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선발대 출발…시에라리온 현지상황 파악

● BBS 불교방송 ‘박경수의 아침저널’ (FM 101.9Mh / 07:30~09:00)
● 코너명 : ‘세계는 지금’
● 진행 : 박경수 앵커
● 출연 : 정치외교부 최재원 기자

[세계는 지금] 한주간의 지구촌 소식 가운데 하나를 골라 세세하게 살펴보는 세계는 지금 시간입니다. 전 세계적 공포의 대상이 됐죠. 에볼라 바이러스, 오늘 에볼라 사태가 어디까지 왔는지 짚어보고요. 그리고 우리 정부가 서아프리카 지역에 의료 인력을 파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취지는 좋지만 혹시나 감염자가 발생하진 않을까 우려가 큰데요. 이 부분도 짚어보겠습니다. 불교방송 보도국 최재원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1] 최 기자, 현재의 에볼라 상황부터 살펴볼까요? 진정세를 보이고 있나요. 어떻습니까?

[답변 1] 네, 아직까지는 진정세라고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에볼라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곳은 기니와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이렇게 서아프리카의 세 나라죠. 이 세 나라의 상황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데요.   

일단 라이베리아 같은 경우는 진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 WHO가 발표한 내용인데요.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신규 감염률이 매주 25%가량씩 떨어지고 있고 사망자 숫자도 감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안심할 수 없습니다. 지난 봄에도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감염자 숫자가 줄어드는가 싶더니 거꾸로 다시 늘면서 사태가 악화된 일이 있었거든요.

반면에, 시에라리온 같은 경우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습니다. 영국 가디언지 보도를 보면 지난 9일 하루 동안에만 시에라리온에서 111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시에라리온 정부가 지난 8월부터 피해를 집계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동안의 집계치 가운데 하루 기준으로 가장 많은 숫자라고 합니다.

특히 시에라리온은 수면 아래 숨어있는 에볼라 감염자들, 집계되지 않은 환자들이 더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에요. 유엔에서 시에라리온을 겨냥해 현재 파악된 감염자 숫자의 절반에 가까운 감염자가 더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거든요.

에볼라 전체 통계를 살펴보겠습니다. WHO가 사흘에서 나흘 간격으로 에볼라 피해 현황을 집계해서 홈페이지에 ‘시추에이션 리포트(situation report)’라는 것을 공개하는데요. 지난 7일 공개한 리포트(집계 기준일 4일)를 보겠습니다.

전 세계를 통틀어 에볼라 감염자 숫자는 13,268명입니다. 이 가운데 사망자는 4,960명입니다. 사망자가 꾸준히 늘어서 5,000명에 육박했죠. 발병국은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말리, 스페인, 미국, 나이지리아, 세네갈 등 8개 국가인데요. 서아프리카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이 세 나라에 감염자들이 집중돼 있죠. 세 나라만 합쳐서 감염자가 13,241명입니다. 거의 다 라고 보시면 되죠.
 
▲ WHO가 7일 공개한 에볼라 현황 리포트(WHO 홈페이지)

[질문 2] 세 나라 외에 다른 나라들은 어떤 상황입니까?

[답변 2] 네, 이들 세 나라를 뺀 나머지 국가의 감염자 숫자는 27명입니다. 숫자는 적지만 관심은 어쩌면 더 컸죠. 에볼라가 서아프리카 이외의 국가들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면 이들의 치료 여부, 감염 이후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 여부 등이 중요하니까요.

일단 가장 걱정이 됐던 나라가 나이지리아였습니다. 지난 7월에 나이지리아의 라고스란 도시에서 첫 환자가 발생했었는데요. 한 남성이 라이베리아에서 라고스로 넘어왔다가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당시 상당한 충격이었어요. 왜냐하면 라고스의 인구가 2,100만명입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도시고 인구밀도도 상당히 높죠. 이런 곳에서 에볼라가 확산된다면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우려가 컸던 겁니다.  

그런데 나이지리아가 초기대응을 잘했습니다. 감염자는 물론이고 감염자와 접촉한 모든 사람들을 철저히 격리해 감시했죠. 그래서 감염자 20명, 사망자 8명 수준에서 에볼라 사태를 정리했습니다. WHO가 지난달 20일 나이지리아의 에볼라 발병이 종료됐다고 공식 선언했거든요.

에볼라의 잠복 기간은 최장 21일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요. 그래서 보통 감염 의심자들을 격리할 경우 기간은 21일로 정하게 되죠. WHO는 잠복 기간의 두 배인 42일 동안 에볼라 발병 국가에서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발병 종료를 선언합니다. 세네갈에서도 감염자가 한 명 발생했었지만 이후 42일간 추가 감염자가 없어 발병 종료가 선언됐죠.

나머지 국가들의 감염자도 서아프리카 세 나라 중 한 곳에 방문했다가 전염된 사람들입니다. 주로 현지에서 의료 활동을 하다가 환자들과 접촉해 전염된 케이스들이죠. 미국 4명, 스페인 1명 등이 그렇고요. 의사나 간호사들이었죠.  

미국 같은 경우에도 발병 종료 선언이 임박했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 에볼라 감염자인 의사 크레이그 스펜서가 완치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서아프리카 기니를 방문했던 의사인데요. 아직 종료 선언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이 스펜서란 사람이 발병 이전에 뉴욕에서 택시도 타고 지하철도 타고 볼링도 치러 갔다고 해요. 뉴욕 보건당국은 스펜서와 접촉한 사람 357명을 찾아내 모니터링 중입니다. 조만간 미국 역시 발병 종료를 선언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3] 다른 발병국에서 에볼라가 진정되는 과정으로 보니까, 에볼라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철저한 환자 격리와 관리를 통해 확산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답변 3] 맞습니다. 아직까지 확실한 치료제가 없다보니 철저한 환자 관리를 통한 확산 방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것이 안 됐기 때문에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진 겁니다.

사실 에볼라는 완전히 새로운 전염병이 아니죠. 이 시간을 통해서 한번 설명 드린 일이 있습니다만, 에볼라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게 1976년입니다. 서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발병했죠. 다만, 당시 아프리카에서는 내전 등으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또 에볼라가  인구밀도가 낮은 곳에서 발병했다가 자연스레 사라지는 경우들이 많았고요. 무엇보다 서방 국가로 전파된 일이 없다 보니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 에볼라 바이러스 자료사진

이번 사태의 시작은 지난해, 2013년 12월로 알려지고 있죠. 두살배기 아이가 첫 환자로 보고되고 있는데요. 아이에 이어 가족들까지 모두 감염돼 병원에 입원하고, 병원에서 이들을 돌보던 의료진들까지 감염되는 식으로 에볼라가 급속도로 번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발병 지역이 인구가 많은 기니 국경지대였어요. 에볼라가 옆 나라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까지 넘어가 퍼지기 시작한거죠.

기니나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모두 워낙 가난하고, 또 오랜 내전으로 국내 상황이 어지러운 나라들입니다. 이런 곳에 제대로 된 의료시설이 갖춰져 있을 리가 만무합니다. 넘쳐나는 환자들을 격리시킬 공간조차도 없어 환자 관리들이 안됐던 거죠.

관리되지 않는 감염자들이 다른 사람과 접촉하고 이 사람이 또 다른 사람과 접촉하는 식으로 바이러스가 퍼진 겁니다. 게다가 의료진들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할 만한 방호복도 제대로 없었고요. 에볼라로 사망한 사람들의 시신 역시도 제대로 된 매몰 작업 없이 방치되는 상황입니다.

아프리카의 열악한 의료 환경이 초기 진화에 실패하게 된 원인이면서 지금까지도 불길을 잡지 못하는 이유인 겁니다. 지금도 많은 나라에서 구호 인력을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모자랍니다.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고요.

[질문 4] 그래서 국제사회가 에볼라 퇴치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는 거겠죠. 우리도 가만히 보고만 있어서 되겠느냐, 손을 보태자 이런 차원에서 서아프리카 현지에 의료 인력을 파견하기로 했죠?

[답변 4]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만큼 국제적 어려움에 힘을 보탠다는 측면이 있겠죠. 전 세계 모든 나라에게 당면한 공통의 난제니까요. 그리고 또 중요한 이유는 에볼라가 발병국 안에 머물러 있을 때 퇴치하는 것이 멀리 봤을 때 우리나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란 측면이 있습니다. 이른바, 선제적 방역이죠.

실제 많은 나라들이 서아프리카 지역에 의료 인력을 파견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라이베리아에 군 병력 4,000명, 보건인력 130명을 파견했습니다. 영국은 시에라리온에 군 병력 750명을 보냈고 보건인력 자원자 1,000여명을 추가 파견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중국, 프랑스, 독일, 일본, 노르웨이 등도 의료진을 파견했습니다.

우리 의료진이 활동할 곳은 최근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시에라리온입니다. 일단 본대가 가기 전에 선발대가 먼저 갑니다. 12명이고요. 내일(13일) 출국합니다. 바로 시에라리온으로 가는 것은 아니고 영국에 먼저 들러서 협조도 구하고 노하우도 들은 다음 시에라리온으로 이동합니다. 선발대가 복귀한 이후에 의료진 중심으로 구성된 본대가 시에라리온에 가서 본격적인 의료 활동을 벌이는 거죠.

영국과의 협조가 중요한 것이 조금 전 영국이 시에라리온에 가장 많은 인력을 파견했다고 말씀드렸죠. 노하우도 많고 현지 시설도 여럿 구축해놨습니다. 우리 인력 역시 시에라리온 현지에 도착하면 영국이 건설 중인 에볼라 치료소에서 국제 의료진들과 공동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현지에 의료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씀드렸죠. 지금 미국이나 영국 등의 나라들이 공병들을 투입해서 현지에 임시 가건물 형태의 의료 시설을 만들고, 병상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영국 같은 경우도 ETC(Ebola Treatment Center)라고 해서 간이 이동식 병원을 시에라리온에 만들고 있는데, 건물을 짓고 병상을 많이 만들어놔도 일할 사람이 부족한 거죠. 우리 의료 인력이 영국의 협조를 받아 이곳에서 환자들을 돌보게 되는 겁니다.
 
▲ 영국이 시에라리온에 마련한 에볼라 치료센터(ETC) (사진: BBC방송)

최근에 정부가 모집 공고를 냈는데, 모두 145명이 지원을 했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본대 인력이 선발이 되는 거죠. 감염의 두려움을 무릅쓰고 사명감을 갖고 지원하신 분들일 텐데요. 안전 문제를 최대한 고려하며 의료 활동을 할 예정이고요. 돌아올 때도 서아프리카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잠복기간인 21일 동안 격리 관리된 후 이상이 없으면 국내로 귀환할 예정입니다.

[질문 5] 그렇군요. 그런데 말이죠. 현지에서 의료진들이 감염되는 사례가 자꾸 보도가 되다보니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우리 인력은 과연 안전할까? 그리고 만에 하나 감염이 됐을 때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말이죠.

[답변 5] 네, 그렇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질병 문제에 대한 대응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는 의견도 있고, 그래서 더더욱 이번에 의료진을 파견해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부는 일단 안전 문제를 가장 신경 쓰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가장 위험한 사람들이 의료진들이죠. 환자들과 직접 접촉을 해야 하니까요. 에볼라는 체액을 통해, 주로 혈액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의료진들은 이 체액을 막아낼 수 있는 개인보호장구를 착용하고 환자를 돌보게 될 예정인데요. 관련 교육도 받고요. 다만, 이 보호장구를 벗는 과정에서도 체액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CNN 방송에서 보호 장구에 초콜릿을 묻힌 뒤 벗는 실험을 했는데 실험자가 벗는 과정에서 옷에 초콜릿을 잔뜩 묻히기도 했습니다.
 
▲ 5일 국립중앙의료원이 공개한 에볼라 보호장비

그리고 적극적인 진료는 최대한 삼가는 방식으로 감염 가능성을 줄인다는 방침인데요. 가령 환자에게 심정지가 왔을 때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적극적인 치료방식은 환자의 피가 튄다든지 체액에 직접 노출이 될 가능성이 있겠죠. 그러니까 이런 것들은 배제하고 기본적인 치료 위주로 실시한다는 식의 안전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한다는 겁니다.

사실 의료진이 현지에 간다고 해서 환자를 완치시키는 등의 적극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미국 국적의 환자들이야 미국 내 최고 수준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임상 실험에 성공했다는 에볼라 치료제, 지맵(Z-mapp)도 투여받고 하지만 아프리카 현지는 그럴 여유가 없잖아요. 현지에서는 고위험 환자, 저위험 환자를 구분해 격리 관리하면서 추가 감염을 막는데 주력을 하는 거고요. 여유가 된다면 수혈이나 영양제를 공급해주면서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기를 기다리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게만 해줘도 에볼라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가정적이지만 만약 한명이라도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 사실 없어야 되는 일인데요. 일단 걱정거리 중에 하나가 후송 방식이었는데요. 미국이 국무부 차원에서 운용하는 ‘에어 엠뷸런스’를 지원해주기로 했습니다. 의료시설을 갖춘 하늘을 나는 구급차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우리나라까지도 20시간 안에 후송이 가능하고요.

문제는 어디서 치료를 받느냐 인데요. 정부는 국내로 이송해 오거나 아니면 제3국으로 이송해 격리 치료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제3국 이송 방안은 정부가 가시적 수준에서 협의 중이라고 설명하기는 하는데요. 사실 과연 남의 나라 에볼라 환자를 받아줄 나라가 어디가 있을까 의아한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정부가 확정되지도 않은 제3국 얘기를 자꾸 덧붙이는 이유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의식해서겠죠. 아마도 실제 우리 의료진 중 감염자가 발생해서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우리 국민들의 불안감, 공포가 엄청날 겁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에볼라 환자가 국내에 들어와도 이러이러한 치료와 관리 대책들이 있으니 마음을 놓으셔도 될 겁니다’라고 말한다면 아마도 많은 분들이 제가 거짓말을 하거나 지나치게 태평한 소리를 하고 있다고 하실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정부가 확실히 설명해야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처럼 ‘안전 대책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수준으로는 부족하겠죠. 감염자가 국내 치료를 받게 되더라도 이러한 안전대책이 갖춰져 있으니 국민들이 전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서 스페인의 간호사 경우처럼 감염자가 발생하면 미국에서 지맵같은 치료제를 받아내 감염자를 완치시키겠다는 식의 체감할만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국민들의 불안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분명하고 납득할만한 설명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최재원 기자 / yungrk@bbsi.co.kr

 
▲ WHO 에볼라 현황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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