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발표한 한국의 종교 보고서 내용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갤럽이 지난해 4,5월 사이에 전국의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우리나라에서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의 비율은 전체의 54%로 10년전보다 4 %포인트 줄어들었다. 10년전과 비교해 불교 인구는 2% 감소했고 개신교과 천주교인은 변화가 없었다. 특히 종교가 없다고 밝힌 응답자의 46%가 호감 가는 종교가 없다고 답했다. 지난 2004년 조사(33%) 때보다 13%포인트나 늘어난 결과이다.

가장 호감이 가는 종교로 불교를 꼽은 응답자는 10년 새 37%에서 25%로 12%포인트나 감소했다.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7%가 그렇다고 답해 30년 전 68%보다 20% 이상 떨어졌다. 또 종교단체가 본래의 뜻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응답이 63%여서 종교단체들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번 보고서 내용을 종합하면 종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예전같지 않고 종교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적지 않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다른 종교에 비해 불교는 상황이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교 인구 자체가 줄었을뿐 아니라 2030세대 가운데 불교를 믿는 비율은 10% 내외로 젊은이들이 가장 찾지 않는 종교의 대명사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그런데도 한국 불교는 대중들에게 더 다가가기 보다는 더 멀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제2의 종단을 자처하는 한국불교태고종의 내분과 폭력 사태, 조계종립 동국대학교 총장 선출을 둘러싼 종단과 학교 구성원간 갈등, 주요 사찰과 주지 자리 등을 둘러싼 종단간 또는 종단 내부의 다툼,각종 추문과 사건 사고 등등..한국 불교의 위상과 대외 이미지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지난달 종단의 백년대계 수립을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 1차 토론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어려서 출가해 정화(淨化·대처승을 절에서 쫓아낸 일) 한다고 절 뺏으러 다니고, 은사 스님 모시고 종단 정치 하느라 중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나는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우리(불교)는 ‘중(僧)정신’이 없다. “지난 50년 동안 불교가 사회를 위해 기여한 게 하나도 없다.”

자승 스님의 이같은 발언은 일간지 등 주요 언론들까지 비중있게 보도할 정도로 화제가 됐다. 한국불교의 최대 종단을 이끄는 수장이 털어놓은 솔직한 양심 고백이자 승가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스스로 인정한 발언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최근 조계종 총무원 집행부에 대한 재가.시민단체들의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종단 수장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는 상황에 대해 답답한 심경을 토로한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확실한 것은 자승 스님의 고백에서도 드러났듯이 그동안 한국 불교는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에게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지 못했고 우리 사회 발전에도 별로 기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가 만난 스님들은 대체로 한국 불교의 위기에 대해 인정을 하면서도 결국 불교가 가진 종교적.사상적 깊이와 장점 때문에 미래 문명사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종교는 불교 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한국 불교는 지금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하는 스님이나 재가자들도 꽤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재료라도 요리를 잘해야 훌륭한 음식으로 탄생할 수 있는 법이다. 불교는 좋지만 불교를 이끌어가는 구성원들은 싫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때 한국 불교의 미래도 있을 것이다. 

[전경윤 교계문화부장]


 
 

전경윤 / kychon@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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