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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동국대의 봄을 기다리며
홍진호 기자 | 승인 2015.03.19 18:57
   
▲ 지난 월요일 동국대 서울 캠퍼스 전경

활기찬 한주의 시작인 지난 월요일 아침, 기자의 발걸음은 회사가 아닌 동국대교학교로 향했다. 신임 이사장과 이사장 직무대행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출근을 하는 비정상적인 학교상황을 바라보는 불편함이 자연스럽게 학교로 출근하게 만들었다. 
 
충무로역에서 내려, 남산 학사를 지나, 학교 본관으로 가는 길목 여기저기에는 총학생회가 붙여 놓은 대자보가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동국대 사태를 바라보며 학생들은 첫 일갈로 “ ‘춘래불사춘’, 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은 “12월 초 한 총장 후보의 사퇴로 시작된 동국대 사태는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라며 한탄을 쏟아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총장이 선출 되었을 때, 학교는 바뀝니다.”라며 총장선출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동참을 당부했다.
 
동국대 총장선거의 종단개입 논란에서 촉발된 동국대 사태는 학생들의 한탄처럼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최종 후보자에 대한 논문 표절 의혹에 이어 신임 이사장 선출의 적법성 논란 까지 ‘사태’는 오히려 확산되고 있다. 신임 이사장과 직무대행 간 법적 공방이 완료된 이후에나 총장문제가 다시 논의 될 것으로 보여, 사태의 장기화는 이제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동국대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종단의 선거개입 논란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그 진원지는 동국대 이사회의 권력재편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해 동국대 총장선거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 ‘동국대 총장선거에 바란다.’는 제목으로 칼럼을 썼었다. 당시 총장선거 이야기를 하며, 이사장 선출도 함께 거론 했었다.

당시 칼럼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런 가운데 동국대 이사장 스님의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동국대 김희옥 총장과 함께 지속적인 학교발전을 이룬 이사장 정련스님의 임기도 내년 3월이면 끝난다. 이사장 스님의 임기가 총장선출 그리고 학교발전과 무슨 관계가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일이 있어서도 안 되고 또 없겠지만 혹시 다시 법인이 이사장 선출을 놓고 갈등을 빚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조계종 종단 정치가 여권은 총무원, 야권은 동국대라는 공식 아닌 공식이 있었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고 지관스님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학승이자, 동국대 총장을 지내신 어른이다. 잘 알다시피 지관스님은 학승으로서 종립대학 발전에 누구보다도 많은 열정과 관심이 있었으나 이사장이 되지 못했다. 총장선출에 이사장 스님 이야기를 두서없이 길게 한 것은 동국대는 종립대학이며, 종단정치와 밀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종립대학의 큰 어른인 차기 이사장 스님을 여법하게 모시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2014년 10월 21일 칼럼 中에서>

당시 총장선거 관련 칼럼에 이사장 이야기를 언급한 이유는 그동안의 경험 때문이었다.

1995년 동국대에 입학하고 2003년부터 기자로 동국대를 출입하거나 혹은 근거리에서 보아 왔는데, 녹원-정대-현해-영배-정련스님에 이어 신임 이사장 일면스님까지, 이사장 선출로 대변되는 이사회의 권력 재편 과정은 늘 힘겨웠기 때문이다. 예전 모 문도회 스님들은 소화기까지 뿌려대며 물리력을 행사하기도 했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사건 또한 이사회의 권력 재편 과정에서 불거져 나왔다.
 
동국대 이사회의 권력은 세월 따라 변했고, 그 권력의 핵심인 이사장실의 주인은 시절인연 따라 바뀌었다. 신임 이사장 일면스님의 선출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고, 법률적 판단과 절차는 남았지만, 이사회의 권력이 변했고, 움직였다는 데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지금의 논란과 반목은 이전의 동국대 이사회 권력재편 과정이 그랬듯이, 언젠가는 정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정리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하기에 더욱더 떠나는 이와 들어온 이 혹은 양측은 자기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며, 학교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반문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기자의 눈에는 지금의 동국대 사태는 승자도 패자도, 소통과 대화도 없는, 진흙탕 싸움의 연속으로 보인다. 종단의 총장선거 개입 논란이후, 최종 총장후보자의 논문표절 의혹과 신임 이사장 선출, 총학생회의 이사장실 점거와 폐쇄까지, 매 고비마다 해결의 실마리는 있었으나 신임 이사장과 직무대행으로 대변되는 양측은 이를 풀지 못했다.
 
왜 일까? 종단의 총장선거 개입논란을 바라보는 시각차이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쪽은 배려라고, 또 다른 한쪽은 개입이라는 주장은 김희옥 총장의 자진 사퇴 이후 현재까지 꿈쩍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이사회의 권력은 ‘배려’라고 주장하는 다수 이사들에게로 옮겨졌고, ‘개입’을 주장해온 전임 이사장 정련스님과 김희옥 전 총장은 이제 그 직무에서 떠났다.
 
권력은 봄날의 아지랑이 같다. 실체는 없으나 보이고, 누구나 잡을 수 있을 것 같으나 쉽게 잡히지 않는다. 시기와 때에 따라서 생기지만, 언제 그랬다는 듯이 반드시 사라지고, 옮겨간다. 아지랑이 같은 권력을 떠나보내고, 또 새로 받아 든 이는, 떠날 때는 아지랑이를 처음 접했을 때를 잊지 말아야 하고, 새로 받아 들였을 때는 아지랑이를 ‘떠나보낼 날’이 나에게도 옴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신임 이사장과 이사장 직무대행이 함께 출근하는 지금의 동국대는 109년 역사 속에서 보면 봄날의 아지랑이가 아주 잠깐 겹치는 짧은 순간일 것이다. 이후 새롭게 아지랑이 길에 들어선 주역들은 혼란의 아지랑이가 걷히는 날, 오랜시간 동국대의 봄을 기다려 온 이들과 만나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는 그것이 어떤 종류이건 ‘학교발전’이라는 성적표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성적표의 가장 첫 부분이자 가장 큰 성과는 아지랑이와 아지랑이 사이의 혼란을 하루 빨리 마무리 하는 것이다.

홍진호 기자 / jino413@dreamwiz.com

홍진호 기자  jino413@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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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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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군죽비 2015-03-25 10:27:13

    권력은 봄날의 아지랑이 같다.
    새 집행부의 성적표는 서로의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다.
    동의합니다.
    스님들이 법상에서 법문을 하실때는 ' 하심하라 화합하라.' 라고 하시면서 정작 본인들이 그렇게 하지 못함이 문제입니다.
    이런 시각을 가진 홍기자님을 적극 지지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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