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가도 자민당 승리 자신감…아베노믹스 실패 비판도

● BBS 불교방송 ‘박경수의 아침저널’ (FM 101.9Mh / 07:30~09:00)
● 코너명 : ‘세계는 지금’
● 진행 : 박경수 앵커
● 출연 : 정치외교부 최재원 기자

[세계는 지금] 한주간의 지구촌 소식 가운데 하나를 골라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세계는 지금 시간입니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선언하면서 일본 정치권이 갑작스레 선거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이른바 ‘아베노믹스’가 실패했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아베 총리가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건데요. 오늘은 이 소식 자세히 알아보죠. 불교방송 보도국 최재원 기자 나와있습니다.
 
[앵커] 아베 총리가 어제 전격적으로 중의원 해산을 선언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본은 양원제죠. 참의원이 상원격이고, 중의원이 하원격인데요. 아베 총리가 어제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여기서 모레 21일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의원을 다시 뽑아야 한다는 얘기겠죠.
 
아베 총리가 중의원 해산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소비세 문제입니다. 아베 총리는 내년 10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인상을 1년 6개월 뒤로 연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금 제도에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국민들의 목소리도 듣지 않고 그냥 할 수는 없다는 거에요. 소비세 인상 연기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묻기 위해 총선거를 실시하겠다는 겁니다.
 
일본은 앞서 지난 4월 1차 소비세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한 조치였는데요. 기존 5%였던 소비세를 8%로 올렸습니다. 편의점에서 105엔 주고 사던 물건을 108엔을 내고 사야 하는 거죠.
 
그리고 내년 10월에 2차 소비세 인상이 예정돼 있었습니다. 8%에서 10%로 2% 포인트 추가로 올리는 겁니다. 105엔 하던 물건이 110엔이 되는 거죠.
 
아베 총리는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없다, 소비세 추가 인상 시점을 2017년 4월로 미루자, 이렇게 제안한 겁니다. 다만, 2017년 4월에는 경기 상황이 어떻다 하더라도 또 연기하는 일 없이 무조건 시행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선거에서 연립 여당이 전체 의석 가운데 과반 의석을 유지할 수 없다면 ‘아베노믹스’는 부정된 것이다, 이 경우에는 퇴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차기 총선거는 다음달 2일에 고시되고요, 투표일은 12월 14일입니다. 이번 중의원 총선거는 자민당이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했던 2012년 12월 이후 2년 만에 실시되는 겁니다.
 
의원 임기가 남았는데도 총리가 어떻게 중의원을 해산을 시킬 수 있나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텐데요. 일본 의원내각제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중의원들은 총리에 대한 불신임 등으로 내각을 견제할 수 있는데요. 이 경우 중의원들이 불신임 카드를 남발할 수 있으니 여기에 대항할 수 있도록 총리에게도 모든 중의원의 지위를 박탈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거죠.
 
그러나 실제로는 이런 취지와 달리 총리가 주요 정책이나 국정 과제에 대한 국민의 뜻을 물으려면 총선거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중의원을 해산하는 예도 많습니다. 이런 방식은 정책에 대해 국민의 판단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일종의 도박이 될 수 있죠.

 
▲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 : AP)
 
[앵커]
아베 총리가 왜 이 시점에 선거라는 승부수를 띄웠는지가 궁금하군요. 정치적인 노림수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죠. ‘두 가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지지율 추락과 초라한 경제 성적표입니다.
 
먼저, 아베 총리 지지율, 최근 계속해서 추락하고 있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서도 한차례 전해드렸습니다만, 아베 총리는 정치적 돌파구로 개각을 단행하면서 여성 장관들을 중용했는데, 이 가운데 두 명이 비위 의혹으로 잇따라 낙마했죠. 정치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안 그래도 추락하던 지지율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죠. 일본 NHK가 지난 7일부터 사흘동안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달 조사 때보다 8%포인트 하락한 44%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제 성적표가 초라합니다. 3분기 경제 실적이 나왔는데 예상보다 더 안 좋은 겁니다. 일본 내각부가 그제 17일 발표한 내용인데요. 물가 변동 영향을 제외한 7, 8, 9월 실질 GDP 잠정치가 지난 분기에 비해 0.4%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에요. 보통 이렇게 실질 GDP가 2분기 이상 연속 감소한 경우에는 경기 후퇴 국면이다, 경제 용어로는 리세션(recession)이라고 표현하죠.
 
일본 국민들의 소비 위축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지난 4월 소비세가 오른 이후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 지표를 통해 드러난 것이죠. 특히 일본 정부와 시장은 공격적인 엔저 정책 등으로 3분기에는 GDP가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겠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던거죠.
 
아베 총리로서는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지고 지지율이 더 떨어지기 전에 승부수를 띄워야 했던 겁니다. 그래서 소비세 문제를 건드린 거죠. ‘국민들이 살기 힘들다고 아우성을 치는 마당에 부담이 되는 세금을 또 올려야 되겠느냐. 국민들이 지금 시점에 소비세 인상을 원하는지 묻기 위해서 중의원을 해산하고 선거를 치러 보자’라는 것이 아베 총리의 논리입니다. 게다가 소비세 인상은 자민당이 아닌 지난 2011년 민주당 정권에서 결정했던 문제이니 투표로 민의를 물어보자는 겁니다.
 
[앵커]
아베 총리는 물론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겠고요?
 

[기자]
그렇죠. 장기집권 기반을 다지려는 포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지난 2012년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중의원 480석 가운데 294석을 차지했죠.
 
이번에 선거를 치르면 어떻게 될까요? 전문가들은 자민당이 중의원 의석을 최대 40석에서 50석 정도 잃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줄어들기는 하지만 이정도 수준이라면 여전히 과반을 확보하게 됩니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도 현재 31석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니까요.
 
게다가 야당인 민주당이 아베 총리의 지지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힘을 못 쓰고 있습니다. 한 자릿수 지지율도 나오고 있어요. 일본 국민들은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대단합니다.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선거로 가도 야당을 쉽게 압도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 이미 나온 것이죠.
 
▲ 일본 중의원 (사진:AP)

만약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장기 집권을 자신할 수 있게 됩니다. 당 내부에서도 이렇다 할 라이벌이 없어요.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던 사람이 자민당의 간사장이었던 이시바 시게루라는 사람인데요. 최근 “아베 총리의 재선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꼬리를 내렸습니다. 사실상의 항복 선언이었어요.
 
이변이 없는 한 아베 총리가 내년 9월 자민당 총재에서 재선에 성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총재 임기가 3년이거든요. 그렇다면 총재 임기가 끝나는 2018년 9월까지 안정적으로 정권을 이끌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앵커]
아베 총리의 노림수가 이런 것이군요. 그러나 앞서 봤듯이 일본 경제 상황에 빨간 불이 켜진 상황이에요. 아베 총리의 지지율을 지탱하던 것도 이른바 ‘아베노믹스’인데, 이 아베노믹스가 흔들린다면 아베 총리의 계획에도 차질이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아베 총리가 권력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도 경제 문제 때문이었고, 또 만약 권력을 내려놓게 된다면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는 것도 경제 문제입니다.
 
일단 아베 총리의 취임 당시 상황부터 짚어볼까요. 아베 총리는 이번이 두 번째 총리직이죠. 앞서 2006년 9월부터 2007년 9월까지 정확히 1년 동안 총리직을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총리직에 오른 것이 2012년 12월인데, 그 사이 5년 동안 일본 총리가 5명이나 바뀌었습니다. 모두 1년 정도 밖에 버티지 못하고 단명했죠.
 
총리들이 계속해서 교체된 원인의 밑바탕에는 경제 문제가 깔려있습니다. 경제 불황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두려움, 불만이죠. 일본은 1980년대 버블 경제가 붕괴되면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경제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 겁니다. 잃어버린 20년, 더 나아가서는 이러다 30년을 통째로 잃어버리겠다는 자조가 나오고 있습니다.
 
2011년에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라는 대형 악재까지 터졌고요. 또 엔화 가치가 지나치게 높은 이른바 ‘슈퍼 엔고’ 현상으로 수출 기업들이 맥을 못 추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2012년 말 다시 총리 자리에 올랐습니다. 총리 자리에 올라 생각해보니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 문제를 풀지 않으면 안되겠다, 경제에 ‘올인’해야겠구나 판단이 든 거죠. 그래서 내놓은 경제 정책의 방향이 바로 ‘아베노믹스’입니다.
 
[앵커]
일본 경제를 말할 때 꼭 등장하는 말이 이 ‘아베노믹스’인데요.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도 청취자들에게 풀어서 설명드릴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아베노믹스는 크게 보면 세 방향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아베 정권은 이 전략을 ‘세 개의 화살’이다 이렇게 표현하는데요. 첫 번째 화살은 일본은행의 과감한 금융 완화, 두 번째 화살은 정부의 대대적인 재정 부양, 세 번째 화살은 공격적인 성장 전략으로 정리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얼른 와 닿지가 않죠. 과감한 금융 완화라는 것은 엔화를, 그러니까 돈을 많이 풀겠다는 겁니다. 은행에서 돈을 찍어내고 정부 차원에서도 재정 부양 명복으로 돈을 풀고요.
 
이렇게 돈이 많이 풀리면 어떻게 될까요, 돈의 가치가 떨어지겠죠. 엔화가 싸지는 겁니다. 그렇다면 일본이 해외에 수출한 물건들의 값도 싸지겠죠. 다른 나라 물건들보다 가격이 낮아지니까 수출 경쟁력이 생깁니다.

수출이 늘면서 기업들이 살아나게 되겠죠. 그러면 노동자들의 임금도 늘어나고 자연스레 쓰는 돈도 많아지면서 내수도 살아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문제는 정부가 돈을 풀게 되면서 발생하는 재정적자인데, 이 부분은 국민들로부터 소비세를 걷어서 채우겠다, 이것이 아베노믹스의 대략적인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 그에 따라 엔화의 가치가 낮아지는 엔저가 바로 아베노믹스의 핵심입니다. 아베 총리가 집권 전에 자민당 총재로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윤전기를 돌려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 내겠다”라고 말했죠. 공격적인 양적 완화 정책을 쓰겠다고 대놓고 말한건데요. 이때부터 ‘윤전기 아베’란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요즘 엔저 현상이 계속 언급되는 겁니다. 찾아보니까 아베 총리가 취임하기 전이었던 지난 2012년 6월 1일 당시 일본의 100엔이 우리 돈으로 1506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제 17일자 환율을 보니 100엔이 943원입니다. 엄청나게 싸졌죠. 최근 들어 일본으로 관광을 떠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급격히 늘은 이유죠.
 
[앵커]
이게 우리나라의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는 거구요?
 

[기자]
네, 한가지 예로 자동차 수출을 보면요. 보통 미국에서 현대의 소나타가 일본 도요타의 캠리보다 2천~3천달러 정도 더 싸거든요. 그런데 최근 엔저로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가격을 내리면서 두 차종의 가격이 비슷해진 겁니다. 그렇다면 구매자 입장에서는 원래 비쌌던, 상대적으로 고급차란 인식이 있던 캠리를 사고 싶겠죠.
 
실제로 최근 엔저로 우리 자동차 기업들이 매출 타격을 입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내세우는 장점 중에 하나가 가격 경쟁력인데 엔저가 계속되면서 일본 기업들에게 밀리는 것이죠. 얼마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에서 일본의 엔저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죠. “이대로 가면 안 되겠다 생각해서 마음먹고 얘기한 것”이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아베노믹스를 추진했어도 앞서 지적했듯이 경제 지표가 나쁘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아베노믹스가 실패했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나온 GDP 지표에서 아베노믹스의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정작 중요했던 ‘성장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았던 겁니다.
 
일단 엔저로 대기업들의 실적은 개선됐지만 수출이 경기를 견인할 정도의 역할은 하지 못했습니다. 기대했던 낙수 효과가 없었던 것이죠. 시중에 돈이 풀려도 기업들이 기대만큼 화끈하게 신규 설비투자에 나서지 않았고요.
 
게다가 의도적인 '엔저 밀어붙이기'가 부메랑이 돼서 돌아왔습니다. 엔저로 수입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게 됐죠. 수입 자재에 의존하는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봤겠죠. 또 수입 물가가 급등하면서 가계 소비가 감소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밀을 수입하고 있는 형편인데요. 엔저로 밀값이 비싸지자 제과업계에서 빵값을 올리게 되는 것이죠.
 
휘발유 가격도 오르겠고요. 또 고령화가 사회적 문제인 일본인데 저축과 연금수입 말고는 기대할 수입이 없는 고령층들에게 물가 상승은 날벼락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소비세 인상 연기라는 카드를 내민 거죠. 국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인 증세 연기를 내세워서 정치적 어려움을 극복해보겠다는 겁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꼼수’라고 할 수 있죠.
 
다만, 일각에서는 아베 총리가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소비세 문제를 선거 이슈로 삼으려는 아베 총리의 의도와는 달리 이번 선거가 ‘아베노믹스’에 대한 중간평가 분위기로 흐른다면 여당이 의외로 고전할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사실 예정됐던 소비세 인상을 뒤로 미루자고 제안하는 것은 아베 총리 스스로 아베노믹스가 실패했다고 자인하는 꼴이거든요.
 
이번 중의원 해산은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감추려는 ‘정략적인 해산’이라는 야당의 공세를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국회를 해산하고 선거를 치르는데 들어가는 돈만 700억 엔, 우리 돈으로 6,600억원입니다. 아베 총리가 본인의 권력 유지를 위해 국민 세금까지 들여가며 선거를 밀어붙였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최재원 기자 / yungrk@bbs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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