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효스님의 대승기신론소 투르판 본 단간
인터넷 포털과 각종 언론에 원효스님의 대승기시론소 最古本이 발견됐다고 시끌벅적하다. “기존 최고본인 돈황본 보다 무려 200년이나 앞선 투르판 본이 존재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논란의 발단은 잘못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기자회견까지 마련한 동국대 불교학술원 HK연구단 때문이다. 물론 동국대는 기자회견장 현장에서 이를 수정하고, 추후 정정 보도자료도 배포했다.

사실 이번 사태는 논란이 아니라, 그저 해프닝이다. 그런데 참으로 위험한 해프닝이다. 그러나 누구를 탓할 것인가? 앞뒤 제대로 살피지 않고, '최고본'이란 소리에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취재 부터 한 내 자신을 먼저 탓해야 할 것이다.
 
취재 이후 자료를 찾고, 자문을 구하며, 공부를 했다. 그 일부분을 나누고자 한다.
 
① 대승기신론과 대승기신론소는?
‘대승기신론소’를 논하기에 앞서 ‘대승기신론’부터 이야기 하고자 한다. 대승기신론은 1~2세기경 인도 마명스님이 저술한 논서 이다. 말 그대로, 한자 그대로 번역하면 “대승불교에 대한 믿음을 일으키는 논서”라는 뜻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을 하나 더 하겠다. 곧 대승기신론과 대승기신론소는 다르다. 어떻게 다른가? 원저와 주석서이다. 이는 곧 대승기신론의 집필자는 1명이만, 주석서의 저자는 여러 명이고, 그 필사본은 더욱더 많은 사람들에 의해 대량으로 양산되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인도스님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대승기신론의 산스크리트본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곧 저자가 불명확 하다는 뜻이다. 2세기 경 인도에서 살았던 저자의 논서가 6세기경에 중국에서 한문 번역본으로 읽히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현재까지 학계에서는 대승기신론이 인도가 아닌 중국에서 만들어진 “위경이다.”, “아니다.”를 두고 100년 이상 논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물증은 없고, 결론은 아직 안 났다.
 
② 대승기신론소 ‘最古本’은?
논서에 주석을 달면 끝에 ‘소’를 붙인다. 앞서 말했듯이 대승기신론의 주석서 즉 ‘대승기신론소’는 여러 개다. 그 몇몇 주석서 중 자랑스럽게도 원효스님의 대승기신론 주석서가 당대에 이미 중국 본토에서 차용될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엄밀히 이야기 하면 원효스님의 주석서가 곧 ‘대승기신론소’는 아니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원효스님의 대승기신론소를 줄여서 ‘원효소’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가장 빠른 대승기신론 주석서는 언제 만들어 졌을까? 원저인 대승기신론의 한문본이 551년에 만들어 졌고, ‘最古本’ 대승기신론 주석서는 570~80년에 집필 된 것으로 추정된다. 불행히도 ‘最古本’ 대승기신론소의 작자는 미상이다. 이 ‘最古本’ 대승기신론소는 돈황에서 발견 되었고, 현재 일본에 보관 돼 있다.
 
③ 원효스님의 대승기신론소는?
원효스님은 617년에 태어나 686년에 입적했다. 당연히 원효스님의 대승기신론소 즉 ‘원효소’의 필사본은 입적 후인 680~690년대에 중국으로 넘어갔다. 이후 700년부터 중국 본토에서 읽혔다. 이후 중국의 서쪽 끝 돈황까지 전파된 것은 8세기 이후 이다. 즉 돈황문서에 나오는 원효소의 추정연대가 8~10세기인 이유는 너무나 상식적인 결론이다. 인도스님이 썼다는 원저 ‘대승기신론’의 산스크리트본은 발견되지 않았고, 가장 오래된 주석서의 저자는 미상이다. 그러나 원효스님은 이들과 달리 실존인물로, 뚜렷한 생물연대가 있다.
 
특히 원효스님의 대승기신론소는 국내가 아니라 일본의 1696년 본을 저본으로 한 '대정신수대장경본'에 수록돼 있다. 그것도 온전하게 말이다. 물론 돈황에서 발견된 필사본과 일본에서 보관 중인 저본이 무려 800년의 시간차이가 있기에, 돈황본 필사본과의 비교 연구는 학계의 중요과제이다.
 
④ 돈황본 vs 투르판본 vs 단간은?
이번 헤프닝의 요점은 “원효소의 투르판본 단간 발견”으로 요약된다. 먼저 단간이란 무엇인가? 떨어지거나 빠진 완전하지 못한 글이다. 쉽게 이야기 하면 원효소 필사본 조각이다. 조각은 무슨 의미인가? 스님의 사상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다.
 
현재 전 세계에 분포된 원효소 사본은 모두 7점이다. 그중 돈황본이 5점이고, 트루판본은 2점이다. 연구과제와 중요성에 있어서 당연히 돈황본이 앞선다. 투르판본 단간은 원효소 필사본이 돈황을 거쳐 트루판까지 이동했다는 지역적 의미가 더 크다. 곧 트르판본 단간은 애당초 ‘시간’이 아니라 ‘공간’이 중요했던 것이다. 원효스님의 저서와 사상이 이곳까지 전파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자료인 셈이다.
 
참고로 전 세계 7점의 원효소 사본 중 돈황에서 발견된 5점의 원효소 사본은 영국의 대영도서관에 1점, 중국의 중국국가도서관에 1점, 러시아의 러시아 사회과학원 동방연구소 쎙뻬쩨르부르그 분소에 3점이 보관돼 있다. 투르판본 2점은 독일의 베를린브란덴부르크과학원에 보관돼 있다.
 
특히 最古本 논란이 불필요 했던 이유는 이를 발견하고 논문을 쓴 중국 상해 사범대 딩위엔 교수의 논문을 그대로 인용해 설명하겠다.
 
“요컨대 현재까지 확보한 이 7점의 사본은 모두 두루마리본이기 때문에 비록 그것들의 구체적인 필사자와 필사연대는 알지 못하더라도 각 사본의 지질과 자체의 스타일을 통해 대략적으로 8~10세기에 필사 되었다고 단정할 수 있다. 필사본이기 때문에 오자, 와자, 탈자, 연자 등을 피하기 어려웠지만 일부 문자는 대정장본을 교감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④ 돈황본 vs 투르판본 무엇이 다른가?
동국대의 원효 最古本 헤프닝의 정점은 원래 배포된 보도자료에 나오는 “돈황본 보다 200년 이나 앞선 투르판본 단간이 발견되었다.”에서 시작한다. 우선 짚고 넘어갈 점은 원효스님의 대승기신론소 즉 ‘원효소’의 투르판 본이라는 것은 학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용어가 아니다. 흔히 돈황과 투르판 등 중국의 서역 지역에서 발견된 문서들은 일반적으로 ‘돈황문서’라고 부른다. 투르판 본을 발견한 중국 상해 사범대 딩위엔 교수 또한 자신의 논문에 투르판본이라는 단독 명칭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의 논문 제목은 “돈황·투르판 출토 원효 <대승기신론소>잔권 고찰‘이다.
 
⑤ 왜 돈황본이 중요한가?
중국 한나라 무제 때 사신 장건에 의해 광활한 중국대륙 서쪽 끝, 서역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중국 상인들은 이 길을 통해 낙타에 비단을 싣고 유럽까지 가서 팔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실크로드의 탄생이다. 서기 366년에 바로 이 지역에서 한 스님이 절벽에 굴을 파고 수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1천년, 14세기 까지 무려 천여 개의 석굴사원이 만들어 졌다. 바로 중국 3대 석굴 중 하나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둔황 막고굴 이다.
 
사막 위에 세워진 인류 최고의 불교문화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둔황 막고굴은 1900년에 인류에게 커다란 보물을 선사했다. 천여 개의 동굴 중 17호 굴에서 불교경전 등 5만점 이상의 각종 문서가 발견된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혜초스님의 왕오천축국전도 바로 이곳에서 발견 되었고, 이곳에서 발견된 다량의 문서를 연구하기 위해서 '돈황학'이란 학문이 탄생됐다.
 
실크로드를 오가는 상인들의 간절한 불심과 막대한 재력은 다양하고 많은 불교경전이 이곳에 모인 제일 큰 이유다. 또 동굴사원과 건조한 사막의 기후는 경전의 보존을 용이하게 했다. 특히 동아시아 불교의 원류인 중국이 문화혁명을 겪으며 많은 사찰과 경전이 파괴 되는 동안에도, 중국의 변방 서쪽 끝이라는 지리적 이점으로 ‘돈황 문서’는 온전히 보존 될 수 있었다.
 
뒤집어 이야기 하면 동아시아 불교의 원류 중국 본토의 다른 지역에는 이렇게 양과 질, 보존 상태까지 훌륭한 古 불교경전과 서적이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이는 곧 1900년 이후 세계 곳곳으로 흩어진 다양한 最古本의 대다수가 돈황문서 일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⑥ 우리에게 원효 ‘最古本’은?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는 점점 더 최고 찾기에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 인문학과 종교까지도 최대와 最古찾기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본 기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 같은 장문의 칼럼은 기자 스스로  쓴 반성문이다. 원효스님이 우리에게 중요한 이유는 스님의 사상 때문이지, 스님 저서의 오래된 필사본 조각 때문은 아니다. 선후가 전도된 最古 찾기에  동참한 것 같아 부끄러울 뿐이다.
 
홍진호 기자 / jino413@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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