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서정주의 호 ‘미당’은 ‘아닐 미’ 자에 ‘집 당’자를 쓴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완성되지 못한 집’이란 뜻이다. 아직 완성되지 못한 ‘조금 모자란 사람’이라는 겸손의 뜻이 먼저 와 닿는다. 시대를 뛰어넘는 천재시인의 호 치고는 그 의미가 사뭇 생소하다.
 
미당의 호는 지인이 지었는데, 시인은 생전에 ‘영원한 소년이고자 하는 마음’을 호에 담았다고 한다. 특히 시인 서정주는 미당이라는 음운을 좋아했다고 한다. 로댕처럼 부르기 쉬운 ‘미당’이라는 소리 자체를 아꼈다고 한다.
 
미당의 시는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로 많다. <국화 옆에서>, <귀촉도>,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 등 누구나 알고 너무나 익숙해서 국민시인이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않다. 그의 시 ‘자화상’에서 ‘스물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람이다’라고 노래했을 때가, 시에도 나와 있듯이 실제로 23살이었다고 하니, 그의 천재성에는 모두가 혀를 내 두를 수밖에 없다.
 
미당은 1915년 5월 18일 전라북도 고창에서 태어났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이다. 5월 18일을 양력으로 환산하면, 오는 6월 30일이다. 그의 제자와 지인들은 6월 하순에 서울에서 미당 서정주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계획 중이다. 이때에 맞춰 미당의 미 발표시와 발표는 했지만 시집에 수록하지 않은 미 수록 시들을 함께 모아 ‘시 전집’을 발간할 예정이다. 어려운 국내 출판 시장 상황 속에서 미당의 자선전과 시론, 산문, 방랑기 등을 망라한 전집이 차례대로 출판 된 다고 한다.
 
시대가 인정하는 천재시인이자 국민시인이지만, 미당의 생애를 논할 때면 언제나 친일행적이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미당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시인의 친일행적을 시와 분리해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과 그 반대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미당이야말로, 우리말을 가장 능수능란하고 아름답게 구사한 시인이었다는 평가에 기초하는 것 같다.
 
한 쪽은 미당의 수많은 시들이 한국문학사를 더 없이 풍요롭게 했으니, 그의 시라는 ‘공’은 그의 생애에 흠집으로 남은 ‘과’를 덮기에 충분하다는 논리이고, 다른 한 쪽에서는 그렇게 아름답고 훌륭한 시를 쓴 천재시인이기에 그의 ‘과’가 더더욱 용서가 안 된다는 뜻인 것 같다.
 
미당 서정주의 미 발표 시는 120편에 이른다고 한다. 발표는 했지만 시집에 수록하지 않은 시는 이보다 훨씬 많다. 동국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수많은 후학들을 지도하는 틈틈이 얼마나 치열하게 시를 썼는지 짐작할 수 있다.
 
유족과 제자들은 시인이 발표를 하지 않은 시들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기에, 함부로 모든 미 발표 시를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미당 이외에는 그 누구도 그럴 권리가 없다는 뜻이다. 오는 6월 발간 될 '시 전집'에는 미 수록 시를 위주로 미 발표 시는 엄선해서 실을 계획이라고 한다.
 
그가 남겨 놓은 120편의 미 발표 시를 생각하면, 혀에 착착 감기며 읽히는 그의 시들이 얼마나 많은 퇴고와 숙고를 거쳐서 탄생 됐는지 짐작할 수 있다. 68년 동안 쉼 없이 창작활동에 매진한 미당은 진정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은 천재로 평가받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의 호 ‘미당’에는 죽는 그 순간까지 창작활동에 매진하며, 영원히 그의 시 세계를 발전시키고 성장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본다. 미당이 발표하지 않은 수많은 시들이야 말로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미당’인 셈이다. 광복 70주년에 맞이하는 미당 서정주 탄생 100주년, 그의 시와 그의 생애의 흠결을 둘러싼 논란 또한 영원히 ‘미당’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그의 ‘시’는 시대를 뛰어넘어 계속 읽힐 것이며, 현재의 우리와 후대 사람들 모두 미당의 '시'라는 ‘공’과 그의 생애의 흠결이라는 ‘과’ 모두를 자양분 삼아 성장할 것이다.

홍진호 기자 / jino413@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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