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조계종 제 16대 중앙종회 첫 정기회.
전 서울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모처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과거에도 폭로성 발언과 주변 눈치를 보지 않는 직언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명진 스님, 이번에도 종회의 여당격인 불교광장 스님들을 겨냥해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명진 스님은 16대 중앙종회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전 동화사 주지 성문스님이 종회 개원 전날인 10일 저녁 야당 종책모임인 삼화도량을 찾아 천만원을 건넸다고 폭로했다. 이어 “교육원장 현응 스님도 인사치레로 200만 원을 삼화도량에 가져왔다”고 폭로하고 “총무원장 스님이 당연직 주지인 직할사암 주지도 인사치레로 몇 백만 원의 돈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명진 스님은 자리가 돈에 의해 거래되고, 직능을 떠나 직선에서 선출된 스님들도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스님이 있는 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성문 스님은 “선의로 했던 일이 안 좋게 비춰져 당혹스러웠다”며 관행처럼 여겼던 일이었지만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교육원장 현응 스님도 재임을 앞두고 5년만에 종책모임을 찾아 협조를 당부했다며 돈은 공양비조로 건넨 것이지만 “부적절한 처신으로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16대 중앙종회 첫날부터 불거진 금품 살포 의혹과 무차별 폭로전을 바라보는 국민과 불자들의 마음은 씁쓸하기만 하다. 종회가 여와 야로 갈려 서로 싸우는 모습도 볼썽사납지만 폭로를 하는 쪽이나 당하는 쪽 모두 떳떳하거나 당당할 수 없는 현실이 더욱 서글프게 느껴진다. 이번 기회에 불교계에서 관행처럼 내려져오는 여비 문화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불교계의 여비 문화는 ‘객비’ ‘거마비’ 등의 이름으로 오랫동안 존재해왔고 스님들 간에 오가는 여비는 출가자 공동체 내부의 상부상조 정신의 구현이자 미덕으로 간주돼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돈이 오가는 행위에 대해 고유의 미덕이자 관행으로 봐달라는 스님들의 항변과 잘못된 관행이자 부도덕한 처사라는 재가자들의 비판 사이에는 큰 온도 차이가 느껴진다.

분명한 것은 시대가 바뀐만큼 불교계도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가뜩이나 도박과 폭행 사건 등으로 조계종 스님들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요즘이다. 필자가 요즘 만났던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했다. “스님들이 이렇게 돈이 많아도 되나 ?” “재물을 탐하는 것이 과연 수행자의 자세일 수 있나 ?”  이런 말들을 더 이상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경윤[BBS 교계문화부장]



 
 
 

전경윤 / kychon@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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