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립 대학교인 동국대 총장 선출 논란이 해를 넘겼지만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한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졸업식에 이어 입학식, 각종 행사 등으로 학교는 분주하지만 총장 선출에 대한 언론과 여론의 부정적인 시각을 바라보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들 간의 법적 소송이 이어졌고 올해 개교 109주년을 맞은 동국대는 결국 세간의 화제(?)거리를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의 발단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한 조계종의 수뇌부 스님 다섯 명이 유력한 총장 후보자로 꼽혔던 김희옥 총장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나면서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 조계종 호계원장인 학교법인 동국대 이사 일면 스님의 발언이 꼬리를 물고 현재까지 "종단의 명백한 외압이다"와 "김 총장에 대한 배려다"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16일 동국대 총장 선출을 닷새 앞두고 마련된 김희옥 총장과의 회동에 참석했던 한 스님은 동국대 총장을 스님이 맡으면 불교적 건학이념을 바탕으로 학교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긍정적인 생각을 내비쳤다. 하지만 동국대 출신의 교계 기자들과 졸업생, 그리고 재학생 상당수는 스님 총장이냐 아니냐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현재 동국대 국어국문과에 재학 중인 박00 학생은 "동국대 총장이 스님이든 일반인이든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학교발전을 위한 분이 총장이 되었으면 하지만 자신은 취업과 스펙 쌓기에 정신이 없다"고도 했다.

종단에서 '스님 총장'을 고집하는 진정한 이유와 배경을 알고 싶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건학이념을 앞세워 총장에 꼭 스님이 선출돼야한다면 '논문 표절' 등의 논란을 더 이상 키우기전에 지금이라도 출발점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불교는 부처님 당시부터 내려오는 대중공사를 승가 고유의 의결방식으로 여기고 있다. 최근 종단은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라는 이름으로 종단의 백년대계를 위한 불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승납이나 세속, 나이, 지위 등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승가 공동체의 평등한 일원으로서 똑같은 자격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대중공사의 핵심이다. 동국대 총장 논란도 소모적인 내부 다툼을 자제하고 대중공사의 정신으로 돌아가 해법을 찾아나가야 할 시점이다.

정영석 기자 / youa14@bbs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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