게 암, 병으로까지, 말씀하세요.

전광진 : 아아, 아닙니다. 이거는 기회가 되면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만, 굉장히 그거와 일치하는 문젠데...

양창욱 : 예예, 알겠습니다.

전광진 : 보면 학생들이 자각 증세가 없어요. 암이 어려운 것도, 암이 난치병인 것도 초기 단계에서 자각 증세가 없기 때문에 그걸 암이라고 느끼지 못하는 건데, 학생들은 사실은 공부에 암이 걸려있다고 보면 뭐 틀림이 없습니다. 그래서 현명한 어머니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일찍 잘 시키고 있습니다.

양창욱 : 예예, 알겠습니다. 교수님 주장하시는 게 어떤 건지 충분히 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전광진 : 예예.

양창욱 : 예.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전광진 교수였고요.

양창욱 : 그렇다면 계속해서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를 반대하시는 분,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님 전화연결 돼 있습니다. 대표님 나와 계시죠?

이건범 : 네, 안녕하십니까. 이건범입니다.

양창욱 : 예, 앞서 전 교수님 말씀 들으셨어요?

이건범 : 네, 약간 들었습니다.

양창욱 : 예예. 아니 근데 전 교수님 말씀도 쭉 이렇게 들어보니깐 그렇게 틀린 것 같지도 않습니다. 우선 이번에 교육부에서 한자를 병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반적으로.

이건범 : 네. 저는 반대하는데, 반대하는 기본적인 논거는 그 한자 교육을 중시하는 분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청소년, 젊은이, 그니까 한자 없이 그저 한글로 의사소통하고 교과서로 배웠던 그 세대가 결코 낱말 뜻을 몰라서 의사소통이 안 된다든가, 문장의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든가 이런 근거는 전혀 없고요. 오히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15세, 만 15세 학생들의 국제학업 성취도 평가하는 거, 거기에 보면 언어 분야에서도 여전히 1위에서 3위 사이를 왔다갔다하거든요. 그리고 마찬가지로 16세부터 20세까지의 청년들도 역시 독해 능력에서 세계 3위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그 한자 때문에 우리 아이들의 학업 능력이 떨어진다든가 한자를 몰라서, 또는 뭐 의사소통이 안 된다든가 이것은 전혀 근거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외에도 뭐 현재 현장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계신 그 선생님들,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66%가 반대하시고 또 교육감 협의회에서도 17개 광역시·도 교육감 모든 분들이 반대 의사를 밝히셨죠. 이런 점에서 실제로 그걸 반대하시는 분들은 이게 얼마나 교육에 파행을 가져올지에 대해서 걱정이 너무 크신 겁니다.

양창욱 : 예. 그런데 좀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셔야 되는 것이, 한자병기를 같이 하고 그렇게 하면 무엇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지금 교육현장에서 그렇게 반대를 하는지에 대해 좀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셔야 될 것 같아요.

이건범 : 네. 일단 첫 번째로는 아이들이 읽기에서 어떤 암초를 만나는 듯 한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겠죠. 그러니까 우리가 늘상 지금 인터넷이나 일반적인 신문, 문서 이런 것들을 읽을 때 한자병기 안 하고도 다 사실 이해하고 우리가 평소 업무라든가 이런 걸 다 하거든요. 자기 일 잘 하고. 근데 아이들도 그동안 그렇게 한글로 된 교과서로 공부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제 한자가 들어가게 되는 거죠. 그러면 당연히 읽기에서부터, 교과서를 읽는 데서부터 집중도와 흥미가 떨어진다는 게 선생님들의 걱정입니다.

양창욱 : 아, 집중도가 떨어진다. 예.

이건범 : 당연히 한자를 아는 애들은 그 한자를 보느라고 앞뒤를 갖다가 놓치게 되고 한자를 모르는 애들은 그 모르는 거 때문에 그 앞뒤를 놓치게 되고. 그러면 읽다가 자기의 어떤 숨이 끊기게 되는 거죠.

양창욱 : 아, 그러니까 병기를 하면 그렇게 집중도나 흥미를 잃을 수가 있군요?

이건범 : 아, 그렇죠. 그래서 병기를 하는, 전세계에 어떤 문자를 하나의 문자를 쓰지 않고 그렇게 두어 개의 문자를 가지고 막 쓰고 있는 나라들이 일본밖에 없거든요. 근데 일본을 굳이 우리가 따라갈 이유도 없고 우리가 한글로 충분히 의사소통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 지금 문자 환경을 엉망으로 만들어가는 그럴 위험이 높은 거라고 봅니다.

양창욱 : 문자 환경을... 예. 그런데, 우리나라 국어가 대부분, 한자어가 대부분이잖아요? 한자 뜻을 몰랐을 경우에 이해도가 떨어지는 부분도 분명히 있는 거 같고.

이건범 : 저는 그래서 한자를 완전히 배우지 말자,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고요. 중학교 정도부터 우리가 사실 한자를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도 배워왔고. 고등학교 선생님들 얘기 들어보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이야기들을 하세요.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뭐냐 하면 한자, 그 낱말의 한자를 몰랐을 때 낱말 뜻을 알 수 없다, 이것은 억지라는 거죠. 예를 들면 이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 중에서 치매라는 말을 모르시는 분들은 없을 거예요. 그쵸? 그러나 치매가 한자로 어떻게 쓰는 거다, 이거 아시는 분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사실 낱말의 뜻이라는 것은 우리가 그 낱말을 듣고 또는 읽고 그다음에 그 과정에서 또 풀이를 듣고, 그 풀이를 들으면은 그 낱말 뜻은 사실 어느 정도 다 알 수 있는 거고 자기가 그 말을 사용해가면서 또 책을 읽어가면서 이렇게 그 낱말의 뜻이 계속 확장되는 거거든요. 그저 한자 뜻풀이 정도로 주저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그런 점에서는 아이들의 체험활동과 또 대화와 독서, 이런 것들을 통해서 낱말 뜻을 확보해가는 초등학생 과정의 국어 교육이나 나머지 교육을 그냥 한자를 계속 가르치는 데에만 시간을 써야 하는, 수업 진행이 안 될 테니까 계속 한자만 가르쳐야 된단 말이죠, 그렇게 되면. 그런 점 때문에 오히려 낱말 교육에서도 사실은 문제가 있는 거고 초등교육 전반에서도 저는 문제가 생길 거라고 봅니다.

양창욱 : 근데 뭐 한자를 굳이 쓴다는 거보다는 이제 뜻 정도만 아는 한자교육, 그것이 중학교까지도 계속 이어져야겠습니다만, 그 정도 한자 교육을 좀 병행하려는 것이다, 이제 이렇게 전 교수님이 앞서 주장을 하시더라고요.

이건범 : 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말로 설명해주면 그만인 거죠. 그것을 굳이 교과서에 한자로 병기를 해야 된다든가 이럴 필요는 없는 거죠.

양창욱 :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 거다, 예.

이건범 : 병기를 하기 시작하면 그걸 쓸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외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그거를 쓰고 외워서 읽을 줄 모르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러면 그 뜻을 모른다고 여기게 되고 이런 식의 어떤 연쇄, 부정적인 어떤 연쇄효과가 생기게 되거든요. 어머니들은 당연히 그것을 걱정하시게 되고 그러면 또 어린 시절부터 더, 사실 지금도 유치원생들을 끌고 가서 한자 급수 시험을 보게 하는 그런 곳들도 있습니다. 그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인데 그것은 더 크게 사교육이나 선행학습이나 이런 것을 부추겨서 아이들의 학습 부담을 키운다는 게 또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반대 의견 이유입니다.

양창욱 : 예, 현장에선 그런 이유로 반대를 하시는군요. 그런데 이게 중학교부터 뭐 한자교육을, 이렇게 한문을 배우는 거는 지금 대표님도 반대를 안 하신다고 했는데, 지금 문제가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거든요. 근데 앞서 이제 찬성하신 분 주장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는 이제 어휘라든지 이런 것들이 급속히 늘어나고 이런 것들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이러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때부터 좀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3년간의 그 갭이 있기 때문에, 그 시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늦다, 중학교 가서 배우는 거는. 이렇게 이제 주장을 하시는 거거든요.

이건범 : 그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낱말들이 많이 나오게 되는 거는 그저 아이들은 가만히 있는데, 아이들은 그 낱말을 받아들일 능력이 없는데 갑자기 낱말이 많이 나온다, 이렇게 생각하면 그동안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을 설계했던 분들이 정말 얼마나 엄청나게 멍청한 짓을 한 거 아닙니까? 그게 아니죠. 아이들의 발달이 초등학교 1, 2학년에서 이미 그런 것을 받아들일 만한 수준에 갔기 때문에 3학년 때부터 그런 식으로 교과가 좀 더 분해, 나뉘어지고 그런 낱말들이, 어휘들이 나오게 된 거거든요.

양창욱 : 그러니까 어찌됐든 그렇게 되니까, 3학년 때부터는 어떤 과정이었던 간에 그렇게 많이 배우게 되고 많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시점이 되니까 그때부터 한자를 병기해서 좀 같이 공부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

이건범 : 그러니까 거기다가, 많이 나오는데 거기다가 한자까지 더 외워라는 식으로 가면 아이들은 정말 완전히 배탈이 나게 되죠.

양창욱 : 배탈이 나게 된다, 너무 큰 부담이다?

이건범 : 아, 그렇죠. 결국 낱말의 뜻을 그런 식으로, 한자를 갖다가 외워서 그 한자의 뜻풀이로 외우게 하는 방법이 꼭 좋은 것이 아니라는 걸 제가 말씀드리는데요. 왜냐하면 한자 낱말들이, 한자어 낱말이라는 게 꼭 한자의 뜻으로만 치환돼 이렇게 해석할 수 없는 것도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사실은. 우리가 지금 얘기하는 이 ‘방송’이라는 말도 ‘누울 방, 보낼 송’자 아닙니까? 근데 이것이 현재 하고 있는 라디오 방송이나 텔레비전 방송에서 쓰이는 뜻이 같은가 하고 찾아보면, 마찬가지겠죠. ‘사회’라는 것도 ‘모일 사, 모일 회’. 아주 모임이라는 약간의 실마리만 있는 것에 불과하고 그것은 아이들에게 말로 이렇게 얘기해줘도 되는 것이죠. 그렇게 꼭 한자를 병기해서 한자를 다시 외우게 한다면 아까 말씀하셨던 3학년 때부터 낱말이 많이 나온다, 어휘가 외울 게 많다, 이러면 그런 낱말까지 더 외우게 해가지고 아이들 사이에서 학습에 대한 흥미도를 완전히 떨어뜨리는, 오히려 저는 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거라고 걱정을 합니다.

양창욱 : 알겠습니다. 대표님이나 또 교육현장에서는 아무래도 한글전용으로 그대로 유지하지, 병기하는 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클 것 같습니다. 근데 일반 국민들 여론은 한자 병기를 또 찬성하시는 분들이 더 많은 것 같고요.

이건범 : 네. 국민들 가운데서 그런 분들은 예전에 아마 한자를 자기가 열심히 하셨던 거에 대한 향수가 있는 것 같아요.

양창욱 : 아, 향수요. 그거 때문에 그런 거 같다?

이건범 : 근데 과연 지금 모든 국민이 한글로 이렇게 순화 교육해서 하는 게, 이건 좋은 현상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건지...

양창욱 : 예. 뭐 한자를 좀 아셔야 뭔가 좀 더 있어 보이고 또 많이 아시는 것처럼 보이고, 그런 느낌을 주고 그렇게 얘기 하시는 분도 있으시더라고요.

이건범 : 그렇죠. 그리고 그분들이 지금 그렇다면, 한자로 의사소통하는 식으로 문자생활 하시는지, 가족들과 또는 아는 사람들과 예를 들면, 전화기 문자를 보낼 때 한자를 섞어서 보내시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한 번 돌아보셔야 될 것 같아요. 본인의 문자생활은 한글로 편하게 하고 있는데 왜 아이들에게는 한자로 뭔가를 익히게 하려는 그런 부담을 주려고 하실까, 아이들에 대한 어떤 좋은 마음이 있다는 것은 저도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결코 어린 아이들에게 너무나 많은 학습 부담을 지움으로써 오히려 아이들에게는 좋지 않은 결과가 된다는 점을 좀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양창욱 : 예, 알겠습니다. 대표님 말씀, 충분히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근데 이게 쉬운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뭐 양쪽 다 팽팽한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건범 : 네, 고맙습니다.

양창욱 : 지금까지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님과 함께 했습니다.


양창욱 / wook14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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