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가혹할 정도로 언로가 막혀 있다"

▲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백기완 선생님


 양창욱 : 12일 '양창욱의 아침저널' [FM 101.9 MHz (서울)] 3부, 목요일 3부는 그립고 궁금하고 또 보고싶었던 분들을 만나보는 시간입니다. '목요스페셜, 그 사람 지금'으로 꾸밉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있어서 진보의 역사는 이 분이 걸어오신 길의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 '목요스페셜, 그 사람 지금'은 대한민국 진보운동의 산증인이신 백기완 선생님 모시고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선생님 나와 계시죠?

백기완 : 예, 안녕하세요.

양창욱 : 예, 아침 일찍 감사드립니다.

백기완 : 예.

양창욱 : 예. 우선 최근 근황부터 좀 여쭤보고 싶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백기완 : 그저 뭐 세상 돌아가는데 같이 돌아갈 순 없고. 그저 우리 사람이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하려고 몸부림치고 있죠 뭐.

양창욱 : 예, 그렇군요. 쌍용차 해고노동자 농성 현장, 그 현장에서 자주 목격되시고 뵐 수가 있습니다. 이 문제는 해결이 잘돼가고 있습니까? 어떻습니까?

백기완 : 그거 정말 아침부터 좋은 말씀을 들고 나오셔서 고맙습니다. 쌍용차 문제는 첫 판부터 이명박 정권의 불법 만행이었습니다. 사건 조작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명박 정권의 불법 만행을 이 박근혜 정권은 뭐 합법 좋아하고 원칙 좋아한다면서요?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해야 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저지른 불법과 만행을 말이에요.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하나로 외국만 왔다갔다 할 것이 아니라 평택에 가면 공장 굴뚝 높이 70m요. 거기에 지금 노동자들이 올라가가지고서 자기들의 입지를 호소하고 있어요. 일대 서사시가 벌어지고 있어요, 서사시. 위대한 서사시. 그걸 읽으러 내려가야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양창욱 : 예. 선생님, 올해 1월에 그 인도 마힌드라 회장이 와서 이 문제에 대해 계속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밝히고, 또 지금 저희 불교계나 이 아침저널에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해결 노력을 하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마힌드라 회장이 와서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밝힌 이후에도 큰 진전이 없는 건가요, 그럼?

백기완 : 그것은 마힌드라 회장이 나서만 갖고는 안 됩니다. 이건 노사문제이기 이전에 불법적인 만행을 저지른 독재정권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는 비극입니다. 그러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야 된다니까요.

양창욱 : 예. 대통령이 나서야 된다.

백기완 : 그럼요.

양창욱 : 대통령이 나서기 전에는 해결이 힘들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선생님, 그럼  통일문제 좀 여쭤보겠습니다. 이명박정부때부터 남북관계가 경색됐던 게 지금 박근혜정부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는데, 남북관계 경색과 침체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세요?

백기완 : 이 통일, 통일 하는데 통일을 얘기하는 건 분단은 무엇인가, 하는 데서부터 출발을 해야 됩니다. 선생님, 내가 어렸을 때 우리나라의 허리가 뚝 잘라졌는데요. 우리가 미국 놈이나 소련 놈들보고 우리 허리를 잘라 달라 그랬습니까? 아니지 않습니까? 미국과 소련이 합작을 해 갖고서 우리나라의 허리를 뚝 잘랐으니까 그건 뭐요, 그 분단은? 간단합니다. 침략이요. 그러니까 분단은 침략이라는 데서부터 출발을 해야 통일이 뭔지 보이는 겁니다.

양창욱 : 예. 거기서부터 출발을 해야 하는 군요. 그럼 지금 경색된 남북관계를, 지금 현 상황을 풀기 위해서는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되나요?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백기완 : 이 문제를 풀라고 하면요, 지금 우리들의 심장에 꽂혀있는 화살을 뽑겠다고 하는 생각을 해야지 이건 분단 속에서 누리고 있는 기득권이나 유지할라고 그러면 통일문제도 왜곡되고 분단문제는 아주 더 깊어지는 겁니다.

양창욱 : 예예.

백기완 : 그래서 이제부터 할라고 하면, 남쪽이 됐든 북쪽이 됐든 우리의 가슴에 꽂혀있는 외래 독점 자본주의를, 외래 세력의 그 화살을 빼는 데 남쪽과 북쪽이 힘을 합치자 이런 생각에서부터 출발하면 다 문제가 해결된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양창욱 : 아, 그러니까 이제 뭐 미국이라든지 중국이라든지 어떤 외세의 간섭 없이 그야말로 뭐 우리 민족끼리 만나갖고 이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해야 된다는 말씀이시네요? 그쵸?

백기완 : 예.

양창욱 : 예. 북한은 기꺼이 응할 자세가 돼있나요?

백기완 : 글쎄 북한이 되고 안 되고 우리는 이쪽에서 살고 있으니까 이쪽에서부터 얘기해야 돼요. 우리부터 자주적인 자세를 갖고 그 다음, 그 누가 됐든 자주적인 자세를 갖고 나서라, 그래야 될 거 아니겠어요? 무슨 통일문제, 분단문제만 나오면 누굴 탓할려고 그래.

양창욱 : 아. 네...

백기완 : 우리부터 준비가 되면 됐지, 왜 누굴 탓 할려고 그래. 다시 말하면 자기 정권 유지의 논리로만 써 먹을라 그래요, 분단문제를. 그러면 안 됩니다.

양창욱 : 아, 예. 선생님, 그럼 이렇게 여쭤볼께요. 우리부터 어떤 문제를 준비해야 되나요?

백기완 : 우선, 이 불교방송 고맙소. 나는 일생을 통일, 통일 그러다 늙은 사람인데 통일만이 민주주의요, 통일이 없으면 진짜 민주주의가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어느 방송, 어느 신문에서 나 나이 먹은 뒤 통일문제 좀 얘기하자고 한 적이 있습니까? 한 군데도 없어. 오늘 처음으로 이 불교방송에서 아마 자비의 마음으로 그런 것 같아요. 날 좀 만나자 그래서 내가 기꺼이 전화를 받아준 거예요.

양창욱 : 예, 감사합니다.

백기완 : 나 같은 사람이 통일문제를 얘기할 수 있는 언론기관부터 개발해야 됩니다.

양창욱 : 예.

백기완 : 권력이 독점을 하면 안 돼요. 그러면 문제가 풀려나가겠죠.

양창욱 : 예, 그렇군요. 선생님, 이게 우리 젊은 층도 그렇고, 뭐 어린 층은 말할 것도 없고 통일을 왜 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쉽게 답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요. 통일은 왜 해야 됩니까?

백기완 : 나 있잖아요. 백기완이같은 할아버지도 있잖아요. 왜 없다 그래. 나 같은 사람을 언론이 다 막아놓고 없다고, 없다고 하면 됩니까?

양창욱 : 아니, 그러니까 젊은 층들 중에서요.

백기완 : 젊은 층들도 그래요.

양창욱 : 예. 통일에 대한 어떤 당위성이나 소중함을 잘 모르고 있다고요. 통일을 왜 해야 됩니까, 선생님?

백기완 :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요새 신문 이렇게 보면 빈부격차가 심해졌다, 있는 사람, 없는 사람이 갈라졌다 그러잖아요? 바로 이것이 분단 현실의 내재화입니다. 남쪽과 북쪽만 갈린 것이 아니고 우리가 사는 이 땅도 있는 사람, 없는 사람, 나쁜 사람, 좋은 사람이 다 갈려있다니까. 이런 분단문제, 내적인 분단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통일로 가는 길이다 하는 것을 젊은 학생들한테 알려줄 수 있는 언로가 트여야 됩니다. 학교도 그렇고 심지어 유치원도 마찬가지고 언론도 그렇고 그걸 전부 가로막아서 있잖아요. 대표적인 게 뭐요? 국가보안법이요. 조금만 뭐 좀 인간적인 얘기, 민족적인 얘기, 민주적인 얘기 하면은 우선 뭐 이상하게 째려보잖아요.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언로만 틀어막는 게 아니라 우리의 아픔을 해결 안 하겠다는 거예요. 어린 애부터 죽이자는 겁니다.

양창욱 : 그렇군요. 예. 언로가 좀 많이 막혀있어서, 특히, 선생님한테 가혹할 정도로 막혀있었다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백기완 : 아이고 뭐 생각뿐이요, 이걸 규탄을 하죠.

양창욱 : 예. 불교방송이 있잖아요.

백기완 : 하하.

양창욱 : 하하. 노여움을 푸시고. 오늘 그냥 소리를 너무 많이 지르셔서 제가 뭘 여쭤보지를 못하겠어요, 선생님. 혼날까봐.

백기완 : 미안합니다.

양창욱 : 아닙니다, 선생님. 농담삼아 드렸던 말씀이고요. 진보진영의 애국가라고 불리는 게 이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있잖아요? 이거 노랫말을 선생님께서 지으셨잖아요?

백기완 : 그걸 날 보고 지었다 그러는데요. 그 당사자인 나는 그 노랫말을 내가 지었단 말,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양창욱 : 저희들은 그렇게 알고 있는데?

백기완 : 아, 내 얘길 들어보라니까. 내가 군사 독재할 때 매를 맞고 감옥에서 죽게 됐수. 그럴 때 연필도 안 주고 종이도 안 줘. 그래서 똥오줌도 받아내야 될 처진데 이렇게 발딱 드러누워서 뭘 하는 거요. 통일, 통일 그러다 내가 죽는구나, 자유, 자유 그러다 죽는구나 그래서 나 혼자 그랬어. 너 여기서 죽을 순 없다, 너도 네 힘으로 일어나라고 내가 나를 달구는 소리를 우리말로 ‘비나리’ 그럽니다.

양창욱 : 비나리. 아, 예.

백기완 : 내가 그 때 그 비나리 하나 써놓은 게 있거든요. 입으로. 그래서 천장이나 새겨놨던 게 있다고요. 붓으로 새긴 게 아니라 입으로 새겨놨다니까. 그게 이제 그 "산자여 따르라" 뭐 이런 따위에 내 말귀가 들어 있어요. 그것을 광주에서 싸우던 젊은이들이 그걸 짜깁기해서 노랫말을 만들었단 얘기를 들었지, 그걸 내 거라 그러지 않아요. 아니, 싸우던 현장의 얘기가 내 겁니까? 민중의 얘기요 역사의 것이지. 그래서 내 거라 그러면 안 됩니다. 우리가 뭐 이건희요, 정몽구요? 뭐 다 내 거요? 다 역사의 것이고 민중의 것이지.

양창욱 : 예. 또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또 그렇게 느껴집니다. 선생님 나와 계신다니까 청취자 분들께서 많은 문자를 주고 계십니다. 선생님 좀 읽어드릴게요. 5261님, 선생님 반갑습니다. 지금 사회에서 바른 말을 할 수 있는 분이 몇 분이나 계실지요?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이렇게 문자를 주셨습니다. 9287님, 선생님 항상 두루마기 입으시던 모습이 생생하네요. 바른 말씀 감사합니다. 평화통일 될 때까지 건강하시고 앞장서 주세요. 이렇게 또 문자를 주셨고요. 7471님, 선생님 초청해주신 불교방송 감사하고요. 훌륭합니다. 아, 이런 문자는 읽으면 안 되는 건데, 제가 또 읽었네요. 죄송합니다. 선생님 나와 계신다니까 이렇게 또 격려의 문자, 반가움의 문자, 선생님 건강을 염려하는 문자들이 이렇게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선생님. 아까 언로가 좀 막히고 이래서 서운함이 많았다고 하셨는데 이거, 이 문자들 들으시고 좀 푸시기 바랍니다.

백기완 : 예. 내가 그 분들한테 고맙단 인사를 이 방송을 통해서 합니다. 고맙습니다.

양창욱 : 예예. 선생님 요즘 그런데, 진보진영이 위기라는 말이 많습니다. 뭐 보통 보수는 부패해서 망하고 진보는 분열에서 망한다 그러는데, 우리가 흔히 해묵은 NL이니 PD니 뭐 진영들의 갈등때문에 그런 분열로 인해서 지금 진보진영이 이렇게 위기를 맞게 된 건가요?

백기완 : 글쎄요. 제가 선생님, 혹시 내가 이런 얘기 물어보면 실례가 안 될지 모르겠어요.

양창욱 : 예. 말씀하십시오.

백기완 : '진보'라는 말을 우리말로 뭐라 그러는지 아시죠?

양창욱 : 진보란 말을 우리말로 뭐라 그러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백기완 : 그건 우리말로 '아리아리'라 그럽니다. 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다당당다두당두당당다두당, 노래 있잖아요?

양창욱 : 예예, 있습니다.

백기완 : 그 '아리아리'인데요.

양창욱 : 예. '아리아리'

백기완 : 아리아리란 길이 없으면 길을 찾아가고 그래도 길이 없으면 길을 내라, 만들라는 겁니다. 진보는 길이 없으면 길을 찾아가고 그래도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야 될 텐데.

양창욱 : 누군가가 만들어야 되잖아요?

백기완 : 글쎄 우리 민중이 만들고 사람이 만들어야죠.

양창욱 : 그래도 앞장서는 구심점은 있어야 되잖아요?

백기완 : 글쎄 말이에요, 제 말씀 들어보세요. 이른바 '아리아리' 다시 말하면 진보를 얘기하는 젊은이들이 사실상 이 자본주의 문명이라고 하는 썩어 문드러진 늪에 빠져서 길을 못 찾고 있는 것 같아요. 늪에 빠지면 늪에서 헤쳐 나오는 것도 길을 찾는 방식이지만 그 늪을 갈아엎어서 비옥한 땅을 만들겠다 하는 것도 그 늪을 제대로 살리는 길이 아니겠습니까? 근데 이런 길에서 늪을 헤쳐 나가보면 이리로 가다, 저리로 가다 그런 건 있어요. 그래서 진보라는 것은 '늪을 헤쳐 나오고자 하는 창조의 몸부림'이다, 이렇게 주석을 달수도 있거든요.

양창욱 : '늪을 헤쳐 나오고자는 창조의 몸부림'. 예.

백기완 : 예. 그래서 전에 무슨 젊은이들이 NL이다, PD다 그래서 나 그때부터 야단을 쳤어. 진보진영은 무슨 둘로 갈라서는 일이 없어. 늪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 몸부림치는 창조인데 어떻게 해서 이름을 달고 또 그 백기완 할아버지가 제일 싫어하는 영어다. 영어는 싫다, 영어는. 나는 영어 한 마디가 미 제국주의 침략의 척추라고 봐. 미국 문화가 썩은 문화만 들어온 거야. 좋은 문화는 안 들어오고. 근데 왜 영어를 한 줄 써? 난 그랬었거든요. 근데 요새 젊은이들, 그 진보진영이 형식적으로는 갈라져 있는데 내용적으로는 하나니까 그 내용은 뭐요, 이 현실을 우리말로 ‘바투’ 그럽니다. ‘바투’. 이 역사적 현실로 다시 돌아오라 이거야. 역사적 바투 돌아오면 우리가 해야될 과제와 우리가 나가야 될 길을 모색할 수가 있는 겁니다. 바로 그게 하나가 되는 거예요. 역사적 바투, 역사적 현장으로 돌아오라고 난 젊은이들한테 호소합니다.

양창욱 : 예, 그렇군요, 선생님. 뭐 제가 또 하나 여쭤볼 건데 너무 또 호통 치시거나 혼내지 마세요.

백기완 : 예.

양창욱 : 선생님, 지난 90년대 이제 대통령 후보로 두 번 나가다 낙선하셨잖아요. 저희 기자들이 편의상 이렇게 좀 나눌 때, 선생님이 정치에서 손을 떼신 시점을 그 이후로 보고 있거든요. 그 이후 본격적으로 사회운동으로 이제 들어가셨다, 이렇게 구분을 저희들이 편의상 하거든요.

백기완 : 예.

양창욱 : 이렇게 편의상 구분하는 게 맞습니까?

백기완 : 안 맞죠. 나는 선거라는 걸 어떻게 생각했냐면 우리가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선거 때를 이용하는 것도 상당히 유용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한 거예요. 당대 언론기관은 하나도 반영을 안 해주니까. 그런 식으로 두 번 나와서 첫 번에는 그 이른바 박정희, 전두환을 반대하던 세력이 하나가 됐다 그러고 호소했는데 하나도 안 되고 둘이서 싸우다가 그 군사독재의 원흉, 노태우한테 뺏기지 않았습니까? 그 다음에 너희들은 그럼 역사적 책임을 지라고 호소하려고 내가 나왔는데 내가 무슨 대통령을 하겠다, 나는 그런 야심으로 나간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나는 내가 하는 재야운동의 연장선상에서 그 선거를 이용했던 것이지 내가 권력을 쥐겠다,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양창욱 : 예. 근데 선생님, 또 하나 여쭤보고 싶은 것이, 아까 여쭤봤어야했는데, 지금 진보진영에서는 5.18 행사 등에 대통령이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같이 불러야한다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왜 불러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백기완 :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요. 지금도 5.18 정신에 따라서, 아니 민주항쟁의 정신에 따라서 끊임없이 이 땅을 민주화하려고 애쓴다 그러면 부르지 말라 그래도 '임을 위한 행진곡' 부르고 5.18묘지에 가서 고개를 조아려야 하는 겁니다. 알겠어요?

양창욱 : 예.

백기완 : 근데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파괴자가 나와 있으니까 자기가 나서질 못하는 것이죠. 노래를 안 부르는 게 아니라 나서지 못하는 것이니까 이제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5.18 오기 전에도 흥얼거릴 때 뭘 흥얼거리냐, 피눈물로 얼룩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좀 불러봐라, 그런 얘기에요.

양창욱 : 예, 알겠습니다. 선생님 여생에서 남은 꿈은 무엇일까요?

백기완 : 선생님, 이제 마지막으로 내가 한 마디만 얘기할게요. 나는 여생이란 말을 참 안 좋아하거든요?

양창욱 : 예예.

백기완 : 끝까지 무엇을 하실라 그럽니까? 그렇게 물으시면 더 예술적이 아니겠냐, 이런 생각이 드네요.

양창욱 : 그럼 다시 여쭤보겠습니다. 선생님, 끝까지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입니까?

백기완 : 난 개인의 꿈은 아니요, 사람의 꿈이요. 개인의 꿈이 아니라 사람이 꿈이 있어야 됩니다. 그게 뭐냐, '노나메기 세상'을 만드는 겁니다. 노나메기란 뭐냐,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리하여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되 올바로 잘 살자. 나만 돈 벌어 가지고 나만 떵떵거리자는 게 아니라 나도 일하고 너도 해서 다 같이 잘 살되 올바로 잘 살자. 그건 사람만 잘 사는 게 아니야, 자연의 모든 생명체하고 똑같이 잘 사는 거, 이런 세상을 만드는 것을 '노나메기' 그러거든요.

양창욱 : 아, 다시 한 번요. 정확하게.

백기완 : 예.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리하여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되 올바로 잘 살자. 이런 세상을 '노나메기'라고 하고 이 노나메기 세상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해 볼까, 그런 생각입니다.

양창욱 : 예. 평생을 이걸 위해서 애써오셨는데, 이게 그래도 완성이 돼가고 있는 건가요? 선생님 생각하시기에.

백기완 : 아. 이 땀과 눈물은, 한 방울, 한 방울 흘린 거는 내 게 아닙니다. 땅에 떨어지면 한 줌 거름이지 내 겁니까? 한 줌 거름이라고요. 내가 노나메기 세상을 만들려고 애써왔던...

양창욱 : 예. '노나메기'

백기완 : 피와 눈물과 땀은 이건 지금 한 줌 거름으로 썩고 있지 뭐 눈으론 잘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현재 눈으로 보이도록 써 만들어 보이려고 책을 쓰고 있는데, 그런 시간을 언제 한 번 다시 주면 구체적으로 한 번 말씀 좀 드려볼게요.

양창욱 : 예, 알겠습니다. 선생님. 꼭 그런 시간을 다시 마련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뭐 저도 그렇고 들으시는 청취자 분들도 그렇고 오늘 아침에 깊은 울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 오늘 말씀 감사드립니다.

백기완 : 네, 고맙습니다.

양창욱 : 예. 지금까지 '목요스페셜, 그 사람 지금' 백기완 선생님과 함께 했습니다. 80이 넘으셔도 여전히 정정하게 호통치시고 이러셔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자세가 되네요. 인터뷰가 긴장된 상태에서 진행됐습니다. 하하.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늘 그랬던 것처럼 진보진영을 잘 이끌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 오늘 말씀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양창욱 / wook14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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