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동국대학교 총장선출을 논의하기 위한 학교법인 동국대 이사회가 오는 15일 열린다.
동국대가 자리하고 있는 중구 필동과 조계종 총무원이 위치한 견지동 일대에서는 벌써부터 보광스님의 총장 선출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 본 기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지난달 16일 이사회에서 동국대 이사회가 보광스님을
차기총장으로 선출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간 짧지 않은 기간 동국대 이사회를 지켜본 입장에서 볼때 총장선출이 강행될 것으로 예상했고, 동국대 구성원 중에서도
이런 생각과 같은 이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같은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이후 교수협의회와 교직원, 총학생회 등에서는 종단의 선거개입 중지를 촉구하며
연일 강경발언을 쏟아내고 있으며, 각종 고소고발도 난무한 상태이다.
학내에서 다양한 해법들이 나오고 있지만 최고의 지성이라는 학내 교수들조차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다르고, 제시했던 해법 또한 7~8가지에 이른다.
교수협의회는 가칭이지만 종단에서 자주 쓰는 ‘화쟁’이라는 단어의 ‘위원회’를
만들자고 나섰다. 본 기자의 섣부른 판단일수 있으나 까닭 없는 답답함과 씁쓸함을 지우기 어렵다.
 
하지만 동국대 총장선거의 문제점과 현재와 같은 후폭풍의 가능성은 사실 김희옥 총장의
자진 사퇴 이전부터 존재했다.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지난 8년 간 두 명의 총장이
외부영입에 의해 선출 됐을 때 이미 시작 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개인적으로는 부풀대로 부풀어 터지기 일보 직전의 풍선이 종단의 여러 상황변화와 미숙함에 의해 터진 것으로 본다. 김희옥 총장은 사회적 명망가이자 동문이며 신심 있는 불자이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김 총장의 자질과 능력,
또 총장으로서의 지난 4년간의 성과와는 별개로 김 총장은 이사회의 외부영입에
의해 선출된 총장이었다. 지금 비판이 대상이 되고 있는 이사회, 그리고 종단과 무관하지 않다는 뜻이다.
 
곧 현재의 혼란은 구성원의 참여가 배제된 총장선출 제도의 구조적인 모순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보여진다.
 
지난해 10월 동국대 총장선출 관련 첫 기사를 쓴 후, 칼럼 등을 통해 동국대 총장선출의
공론화 과정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당시에는 김 총장의 재임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었기에, 이는 곧 김 총장에 대한 비판이었다. 칼럼에서 김 총장에게 “업적에 대한 평가와
함께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이 공약으로 나올 때 학교와 동문, 학생 등 구성원들이 믿고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김희옥 총장에 대한 제언이었지만, 사실 총장후보자들과
이사회, 학교 구성원 등 현재 동국대 사태를 걱정하는 모두에게 한 제언이었다. 현재의
동국대, 특히 총장선출과 관련해서는 후보자로 나선 총장 개인의 의지만을 가지고 제도와
여러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지난달 11일 김희옥 총장이 종단의 선거개입 논란 속에 자진사퇴를 했다.
 
이후 본 기자는 BBS 아침저널에 출연해서 동국대 총장선거의 종단개입 논란을 비판했고,
이후 BBS NEWS 취재수첩에 출연해서는 “과정이야 어떻든 대외적으로 불교계가 인재를
모셔 올 때는 삼고초려를 하고 떠나보낼 때는 점심 한 끼를 대접한 것으로 비춰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길게 지난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 낸 것은 동국대 총장선거는 김 총장 사퇴 이전이나
이후에나 공론화의 과정이 부족했음을 이야기 하고 싶어서다. 더 세부적으로 이야기하면
총장선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금 동국대가 총장선거의 종단개입 논란 속에
후폭풍이 거세지만, 김희옥 총장의 자진사퇴 전의 동국대 총장선거가
과연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을 거쳤느냐고 되묻고 싶다.
 
만일, 지난 11일 발생한 종단개입 논란이 없이, 김희옥 총장이 재임에 성공했다면,
그것으로 족한 것인가? 동국대 총장선거 제도의 문제점이 사라지는가? 오히려 동국대는
여전히 허술한 총장선거 제도 속에 언제 터질지 못할 시한폭탄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종단이 이번 김희옥 총장 사퇴와 관련해서는 시기와 방법 등에 있어서
비판을 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후폭풍이 교수와 교직원, 학생들 사이에서 더욱
이슈화 되고 있고, 이들의 비판이 더욱 높은 것은, 지난 8년 간 동국대 이사회가
외부영입 총장에 의해 강도 높은 학교 개혁을 강행한 결과이다.
 
대학 평가 등 객관화된 수치로 학교의 각종 수치는 올라갔으나, 회사와 기업에서 쓰는 본부장 제도로 행해졌던 여러 구조조정으로 학내 구성원들의 자존감은 아마 깊은
상처를 입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사실 현재 동국대라는 거대한 조직은 총장이라는 자리가 전권을 행사할 수 없다. 실질적인
권한은 이사회에서 나오고, 이 이사회의 뿌리는 종단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 누가 총장이 되 든 종립대학 총장직은 여러 제한 속에, 할 일은 많고, 비판은 많이 받는
외로운 자리이다. 지난 8년 외부총장은 학교 구조 개혁이라는 이사회의
의지를 성실히 수행했고 결과로서 증명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 할 것이다.
 
오영교 총장과 김희옥 총장 또한 그 개혁의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비판과 어려움에
처했는지는 학교 구성원들이 더욱 잘 알 것이다. 그래서 김희옥 총장이 물러나게 된
이번 사태가 더욱 가슴 아프다.
 
여하튼 오는 15일 차기총장 선출 문제가 학교법인 동국대 이사회에서 다시 한 번 논의된다.
많은 이들은 이사회가 ‘누구’를 뽑을 지가 아니라 ‘어떻게’ 뽑을지 '과정'에 더욱 집중해 주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늦게 가더라도 바르게 가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 학교는 기업이 아니다. 어찌 보면 결과보다 과정이 더욱 중요하다. 동국대학교의 발전은 총장 개인의 의지만으로 될 수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동국대 이사회에 묻고 싶다. 과연 무엇이 겁나느냐고? 총장선임은 이사회의 몫이다.
그러하기에 더더욱 누구나 납득할 만한 방법으로 총장이 선출 되어야 한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총장선거 개입 논란 와중에 나온 ‘스님 총장이어야 한다.’는
종단의 입장도 문제이지만, ‘스님 총장은 안 된다.’는 문제제기도 핵심을 벗어난
양 극단으로 여겨진다.
 
‘종단’은 보광스님을 ‘스님’으로만 보았고, 학내 구성원들 또한 보광스님을 동국대를 졸업한
동문이자, 한평생 불교학을 연구한 동국대 교수로 보지 않고, ‘스님’으로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닌 가 우려된다.
 
‘스님’이라는 이유만으로 특혜를 받아서는 안 되고, ‘스님’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 되어서도
안 된다.
 
동국대 이사회는 ‘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어떻게’ 뽑을 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1학기 정도 행정공백이 야기 되더라도 동국대 모든 구성원들의 의견과 여론을
수렴해 총장을 선출해야 한다. 
 
‘누가’ 아니고 ‘어떻게’ 총장을 선출 할 것인가? 동국대학교의 발전을 바라는
모든 이들의 바람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국대 이사회가 총장선출을 강행한다면, 동국대는
지난 8년 외부총장 영입이라는 시스템의 한계와 부작용을 극복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되지 않을까 ? 이는 본 기자만의 걱정이 아닐 것이다.

홍진호 기자 / jino413@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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