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실상 모든 주서 동성결혼 허용…가톨릭서도 공론화

● BBS 불교방송 ‘박경수의 아침저널’ (FM 101.9Mh / 07:30~09:00)
● 코너명 : ‘세계는 지금’
● 진행 : 박경수 앵커
● 출연 : 정치외교부 최재원 기자

[세계는 지금] 한주간의 지구촌 소식을 살펴보는 세계는 지금 시간입니다. 최근 지구촌의 뜨거운 화두 중의 하나가 바로 ‘동성애’ 논란입니다. 동성애를 인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두고 종교계를 넘어 전 세계적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인데요. 오늘 자세히 짚어보죠. 불교방송 보도국 최재원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1] 최 기자, 최근 들어 외신들을 보면 동성애를 둘러싼 논란을 다룬 기사들이 눈에 띕니다. 미국에서도 동성애 문제가 큰 이슈가 되고 있군요?


[답변 1] 네, 그렇습니다. 동성애를 인정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는 오랜 시간 동안 논쟁거리였죠. 오래됐지만 언제든 삽시간에 불이 번질 수 있는 주제입니다. 오늘 제게 주어진 짧은 시간동안 이 문제에 대해서 답을 내보자는 것은 당연히 아니고요.

말씀하신대로 최근 들어 동성애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곳이 늘어난다던지, 종교계에서 동성애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진다던지 하는 외신 보도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동성애 문제가 지구촌 차원의 화두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동성애 문제가 공론의 장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단계는 아닌데요. 언젠가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오겠죠. 오늘 방송을 들으시면서 한번쯤 청취자분들의 생각을 정리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미국 얘기로 시작해보겠습니다. 미국 역시 동성애 문제가 오랜 논쟁거리지요. 현재 미국에서 중간선거가 진행 중이고, 지금 이 시간에도 투표가 한참 이뤄지는 곳도 있을 텐데요. 동성애 문제가 빠지지 않는 선거 이슈기 때문에 후보들은 유권자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이냐고 답변을 요구받습니다.

지난달 초(10월 7일)에 미국에서 중요한 판결이 있었습니다. 인디애나, 오클라호마, 유타, 버지니아, 위스콘신 주 등 5개 주가 미국 연방 대법원에 동성 간 결혼을 금지해달라고 상고를 제기했습니다.

이미 이들 5개 주는 각 주의 항소법원, 그러니까 2심 법원에서 ‘동성 결혼을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다, 그러므로 동성 결혼을 허용하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각 주 정부들이 이 판결에 불복해 마지막으로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해 최종판단을 맡긴 거죠.

그런데 대법원은 별도의 이유를 밝히지 않고, 이들 5개 주가 제기한 상고를 심리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심리 자체를 포기한 겁니다. 이에 따라 2심, 항고심의 결정이 그대로 확정이 됐습니다. 해당 5개 주에서 동성 결혼이 허용된 겁니다.

이 뿐이 아니고요. 콜로라도, 와이오밍, 캔자스, 웨스트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등 6개 주도 2심 법원에서 역시 동성 결혼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받았는데, 아직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하지는 않았던 상태였습니다. 이들 주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이 된 거죠.

한꺼번에 11개 주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가 된 겁니다. 뒤이어 네바다와 아이다호, 알래스카, 애리조나, 몬태나 주도 같은 판결이 적용됐습니다. 기존의 동성 결혼이 합법이었던 곳이 19개 주와 워싱턴DC였는데요. 이번 결정으로 미국 내 35개 주와 워싱턴DC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됐습니다. 이제는 미국 전체 50개 주 가운데서 동성결혼이 합법인 주가 더 많아진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동성 커플들이 소송을 제기한다면 같은 판결이 적용되겠죠. 그래서 사실상 미국 전역에서 동성결혼이 허용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시간 문제인거죠.

[질문 2] 궁금한 점은 미국의 대법원이 왜 심리를 하지 않았느냐는 점인데요.

[답변 2] 네, 심리를 포기한다면 동성 결혼이 자연스레 합법화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심리를 하지 않은 거죠. 이 얘기는 동성 결혼은 허용하되, 법적인 판단은 유보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동성 결혼 자체가 합법이다’라고 완전히 못 박기가  부담스러웠던 겁니다.

미국 내 동성애 반대 여론을 의식한거죠. 미국 내에서는 보수주의와 기독교주의가 결합돼 여전히 동성애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반대론자들은 동성애가 오래된 남녀 간의 결혼 관습을 깨면서 사회 체계를 흔들 것이고, 기독교의 창조 질서에도 반한다고 주장하고 있죠.

그래서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반쪽짜리 판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찬반 양쪽에서 모두 비판이 나오고 있거든요. 동성애를 반대하는 쪽이야 말할 것도 없겠고요. 찬성하는 쪽에서도 법원이 사회적 파장이 큰 문제에 대해서는 결론 내리기를 회피한다고 지적하는 겁니다. 왜 마지막 선언의 책임을 외면하느냐는 것이죠.
 
 
사실 이번 대법원의 결정은 이미 지난해부터 예고된 것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1996년에 제정된 ‘결혼 보호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결혼한 커플에게 미 연방 차원에서 각종 혜택을 주는 법인데요. 이 법은 결혼을 '한 남성과 한 여성 이성 간의 결합이다'라고 규정하고 있었어요.

지난해 대법원이 이 문제에 대해서 위헌 여부를 판단해야 했습니다. 대법관 9명이 팽팽히 맞서서 결국 5대4로 위헌 판결이 내려졌죠. 이 시점에서 이미 승리는 동성결혼 합법 쪽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질문 3] 이런 분위기가 때문일까요? 최근 미국에서 주목할 만한 커밍아웃 사례가 있었죠?

[답변 3] 네,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해온 애플사의 최고경영자죠, 팀 쿡입니다. 팀 쿡이 지난달 말(30일) 경제주간지인 비즈니스위크 기고문을 통해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쿡은 “나는 내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신이 내게 준 선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자신은 동성애자로 살면서 소수자에 대해 깊이 이해를 할 수 있었고 더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쿡은 그동안 공공연하게 동성애자라고 알려져 왔습니다. 실리콘벨리에서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을 겁니다. 그런 만큼 쿡이 이번에 공개적으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밝힌 것은 ‘새삼스러운 고백’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동성애자 지지 발언도 해왔죠.

쿡이 이번에 커밍아웃을 결심한 것은 다른 동성애자들을 돕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는 주가 늘어나면서 미국 사회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이 급속도로 바뀐 것도 쿡이 커밍아웃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 애플사의 CEO 팀 쿡
미국에서는 이미 커밍아웃을 한 유명 인사들이 많죠. 미국 CNN 방송이 내세우는 간판 앵커 앤더슨 쿠퍼가 그렇고요. 유명 할리우드 배우, ‘양들의 침묵’에 출연했던 조디 포스터도 그렇고,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모은 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 웬트워스 밀러도 커밍아웃했습니다. 그밖에도 리키 마틴, 엘튼 존, 엘런 드제너러스 셀 수 없이 많아요,

다만, 쿡의 커밍아웃은 시기적으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상 모든 주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는 분위기에서 굴지 기업의 CEO가 공개적으로 커밍아웃을 했다는 점 때문이죠.

[질문 4] 미국 외에도 동성 결혼을 허용한 나라가 어떤 곳들이 있을까요?

[답변 4] 네, 동성 결혼이 허용되기 시작한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어요. 21세기 들어서부터입니다. 90년대만 해도 동성 결혼이 법적으로 허용된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1989년에 덴마크가 ‘동성의 시민이 법적으로 결합했다’는 취지의 ‘파트너 등록제’란 것을 시행하긴 했는데요. 동성 결혼을 온전히 인정한 것은 아니었죠. 배우자로서의 권리, 상속, 이혼 등은 인정하면서도 입양만큼은 인정하지 않았거든요. ‘입양권’은 동성 결혼과 시민 결합의 가장 핵심적인 차이입니다.

세계 최초로 동성 결혼 제도를 시행한 곳은 네덜란드입니다. 2001년 4월 1일에 허용했습니다. 뒤를 이어 2003년에는 벨기에, 2005년에는 스페인, 2009년에는 노르웨이와 스웨덴, 2010년 이후부터는 포르투갈, 아이슬란드, 덴마크, 프랑스, 영국, 룩셈부르크 등이 동성 결혼을 인정했죠.

동성 결혼을 인정한 나라는 모두 18개 나라 정도구요. 앞서 말씀드린 덴마크 경우처럼 시민 결합 제도를 시행하는 국가까지 합치면 전 세계 30개 이상의 국가가 동성 커플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런 분위기에 동참했습니다. 유엔 직원들의 동성 결혼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유엔의 직원들은 모두 4만 3천명 정도인데, 전 세계 각국의 직원들이 다 있죠. 그동안은 자신이 속한 나라의 법에서 허용할 경우에만 동성 결혼이 가능했는데요. 반 총장이 국적에 상관없이 아예 모든 직원들에게로 동성 결혼을 확대한 겁니다.

[질문 5] 종교계에서도 동성애 문제가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데요. 가톨릭이 동성애 문제를 공론화하기 시작했죠?

[답변 5] 네, 제가 이웃종교들에 대해서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사실 교리 부분에서 동성애를 어떻게 보고 있다고 설명 드리는 것은 주제넘은 일이 될 것 같고요. ‘가톨릭에서는 동성애를 창조 질서를 어지럽히는 죄악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강하다’ 이 정도로만 표현하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방문하기도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도로 바티칸 교황청 차원에서 동성애와 이혼을 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파장이 일은 겁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또 한 번 파격적인 변화를 꾀한 건데요.

최근 바티칸 교황청에서 ‘세계주교대의원회의’라는 것이 열렸습니다. 교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성직자들의 모임으로 ‘시노드(synod)’라고 부르는데요. 여기서 보고서가 채택되게 되는데, 채택에 앞서 예비 보고서 초안 내용이 공개됐었죠.

초안에는 “동성애자에게도 가톨릭 신앙공동체를 위한 은사(恩賜·gifts), ‘하느님이 준 재능’이란 뜻이죠. 이 은사와 자질이 있다”는 문구를 넣었습니다. 동성애자를 완전히 인정하지는 않지만 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 담긴 것이죠.

가톨릭 내 보수파에서는 강한 반발이 일었고요. 결국 이 문구는 논란 끝에 최종 보고서에서는 빠졌습니다. 참석 주교 가운데 찬성 118명, 반대 62명으로 채택 요건인 3분의 2 찬성에서 2표가 모자라 부결됐습니다. 그러나 채택 여부를 떠나서 가톨릭에서 동성애 문제를 공론화한 것 자체가 획기적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죠.
 
▲ 바티칸 교황청에서 열린 세계주교회의
그럴만한 것이 가톨릭 교회는 오랫동안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해 왔고요. 2003년에 교황청 차원에서 동성결혼 반대를 공표하기도 했고요. 동성애자는 신학교에 입학할 수 없고, 성직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죠.

금기로 여겨졌던 동성애 문제가 가톨릭 교단에서 공론화된 것만으로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문제는 내년 회의에서도 또 논의될 수 있으니까요. 더 진전된 입장이 담길 가능성의 문을 열어 젖혔다는 겁니다.

[질문 6] 동성애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서 어찌됐건 세계적인 흐름은 동성애를 인정하고 법으로도 허용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는 거군요? 그것이 맞는 방향이던 틀린 방향이던 말이죠. 우리나라 역시도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할 텐데요.

[답변 6] 네, 우리나라는 아직도 보수적 유교사상이 많이 남아 있는 탓에 동성애 문제가 양지에서 논의되는 시점이 다른 나라보다 늦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최근 동성애 문제가 국내에서 논의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지난해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의 결혼이었습니다. 동성 연인과 공개적으로 결혼을 해 화제를 모았죠. 그러나 아직까지 법적으로 인정을 받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서대문구청에 혼인 신고서를 제출했는데, 구청에서 접수를 거부했기 때문이에요.
 
▲ 동성결혼식을 올린 김조광수, 김승환 부부
사실 우리나라 법에는 동성혼에 대해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법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를 놓고 해석이 분분한데요. 서대문구청은 헌법 36조 1항을 내세웠습니다.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양성의 평등’이라는 부분을 근거로 헌법적으로 동성혼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겁니다.

김조광수 씨는 서부지방법원에 불복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또다시 동성애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미국 방문 중 인터뷰에서 “한국이 아시아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었죠. 나중에 “한국의 상황을 설명한 것이지 동성결혼 합법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수습에 나섰지만 논란이 꽤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보면 우리나라 역시도 동성애 문제가 공론화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최재원 기자 / yungrk@bbs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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