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천 의원이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중국 감숙성을 방문해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세계 모든 사람들이 둔황을 그리워하고
살아 한번쯤은 둔황을 다녀가기를 꿈꿉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인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천 의원은
실크로드의 '관문' 둔황에서 가진 시장과의 만찬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금으로부터 32년 전, 대학교 1학년 때
언제 가는 실크로드를 꼭 한 번 방문하리라 꿈꾼 후
국회의원이 되어서 찾은 ‘둔황’
 
그에게 둔황은 '꿈'이자 '이상향' 이었다.
 
둔황의 황량한 모래언덕을 그윽한 눈으로 바라보며
쓸쓸히 걸었던 50대 정치가는
자신의 삶이 꼭 저 모래언덕과 같다고 회고했다.
 
꿈 많던 젊은 시절, 이국의 뜨거운 사막 실크로드는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아직 펼쳐지지 않았던, 걸어보지 않았던 인생길이 곧 둔황의 실크로드가 아니었을까?
 
내가 어찌 알겠는가, 하지만 꿈과 현실이 나침반의 북과 남처럼 팽팽한 우리네 인생살이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지구상의 어딘가를 마음 속 이상향으로 삼고 살아 갈 것이다.
 
최 의원에게 '둔황'이 그러했다면 나에게는 '인도'가 그러했다.
 
인도철학과에 입학하고 대학 때는 돈이 없어, 직장을 잡고서는 시간이 없었다.
내내 가보고 싶었지만 쉽사리 갈 수가 없었다.
 
그러다 35살에 배낭 하나 메고 인도로 떠났다.
 
전 직장에서 막 차장 진급을 했을 때, 1년 휴직을 신청하고서야,
15년 만에 나의 이상향 '인도'에 가보게 됐다.
 
직장생활하면서 서울대 미대 학사편입을 준비했는데, 잘 안됐다.
3번째 떨어졌을 때, 나를 꽉 옥죄였던 내 인생의 나침반 바늘은 튕겨져 나갔다.
 
한 달 정도 인도 전역을 돌아 다녔다. 굽이굽이 인생길에 시련과 실패라는
갈림길을 만났는데, 어느 길로 나아갈지 몰라, 뜨거운 인도 대륙의 태양 아래서 방황을 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내 인생길의 항로를 점검했다.
 
인도를 다녀온 후, 다시 복직을 하고, 집을 사고, 결혼을 하고, 이직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내 인생길은 이전에 가보지 않았던 미지의 실크로드처럼 질주했다.
 
다시 최 의원 이야기를 하고 싶다.
불교계 기자로 일한지 12년 째 해외취재를 참 많이도 다녔다.
 
미국, 중국, 일본, 이라크, 사할린, 태국, 캄보디아, 스리랑카, 대만, 필리핀, 미얀마 등을
가 보았다.
 
중국만 해도 베이징, 상하이, 운남성, 보타 낙가산, 연변 백두산, 무석, 승덕,
이번에 감숙성 둔황 까지 다녀오게 됐다.
 
스님과 단 둘이 간 적도 있지만 그때는 단일 행사 방문이었다.
대부분 대규모 행사이었고, 적게 가더라도 가이드 2명,
그 지역에서 공부한 교수 1명 등 최소 10명 이상 이었다.
 
이번 둔황처럼 가장 적은 인원 6명으로 국외선 1번, 국내선 2번을 타며
이렇게 먼 거리를 간 적도 없지만, 무엇보다도 만나기 힘들다는 국회의원과
이처럼 오랫동안 일정 내내 근거리에서 여행을 한 적이 없었다.

그동안 불교계 기자로만 일해서 그런지 국회의원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는데,
최재천 의원은 참 소탈하고 박식했고, 무엇보다 곡차를 참 잘 했다.
 
짓궂은 중국 지방 정부 관료들의 '폭탄주' 공격을 웃으며 털어 넣고,
성 정부 지도자들과의 회담은 재치 있는 말솜씨로 좌중을 압도했다.
 
무엇보다 자신과 사회를 변화 시키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은
정치가로서의 본능이 그의 걸음걸음마다 묻어났다.
 
고등학교 시절 시인이 되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정치인이 되었다는 최재천 의원.
 
‘시인’과 ‘정치인’ 극과 극의 인생 좌표 같지만, ‘꿈’과 ‘이상’을
외곬수로 추구한다는 점은 더도 덜도 없이 똑같다.
 
시인이 언어로 자신만의 시 세계를 가꾸어 나간다면,
정치가는 현실정치로 이 세계를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향으로 장엄하고자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시인과 정치인 모두, 자신이 꿈과 이상이 클수록
현실에 더욱 많이 부대끼게 된다.
 
영하 15도의 겨울, 관광객들도 잘 찾지 않아 더욱더 황량한 실크로드의 사막을 거닐며,
최 의원은 아마 마음속으로 시 한편을 읊조렸을 것이다.
 
젊은 시절 그렇게 되고 싶었던 시인은 못 됐지만,
이제 정치가로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잘사는 세상을 만들어 보겠노라 다짐을 했을 것 같다.
 
얼굴 가득 활짝 피는 웃음꽃과 중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최재천 의원이
그가 바라는 정치를 펼치기를 바란다.
 
술 한 모금을 마시고 그윽한 중저음 목소리로
광야에서를 나지막이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는
둔황의 모래바람과 함께 아직도 내 귓가를 때리고 있다.
 
홍진호 기자 / jino413@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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