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의 제16대 중앙종회 첫 정기회가 어제 문을 열었다. 지난달 16일 종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80명의 스님들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종회에 첫발을 내딛은 37명의 초선 의원 스님들도 함께 했다. 초선 종회의원들은 조계종도들의 대표자로서 저마다 입법활동에 매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이번 중앙종회는 초선의원 스님들에게 첫날부터 매우 인상 깊은(?)장면을 보여줬다. 이번 정기회 첫날 가장 관심을 불러 모은 안건은 16대 전반기 종회의장 선출이었다. 종회의장을 선출하기 위해 최다선(7선)스님인 영담 스님이 임시의장직을 맡았다. 그런데 영담 스님은 종회의장을 선출하기 전 신상발언을 하겠다며 준비해온 페이퍼를 읽어나갔다. 내용은 백양사 도박사건 이후 또 다른 16명 스님들의 상습 도박 폭로. 적광 사미 폭행 사건,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벌어진 밤샘 술판, 법인법 사태 까지...종단이 감추고 싶은 사건들을 작정한 듯(?)읽어 내려갔다. 장내는 일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영담 스님이 준비해 온 페이퍼를 중간 쯤 읽었을 때 듣다 못한 종회의원 스님들은 신상발언을 중단하고 예정된 종회의장 선출을 진행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영담 스님은 굴하지 않고 "끝까지 들어보지 않고 왜 그러냐", "왜 말을 못하게 하느냐?"며 맞섰다. 이에 대해 여당 종책모임인 불교광장 소속 스님들이 "신상발언은 종회의장 선출 뒤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발언하라" "임시의장으로서 의사진행을 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영담 스님의 발언을 제지하고 나섰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몇 십 여분이나 흘렀을까? 바로 그때 현장에 있던 종회의원 80명의 스님들과 총무원 부실장 스님, 중앙종무기관과 산하기관 재가 종무원, 그리고 교계 출입 기자들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는 말이 터져나왔다. "종회에 처음 와봤는데 실망스럽다, 깽판 수준이다"라는 목소리였다. 곧바로 이어진 발언은 모두를 더욱 놀라게 했다. "깽판을 치면 때려주는 법은 없냐"고 청중을 향해 묻는 말이었다. 장내는 순간 웃음바다로 변했다. 이렇게 말한 스님은 다름 아닌 처음으로 종회에 발을 내디딘 초선의원 스님이었다. 무려 7선의 스님과 여러 선배 스님들이 거침없이 보여준 막말과 고성에 초선 스님도 당당히 개인 의사를 밝힌 것이다.

나머지 36명의 초선 스님들은 과연 제16대 종회 첫날 무엇을 느끼고 배웠을까? 적어도 "때려주는 법은 없냐"고 물은 스님과는 같은 생각이 아니기를  바란다. 하지만 중앙종회가 민의의 전당, 건전한 종책 대결의 장이라는 생각 자체가 말도 안되는, 너무나도 순진한 발상이라고들 한다. 애물단지가 된 중앙종회..이를 어쩌할까?

정영석 기자 / youa14@bbs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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