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날 아침 불교방송에 놀러오신 수녀님'

▲ 이해인 수녀님

양창욱 : 25일 '양창욱의 아침저널' 3부, 목요일 3부는 그립고 보고싶었던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목요스페셜, 그사람 지금' 시간인데요, 언제나 우리 사회에 가장 따뜻한 위로가 돼 주시는 분들 가운데 한 분이시죠. 이해인 수녀님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해인 : 네, 안녕하세요.

양창욱 : 네,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이해인 : 그냥 잘 지냈죠. 부산은 날씨가 포근하네요.

양창욱 : 네. 부산에 계시죠. 아, 그런데 수녀님 사투리를 안 쓰시네요?

이해인 : 부산에 있다고 다 사투리쓰는 건 아니죠. 고향은 다른 데니까요.

양창욱 : 그러시군요. 불교 입장에서는 이웃 종교의 참 축복스러운 날입니다. 이런 날에 불교방송에 출연하시는 것도 여러모로 참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해인 : 불교하고 우리는 동반자로 잘 지내니까요.

양창욱 : 네. 맞습니다. 처음 출연요청을 받으셨을 때 당황하지 않으셨어요?

이해인 : 전혀요. 오히려 기뻤죠.

양창욱 : 그러시군요. 1964년에 수녀회 입회하셨으니까 올해 입회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기분이 어떠신지요?

이해인 : 아 뭐 스스로 지나온 그 세월의 선물에 대해서 감사하고요. 많은 소중한 인연들에 감사하고, 온통 감사한 것 뿐이죠.

양창욱 : 지금 부산 광안리에 계신다고 하셨잖아요? 거기는 지금 날씨가 서울보다 따뜻하죠?

이해인 : 네. 따뜻하고 그래서 좀 있다가 '노래 미사'할 겁니다.

양창욱 : 네. 오늘 하루는 또 그렇게 보내시는군요. 일단 근황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몇 가지 더 여쭙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종교를 초월해서 수녀님의 건강을 많이 걱정하고 계십니다. 요즘 건강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이해인 : 글쎄, 미래에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지금 현재로써는 그냥 암과 투병중이라는 말보다 동행한다고 하면서 긍정적으로 씩씩하게 견디니까 잘 참아주는 것 같아요 아직은, 일상생활하는데 지장없으니까요.

양창욱 : 일상생활을 하는데는 지장이 없으시군요. 다행입니다.

이해인 : 네.

양창욱 : 수녀님과 불교계와의 인연이 참 깊다... 이런 말씀들을 참 많이 하십니다. 특히, 수녀님하고 법정스님과의 인연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어떤 인연으로 만나셨죠?

이해인 : 아, 제가 1976년도에 '민들레의 영토'라는 첫 번째 시집을 냈을 때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있던 제 친한 친구가 스님을 너무 좋아해서 꼭 책을 하나 보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보낸 것이 계기가 되어서 스님께서 답장을 해주셨고 수십년 동안 글도 나누고 방문도 하고 그렇게 됐죠.

양창욱 : 맞습니다. 그러니까 수녀님이 처음 내신 시집이 '민들레의 영토'에요?

이해인 : 네. 76년도 봄에요.

양창욱 : 제가 어릴 때 동시 다음에 처음 접한 시집이 '민들레의 영토'입니다. 거기 '해바라기 연가' 이런 시도 있잖아요.

이해인 : 네.

양창욱 : 그런데 수녀님은 처음 뵀던 법정스님에 대한 첫인상, 어떤 느낌을 갖고 계시죠?

이해인 : 글쎄, 소나무 같은 느낌? 그냥 소나무가 아니라 바위 위에 자라는 소나무 같은 그런 느낌.

양창욱 : 그럼 좀 대하기 어려우셨겠어요?

이해인 : 그런 기품 같은 게 느껴졌고, 김수환 추기경님은 느티나무 같고 법정스님은 소나무 같다고 했더니 어떤 불자가 저한테 악플을 달았더라고요.

양창욱 : 어떻게요?

이해인 : 왜 스님을 한 단계 더 낮추냐는 식으로요. 나무가 다르다는 것 뿐인데... 그래서 참 방송이라는 게  조심스럽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양창욱 : 아닙니다, 편안하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수녀님. 그럼 꽤 오랫동안 우정을 나누신 거네요?

이해인 : 그렇죠. 사실 만난 횟수는 그렇게 많지 않지만, 편지로 스님이 한지에 좋은 말씀 써서 보내주시고 농담도 많이 하시고 저한테 그러셨어요.

양창욱 : 법정스님이 수녀님에게 야단맞고 싶으면 언제든지 나에게 오라, 이런 말씀하셨다면서요?

이해인 : 네. 그냥 그거는 친근감의 표시로 그렇게 말씀하신 거였고요. 진짜 야단 같은 것은 외적으로 이제 글씨 같은 거 못알아보게 쓰고 그러면 그런 것 가지고 막 화를 그렇게 내시고 그랬어요. 수행자가 글씨를 반듯하게 써야 한다면서요.

양창욱 : 네. 아휴 참~ 돌아가신 법정스님 생각이 좀 나고 그럽니다. 그런데 법정스님께서 대식가라는 별명을 붙여주셨다는데 평소 식사량이 많으신가요?

이해인 : 전혀 아닙니다. 동료 수녀님들하고 똑같이 먹는데 제가 똑같은 분량이라도 맛있게 먹으니까 괜히 하신 말씀 같아요.

양창욱 : 짖궂게 장난스럽게 말씀하신 거군요?

이해인 : 기분이 좀 안좋죠. 아니, 똑같이 먹었는데 나만 그런 별명을 주냐고, 그러니까 정다움의 표시로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아요.

양창욱 : 네. 수녀님 나오시니까 문자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몇 가지만 바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6694님 반갑습니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를 너무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수녀님의 건강을 많이들 걱정하고 계십니다.

이해인 : 네. 덕분에 잘 지낸다고 전해주세요.

양창욱 : 불자들의 마음입니다. 4329님 성당 수녀님들과 신부님들은 항상 따뜻하세요. 앞으로도 따뜻한 마음을 표현하는 성직자가 되어주세요. 라고 문자 주셨습니다.

이해인 : 분발하겠다고 전해주세요.

양창욱 : 네. 요즘에도 절에서 공양을 자주 하십니까?

이해인 : 요즘도 바쁘기도 하고 그래서 자주는 못가지만 오늘도 성탄 때가 되니까 스님들이 문자를 주시더라고요. 몇 년 전에는 저희 동기 선생님들 하고 땅끝마을 미황사에 금강스님한테 가서 융숭한 대접을 받았고, 또 한 3-4년 전에는 안동에 있는 관음사라고 있는데 거기 원종스님이라고 비구니 스님이 너무 맛있는 절음식을 해서 주시고 그래서... 절에서 먹는 밥은 항상 맛있더라고요. 송이버섯도 구워주시고, 그래서 요즘은 자주 못가지만 부산에서 가끔 통도사 같은 데 가고 그래요.

양창욱 : 수녀님들하고 비구니 스님들은 유난히 친하신 분들이 많잖아요? 서로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그러신가요?

이해인 : 얘기를 해보면 통하는 부분이 있고, 배우는 것도 있고 대부분에 스님이나 불자님들은 조용하고 인품이 남다르게, 향기롭다고 할까요? 제가 개인적으로도 주위에 불자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양창욱 : 수녀님 전국 어느 사찰을 가셔도 다 환영받고 그러시지 않나요?

이해인 : 네. 굶지는 않겠어요.

양창욱 : 네. 수녀님하고 비구니 스님, 두 분이서 손을 잡고 걸어가시는 모습을 제가 마포에서 본 적이 있는데 참 보기가 좋더라고요.

이해인 : 네.

양창욱 : 5261님 문자 주셨습니다. 이해인 수녀님 너무 반갑습니다. '민들레의 영토'로 시를 알게 되었고 지금은 '희망은 깨어있네'로 위안삼고 있습니다. 꼭 건강하셔서 계속 좋은 글 읽게 해주세요. 고맙습니다. 이렇게 문자 주셨습니다.

이해인 : 저런 응원의 마음들이 모여서 저를 지탱해주는 것 같습니다.

양창욱 : 네. 맞습니다. 8823님 수녀님 건강하셔서 좋은 시 더 많이 읽게 해주세요. 이렇게 의견을 주셨습니다. 수녀님 참 꽃을 좋아하시죠?

이해인 : 누구나 좋아하죠.

양창욱 : 네, 그런데 특히 동백꽃 수녀라는 별칭도 있으시고, 또 구름 수녀다, 이런 별명도 있으시고,  별명들이 참 많으세요. 어떤 게 가장 마음에 드십니까?

이해인 : 구름이요. 클라우디아라고 세례명이 클라우디아거든요.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존재, 중간역할을 하는 구름, 법정스님께서 77년도에 일본말로 된 구름 사진첩을 보내주셨어요. 자기도 좋아하지만 임자가 따로 있다는 것 같다면서 그래서 제가 나중에는 현정스님께 법정스님 기념으로 기증했지만 너무 아름답고, 온갖 구름의 책, 77년 여름 법정, 이렇게 해서 구름 사진첩을 보내주셨어요.

양창욱 : 이런 인연은 제가 처음 듣습니다.

이해인 : 그래서 구름 스님에게, 이렇게 썼었죠.

양창욱 : 그러셨구나, 알겠습니다. 10년 전에는 향적 스님과 대담을 나누시고, 가장 최근에는 혜민스님과 토크 콘서트도 함께 하셨어요. 혜민스님과도 각별한 인연이 있으신가요?

이해인 : 네. 혜민스님은 왠지 조카느낌같아서 이모수녀님 그러면서 미국에서 카톡보내주시고 이번에 새로 나온 책도 스님이 많이 홍보도 해주시고 그러세요. 73년생이면 저랑 28년 차이인데도 스님이 만나면 굉장히 사랑스럽고 좀 정답게 느껴지고 그런 느낌이에요.

양창욱 : 그러시군요. 아, 혜민스님이 조카뻘이시군요.

이해인 : 네. 어려운 일이 있으시면 저한테 의논도 하시고 그럽니다.

양창욱 : 그래서 국민이모수녀님이라는 애칭도 얻으셨나요?

이해인 : 네. 제가 전주 교도소에 가서 탈옥수로 문제를 일으켰던 신창원 그 분도 제가 만나러 갔어요. 그 분도 편지 쓸 때마다 사랑하는 이모님, 이렇게 쓰세요.

양창욱 : 아휴, 그런 또 인연이 있으셨군요.

이해인 : 종류가 다양한 조카들이 많습니다.

양창욱 : 네. 참 말이 나왔으니 그런데 예전부터 불교와 천주교 사이가 인연이 두텁습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해인 : 우선 인간을 사랑하는 불교 하면 자비, 인 사상과 그리스도교의 사랑 이것이 굉장히 일맥상통하는 것 같고요. 모든 사람을 차별없이 사랑하는 그 마음, 평정심을 유지하는 수평적인 사랑과 수직적인 사랑이 조화를 이루는 그런 거 하며 수행의 의미도 그렇고, 용어는 다르지만 통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양창욱 : 네... 또 불교, 천주교 다 손목에 차는 것, 불교는 염주라고 하고요. 천주교에서는 묵주라고 하는데 이게 거의 비슷한 의미로 차는 건가요

이해인 : 많은 사람들이 묵주는 성모 마리아님에게 기도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기도문 자체는 성모 마리아에게 하지만 그 뜻 자체는 예수님의 일생을 환희, 영광, 고통의 신비를 통해서 예수님의 일생을 묵상하면서 성모님께 기도하는 뭐 그런 거거든요. 그래서 묵주하고 염주하고 많이 비슷하죠. 예쁜 구슬로 만들어진 것도요. 기도하는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양창욱 : 네. 아까 얼핏 언급을 하셨습니다만, 새 책을 내셨죠?

이해인 : 네. 올해는 교황님에 대한 트위터하고 지난달, 11월 하순에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처럼 이라는 시집을 냈죠.

양창욱 : 여기서 "동백꽃처럼 살고 싶다"고 말씀하셨는데 이게 무슨 뜻인가요?

이해인 : 굳이 설명을 하자면 필 때도 질 때도 동백꽃이 아름다우니까, 그 모습 그대로 상하지 않고 떨어지니가 죽을 때도 아름답게 죽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것을 간접으로 담고 있다고 봐야죠.

양창욱 : 그런데 수녀님 많은 꽃들이 있는데 왜 하필 동백꽃인가요?

이해인 : 아, 겨울에도 피고, 부산에 살기 때문에 남쪽에서 동백꽃이 굉장히 좋아졌어요. 동백섬도 있고, 수녀원에도  동백꽃이 많아요. 분홍, 빨강, 하양 여러 가지 색도 있고요.

양창욱 : 아, 부산에 동백꽃이 많군요. 그래서 부산 관련 노래에도 늘 동백꽃이 나오고 그런 거군요. 수녀님께서 쓰신 시 중에 통증 단상이나 암세포에 대한 푸념, 이런 시들을 보면 굉장히 아픔을 긍정적으로 이겨내고 있다, 이런 생각이 얼핏 들더라고요. 수녀님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인가요?

이해인 : 죽음은 생명이 멈추어지는 것, 숨이 안 쉬어지고, 또 다른 세계로 건너가는 것, 그런 거잖아요. 제가 이번 책에 특히 아픔에 대해서 많이 쓴 것은 저 자신의 아픔도 있지만 세상에 지금도 앓고 있는 다른 암 환자들,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많은 분들을 대신해서 제가 쓴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암세포에 대한 푸념, 이런 것도 재미있는 시라서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그런 것을 이렇게 잠깐 웃으라고 제가 쓴 겁니다.

양창욱 : (심각해져서 그런지) 웃음이 잘 안 나오던데요? 이건?

이해인 : 그런가요? 잘 노력하면 되던데...

양창욱 : 네. 그렇군요. 수녀님이 쓰신 글을 보면 유독 희망이나 감사라는 단어가 많습니다. 매사 감사하면서 희망을 품고 살아가기가 참 힘든 세상이잖아요. 요즘 같은 시대에는 특히나 힐링이 또 많이 필요하다고 하고, 어떤 역할을 종교가 해야 할까요?

이해인 : 종교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위로와 희망을 주는 것인데요. 그것을 가만히 앉아서 소극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열정과 용기가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이웃을 위해서라면 때로는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는 진정한 의미로써의 적극적인 용기가 필요한데 저도 많이 부족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 끊임없이 우리는 이기심에서 빠져나오는 노력을 해야지만 그나마 힐러, 위로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또 종교가 하는 역할을 고통 속에서도 의미를 찾아서 그걸 역 이용해서 축복의 기운으로 삼는다고 할까? 그런 역할을 힘들지만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양창욱 : 수녀님, 사람이라면 이기심을 갖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요?

이해인 : 그래도 빠져나오려 노력하지 않으면 아름다운 삶과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양창욱 : 네. 지난 8월인가요? 교황이 우리나라를 방문하셨는데 참 이웃종교인 천주교 가족들에게는 축복된 한 해였습니다. 그 때 직접 봬셨던가요?

이해인 : 못 갔습니다. 그냥 시만 하나 쓰고요.

양창욱 : 그러시군요. 그러면 개인적으로 수녀님 올 한 해는 어떤 한 해셨습니까?

이해인 : 개인적으로 그냥 자연의 나이가 이렇게, 수녀원에서 50년을 살았고, 밖에서 20년 살았고, 칠순이 되는 해라고 축하도 많이 받았는데 한편으로 부끄럽기도 하고 그랬죠. 그래도 한 마디로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은혜로운 한 해였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제 자신이 더 씩씩해졌다고 할까? 어쨌든 스스로 50주년을 자축하면서 대견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한 번 칭찬해주기도 하고, 그런 해였습니다.

양창욱 : 연세를 말씀하시니 제가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수녀님, 수녀님보다 훨씬 더 나이가 많으신 수녀님들도 많으시죠?

이해인 : 저희가 지금 500명인데 광안리에만 한 100여명이 살고 있고요. 500명 중에서 저는 100번 안에 드는 원로가 된 거죠. 그만큼 책임도 따르고요.

양창욱 : 그렇군요. 수녀님보다 더 연배가 높으신 수녀님들도 계시죠?

이해인 : 그럼요. 90대부터 20대가 공동체로 같이 사는데요.

양창욱 : 아, 90대에서 20대까지?

이해인 : 그렇죠. 90대이상인 분들은 다 돌아가셨지만, 올해만해도 5명이 돌아가셨는데 그래서 그냥 연세있는 수녀님들 아직 여러 분 있으시지만 어쨌든 세대를 뛰어넘어서 같이 함께 사랑의 길을 걸어가는 수도자들이죠. 사랑의 길을 좀 넓은 마음으로 걸어간다고 할까? 그런 노력을 하고 있죠.

양창욱 : 문자 소개 좀 더 해드리겠습니다. 9505님, 수녀님 반갑습니다. 건강하세요. 1312님 수녀님, 암과 동행하는 삶이라는 표현이 참 아기 예수님 같은 마음이시네요. 이렇게 문자를 주셨습니다. 5261님, 수녀님 정말 맑은 영혼의 소녀 같으시네요. 존경스럽습니다. 신간 꼭 읽겠습니다. 이렇게 문자들을 주셨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시는 문인이시니까 우리 불자님들과 함께 나눌만한 시 한 편을 추천해주시고 그 시를 지금 방송을 듣고 계시는 전국의 불자님들을 위해서 직접 낭송을 해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이해인 :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모든 말을 며칠 전에 쓴 동시인데 제목은 '새해에는 친구야!' 이런 시거든요? 제가 러브레터처럼 읽어볼게요.

'새해에는 친구야!'  - 이해인 수녀

웃음소리가 해를 닮은 나의 친구야, 밝아오는 새해에는 우리 더 많이 웃자, 해 안에 사는 기쁨을 날마다 새롭게 노래하자, 눈이 맑은 나의 친구야, 다시 오는 새해에는 우리 더 많이 착해지자, 푸른 풀밭 위 하얀 양들처럼 선하고 온유한 눈빛으로 더 많은 이들을 돕고,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자. 갈수록 할 일도 많고, 걱정도 많아 때로는 울고싶은 나의 친구야. 달려오는 새해에는 우리 좀 더 씩씩해지자. 힘차게 항해하는 바다 위의 배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희망의 사람이 되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떠날 줄 아는 한 척의 배가 되자. 언제나 그립고, 언제나 보고싶은 내 사랑하는 친구야.

이런 시입니다.

양창욱 : 네. 수녀님 시는 항상 참 쉽고 금방 와닿습니다.

이해인 : 고맙습니다.

양창욱 : 아니, 그런데 시 낭ㅅㅇ 목소리를 들으니까 수녀님 연배를 저는 알고 있는데, 전혀 그 연배로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이해인 : 네, 제가 목소리만 들려주고 몇 살 같으냐고 하면 대부분 한 10년, 20년은 젋게 봐요. 본래 나이보다. 목소리가 집안 내력인데 젊어요. 실제 나이보다.

양창욱 : 그러시군요. 수녀님 집안 전체적으로 목소리들이 다 그렇게 젊으신가요?

이해인 : 네. 어머니도 90세까지도 목소리가 항상 낭랑하고 소녀 같으셨어요.

양창욱 : 네, 그러시군요. 수녀님, 끝으로 전국 불자들에게 연말이고, 오늘 좋은 날이니까 덕담 한 마디 해주세요.

이해인 : 네. 그런 말이 있잖아요? '오늘 하루는 내 남은 생에 첫 날이다'라는 말처럼 매일매일 하루하루를 내 남은 생에 첫날이라는 생각으로 힘든 일이 있어도 그것을 좌절하지 않고 앞으로 희망으로 전진하는 불심가득한 불자들 되시라고, 그래서 아름답게 인생 여정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인내의 산을 넘고, 그러면 언젠가 승리하는 날이 있지 않을까, 이런 메시지를 드리고 싶습니다.

양창욱 : 네. 수녀님, 오늘 출연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해인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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