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과 당권 사이

겨울의 길목이라는 입동(立冬)을 전후해 정치권에 제기된 화두(話頭)가 있다. 다름아닌‘대권(大權)과 당권(黨權) 분리론’이다.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앞둔 야당에서 먼저 쟁점화 됐지만 지난 7월 전당대회를 치른 여당도 시간문제일 뿐 상황은 마찬가지다. 현직 대통령의 집권 2년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기상조라고 할 수 있지만 여(與)든 야(野)든 최근 뜨겁게 부상하고 있는 현안인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지난 권위주의 정권때는 물론이고 이른바 ‘YS DJ 시대’까지만 해도 대권과 당권은 하나였다. 즉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하고 있었기에 대권은 곧 당권, 공천권은 대통령에게 있었다. 야당도 총재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했다. 하지만 문민정부 말기인 1996년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에서 처음으로 ‘대권 당권 분리’주장이 나왔다. 이후 각 정당에서는 비주류(非主流)를 중심으로 공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한 대의명분으로 자리잡았다. 정당민주주의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면서 ‘상향식 공천’등 민주적 공천방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고 ‘낙하산 공천’에 대한 유권자들의 식상함이 커지면서 이같은 대의명분에 힘을 보탰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최대 관심사는 문재인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여부라고 할 수 있다. 야당의 대선후보를 지냈을 뿐만 아니라 자타가 공인하는 당내 최대 계파의 수장이다. 결심만 하면 당 대표되는게 어렵지않다는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고민은 역시 향후 대권주자로서 입게될 상처다. 정국운영과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상처가 깊을 수 있다는 우려다. 불과 몇 개월전 대표직에서 내려온 안철수 의원이 타산지석이다. 이를 파고들며 당권에 도전하는 박지원 의원은 ‘대권 당권 분리론’을 야당내 크게 확산시켰다. 그 영향인지 ‘친노’ 인사들 사이에서도 문 의원의 출마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새누리당도 야당 수준은 아니지만 당내 고민이 점점 깊어간다. 김무성 대표가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사실상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히며 당선됐기 때문인데, 그것도‘친박 좌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서청원 의원과 일합을 겨룬 결과였다. 게다가 지난달‘상하이 개헌’ 발언 이후 청와대와 간극이 깊어졌고 다른 대선후보들의 견제도 커지고 있다. 김무성 대표 본인이 영입한 보수혁신위원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대권 당권 분리’를 얘기한 것은 다소 뜻밖이었다.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에게 가장 큰 적(敵)은 시간이다. 아무리 유리한 환경을 선점했다해도 선거일까지 그 지지세를 유지하기는 결코 쉽지않다. 청와대 문턱에서 두 번이나 되돌아온 이회창 후보가 떠오른다. 아직도 차기 대선까지는 만 3년. 대선후보가 결정되기까지도 2년 이상 남았다. 그 중간에 국회의원 총선이 있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후보들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당권을 차지한 김무성 대표나 당권에 근접한 문재인 의원 모두 고민이 깊은 이유일게다.     <박경수 정치외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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