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종교에서 10.27 기념관 설립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어"

▲ 월정사 부주지 원행스님

 양창욱 : 13일 '양창욱의 아침저널' 1부 ‘불교를 말하다’ 시간입니다. 오늘 '불교를 말하다'에서는 불교계 최대 치욕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는 10.27 법난, 이 법난에 대해서 월정사 부주지, 원행스님과 이야기나눠보겠습니다. 스님 나와계시죠?
   
원행스님 : 네 안녕하십니까.
   
양창욱 : 아침 일찍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원행스님 : 복 많이 받으십시오.
   
양창욱 : 이제 불자들에게 10,27법난이 많이알려졌죠. 그래도 어떤 사건이었는지 개략적으로 한번 설명해주십시오.
   
원행스님 : 네 이 사건은 1980년도, 35년 전에 일어난 정부에서 군부집권자들이 불교계를 탄압한 사건입니다. 우리 1600년 불교사의 치욕적인 사건이라고 볼 수 있죠.
   
양창욱 : 당시 신군부가 왜 이런 일을 벌인겁니까?
   
원행스님 : 그 당시에 신군부 세력은 국정이 혼란스러운 빌미로 불교를 잡았었습니다. 불교를 내부에 교란을 시키면서 이간질시키면서 정치도구화하려고 했던거죠.
   
양창욱 : 신군부가 불교를 정치도구화 하고 싶었군요?
   
원행스님 : 네 희생양으로 삼은거죠.
   
양창욱 : 신군부가 그렇게 해서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나요?
   
원행스님 : 그 당시 집권 세력에 대한 주도권에 대한 부분이었죠.
   
양창욱 : 그 때 불교계가 특별한 저항이나, 속된 표현으로 신군부의 눈에 거슬리는 짓을 했나요?
   
원행스님 : 그 당시에 총무원장 스님이셨던 월주 스님께서 정부에 순응하지 않고 불교 자주권을 지향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할 수 있죠.
   
양창욱 : 네 그렇군요. 당시에 스님께서도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으셨죠?
   
원행스님 : 그렇습니다. 저는 오대산 월장사의 재무소임을 보고있엇습니다. 그 당시 오대산 월정사는 잘 아시다시피 1950년 6.25사변 때 아군에 의해서 전소된, 탑만 남은 도량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조실 탄허 큰스님을 모시고 은사이신 만화 스님이 주지로 계시면서 폐쇄된 절을 복원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는 와중이었습니다. 그 때 10. 27 법난이 일어났었습니다.
   
양창욱 : 그 당시에 10.27 법난이 전국적으로 일어난 것이었습니까?
   
원행스님 : 그렇습니다. 신군부세력이 전국 총무원을 중심으로 해서 원장스님은 물론이고 그 당시 집행부에 있던 분들과 전국교구본사 본사 주지, 인사를 담당하는 총무스님, 재정담당하는 재무스님 등을 강제연행했습니다. 또 주요 사찰 주지, 보문사나 낙산사라던지 오대산 상원사라던지 이러한 중요한 거점 사찰의 스님들을 집중적으로 강제연행해서 수사했었죠.
   
양창욱 : 전국적으로 많은 스님들께서 피해를 보셨겠어요. 몇분이나 피해를 보셨습니까?
   
원행스님 : 연행된 분은 아까 그분들 말고도 약 160여명 정도가 연행 돼서 심지어 삼청교육대까지 갔었습니다. 간첩집단 아니면 부정축재 혐의로 무자비하게 고문하고 탄압했었죠. 특히 도선사 주지셨던 혜승스님 같은 경우에는 지금도 후유증을 앓고 계십니다. 이제는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고 몇분 안남아 계십니다.
   
양창욱 : 스님께서도 당시에 신군부에 의해서 연행이 되셨습니까?
   
원행스님 : 저는 그 당시에 월정사에서 재무업무를 보고 있었는데 마침 1979년도에 박정희 대통령께서 10월 26일날 궁정동에서 그런 사태가 벌어지고난 (1년) 뒤였습니다. 그날 저는 법당에서 호국안보에 대한 기도와 추모제를 마치고 난 후 새벽에 연행됐는데요. 원주에 있는 천일공사라는 보안부대가 있습니다. 거기에 끌려가 간첩 다루는 곳에서 물고문 등 갖가지 고초를 겪었고 강제로 자술서를 쓰게 만들었습니다.
   
양창욱 : 어떤 것을 쓰게 하던가요?
   
원행스님 : 무엇 때문에 스님이 됐느냐. 월정사 재무를 10년 하는동안 부정축재를 얼마나 했느냐 여자가 어디에 있느냐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또 제가 <문학과 비평> <창작과 비평> <씨알의 소리> 등을 읽고 중요한 부분 밑줄 그은 것을 보고 간첩암호 아니냐며 혹독한 고문을 하고 조사했습니다. 그리곤 억지로 자술서를 쓰도록 강요했습니다.
   
양창욱 : 그 곳에 며칠이나 갇혀계셨습니까.
   
원행스님 : 일주일 가량이었고 이후에도 한달동안 조사를 당했는데 조사를 해도 아무런 혐의가 없으니까 뒷조사를 굉장히 오랫동안 당했습니다. 따라다니면서 보이지 않게.
   
양창욱 : 그래서 이제 10.27법난에 대해 종단차원에서도 보상과 구제, 진실규명을 위한 위원회가 구성돼 있지 않습니까?
   
원행스님 : 그런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양창욱 : 위원회 활동에 바라고 싶은 것은 없으십니까?
   
원행스님 : 저는 35년 전 일이기 때문에 새로운 젊은 스님들이나 젊은 불자들이나 또 이 시대분들이 1600년 한국 불교 역사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잊거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불교 역사에서 전승과 계승이라는 뼈아픈 고통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이러한 정신이 계승되기를 바랍니다. 물질적 보상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으로, 신군부 세력에 의해 한반도의 5000년 역사 속에서 한국불교의 치욕적인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으로 종교가 이용될 수 있었다는 것을 항상 우리가 깨닫고 자성해야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런 생각에서 총무원에서 주관하는 전국제, 강연회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천과 강원도에서 했고 그제는 제주도와 울산, 광주 등에서 했습니다. 지금 경기도 서울 지역은 아직도 못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그 당시의 증언에 의해 그 정신이 계승되고 그 사상이 계승되기를 바랍니다. 우리 불교가 정치에 언제든지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합니다. 이렇게 자기 집권세력의 도구로써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우리가 자성하면서 불교를 지켜나가야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양창욱 : 그러시군요. 그래서 이제 10.27 법난 기념관도 설립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올해 기념관 설립에 2백억원을 지원해주기로 했는데, 지나친 종교 특혜가 아니냐, 이런 시각들도 우리사회 일각에서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원행스님 : 네 기념관 설립은 집행부에서 원장스님 이하 관련 스님들이 추진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다른 종교에서는 그러할 거 아닙니까? 특정 종교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양창욱 : 지난 달에 『월정사 탑돌이』를 출간하셨죠?
   
원행스님 : 부끄럽습니다.
   
양창욱 : 이것도 역시 10.27 법난에 대한 내용입니까?
   
원행스님 : 그 안에 10.27 법난에 대한 저의 짧은 소견과 실제 공감하는 부분, 잘못된 부분을 여러차례 강조한 부분이 들어있을 겁니다.
   
양창욱 : 그러시군요. 이게 특별하게 이 책을 출간하게 되신 계기가 있습니까?
   
원행스님 : 저는 월정사 탑돌이가 국가 지정문화재로 지정돼야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그런 문화가 지역주민과 함께 이루어져 세계적인 도량으로 부상하여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런 정신이 계승되어야합니다. 지금 조계사에도 탑이 있고 해인사, 쌍계사도 있고 선각사에도 탑이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40여개 사찰이 똑같은 8각 9층 석탑을 조형해서 탑돌이를 하고 있고 기도를 봉행하고 있습니다.
   
양창욱 : 네 스님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말씀 잘들었습니다 스님.
   
원행스님 : 감사합니다.
   
양창욱 : 지금까지 10.27 법난 피해자 대표이자 월정사 부주지 원행스님과 함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양창욱 / wook14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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