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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지역구 잘 안챙기는 국회의원을 위한 변명
이현구 기자 | 승인 2014.11.16 16:32
 정치외교부로 옮겨 국회를 갓 출입할 당시 몹시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깥에서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죄다 "도대체 하는 일이 뭐가 있어!"라며 싸잡아 욕을 하고, 심지어 "먹고 놀면서 쌈박질만 한다"란 손가락질을 하곤 하는데 실제로 안에서 들여다보니 꼭 그렇지도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한가롭게 '노는' 의원들도 물론 있지만 나름대로 '죽자사자' 뛰어다니는 의원들이 훨씬 많아 보였던 것이었죠. 대한민국 국회의원 '나으리'를 바라보는 인식에 혼란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이후 저는 그 이유를 차근차근 짚어보면서 의원들의 생활을 더욱 유심히 살펴보곤 했습니다. 그래서 한가지 사실은 분명히 알게 됐습니다. 국회의원 대부분이 부지런히 발품을 팔기는 하지만 그것이 그다지 국가에 도움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과 그 발품팔이의 8할 이상은 본인이 다시 당선되기 위해 이뤄지는 일이란 것을 말입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숫자는 300명이고, 이들 가운데 54명의 비례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 지역구를 갖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구 국회의원 246명 가운데 여야를 통틀어 '재당선을 위한 발품'을 가장 적게 파는 사람을 꼽는다면 아마도 대구 수성갑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새누리당의 이한구 의원이 1.2위를 다투지 않을까 합니다. 왜냐면 그는 서울에만 머물면서 대구의 행사장에는 거의 얼굴을 보이지 않는 의원으로 아주 정평이 나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의원은 지난해 말에는 집 주소 조차 대구에서 빼내 경기도 분당으로 옮겨버렸습니다. 이정도면 '표 챙기는' 발품팔이를 아예 제쳐뒀다고 해도 무방할 듯 합니다. "하는 일이 뭐가 있냐"는 혹평을 넘어 아예 "먹고 놀기로 작정을 했군"이란 질타가 터져나오지 않을까 부담스러울만도 할텐데 그를 만나보면 세간의 말들에 그리 신경쓰지 않는 듯 합니다. 사실 이한구 의원은지난해 5월까지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1년간 맡았고, 요즘은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끌고 있을만큼 '지역구 바깥'에서 누구보다 많은 발품을 팔고 있습니다.

지난 14일에 새누리당 조직강화특위가 사고 당협 12곳에 대한 조직위원장 공모를 마감했는데 현직 비례대표 의원만 5명이 몰렸다고 합니다. 심지어 어떤 지역구에는 비례대표 2명이 동시에 도전장을 던져서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벌어지게 생겼습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가 총 27명인데, 이미 박창식, 손인춘, 조명철, 이재영, 민병주, 이상일 의원 등 6명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으니 지역구를 차지하는 비례대표 숫자는 더 늘어나겠군요. 제 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도 별 차이는 없습니다. 지난달 마감된 새정치연합 지역위원장 공모에 현역 비례대표 의원 11명이 신청서를 냈다고 하니까요. 비례대표를 선거 없이 국회에 입성시키는 것은 전문성을 살려서 국익을 위한 의정활동에 전념하라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이런 비례대표들까지 입법과 정책을 뒤로 한채 너도나도 지역구 활동에 발품을 팔겠다고 하니 이건 아무리 좋은 쪽으로 해석하려고 해도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최근 새누리당 김문수 보수혁신위원장이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의 혁신안을 내놨는데 의원들 급여에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겠다는 부분에 내부 불만이 많아 보입니다. 회기중에 출석을 하지 않을 경우 세비 가운데 일부를 빼겠다는 것은 세비 받는만큼 열심히 일하자는 취지로 보면 될 듯 합니다. 하지만 홍준표 경남지사가 이런 무노동 무임금 방침에 "국회의원이 일용노동자냐"며 돌직구를 날린 것은 핵심을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습니다. 물론 홍 지사께서도 국회의원의 '본업'이 뭔지를 잘 알고 있겠지요. 특히 회기중에는 국회에서 법안과 예산을 챙기고 행정부를 감시하는 것이 당연히 주(主)가 돼야 하고, 지역구 활동이 부(副)가 돼야 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하지만 국회를 3년 가량 출입하면서 제가 지켜본 상당수 의원은 '본업'이 뭔지를 정말 헷갈려하는 듯 합니다. 회기중에 국회 본회의장이 텅텅 비거나 상임위 회의실이 썰렁한 경우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고요. 회의장을 슬그머니 빠져나와 KTX에 올라타는 의원들의 발품팔이가 당당하게까지 보이는 것도 저만의 느낌은 아닐테니까요. 하루에도 두차례씩 여의도와 경상도 지역구를 왕복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한 '부지런한' 의원의 모습에서 지역구를 '버려둔채' 줄곧 국회에 머무는 의원이 뭔가 부족한 듯 오버랩되는 것은 여의도 정치권의 바뀌기 힘든 현실인듯 합니다. 의원들 세비에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한다면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요? / 정치외교부 이현구 차장
 

이현구 기자  tkbb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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