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하월곡동 진각종 총인원 내 진각문화전승원
결혼과 함께 터전을 잡은 곳이 성북구 동소문동이다. 사람들은 그냥 돈암동이라고 부른다.
 
결혼하기 전 아내와 함께 약 2년 동안 지역과 집을 고르고 골라서 정착했다. 집이든 직장이든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웬만해서는 움직이지 않는 성격이라, 더욱 신중했다. 유전일수도 있다. 부모님은 아직도 1978년에 준공된 재개발 아파트에 살고 계신다. 어릴 적 이사를 해본 적이 없고 집은 한 칸짜리 방이라도 당연히 사야 된다고 생각했다. 집을 사기 위해 100여 곳을 리스트 하고, 이중 10여 곳을 직접 둘러 봤다. 결혼 3개월 전, 최종적으로 남은 곳이 사당의 오래된 아파트와 돈암동의 신축 오피스텔 이었다.
 
고향은 경기도 이천, 본가는 보라매공원 인근이라서, 내심 사당에서 살고 싶었다. 전 직장, 그리고 본가와 가깝고, 고향에 가기도 편하다. 하지만 아내는 완강했고, 그것 때문에 정말 많이도 싸웠지만 결국 성북구에 살게 됐다. 재개발 아파트에 오래 살다보니, 화장실 2개인 집에 살고 싶은 마음도 한몫했다.
 
하지만 살다보니 우리 동네 성북구에 너무나 만족하고 있다. 특히 직업상 여러 모로 이점이 많았다. 길상사는 걸어서 갈 수 있으며, 조계사는 버스로 10분 거리다. 주요 출입처 중 한 곳인 대한불교 진각종은 이제 취재 처를 넘어 생활권으로 들어왔다. 인근이 한성대입구와 성신여대로 대학가 주변이다 보니, 장을 보기 위해서는 진각종 총인원 인근의 대형마트를 이용해야 했다. 자주 오가다 보니 진각종 총본산의 여러 이점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 진각종 총본산은 서울의 대형 아파트 단지 인근에 위치해 있다. 총인원 바로 뒤편에는 동덕여대가 있다. 접근성과 교화에 있어서 이보다 더 좋은 입지조건이 어디 있겠는가?
사찰은 으레 산속에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은 진각종 총본산, 차도 많고 사람도 많아서 올 때마다 정말 활기가 넘친다. 또한 오랜 불사 끝에 완공된 진각문화전승원은 크고 웅장해서,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불자로서 나도 진심으로 자랑스럽다.
 
하지만 의외로 지역주민들은 진각종을 잘 모르고 또 낯설어 한다. 밀교종단이라 현교와 달리 용어가 생소하고, 무엇보다 불상을 모시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지역사람 혹은 장인어른 등 진각종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 진각종을 소개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강남의 진선여중고, 대구의 심인중고, 경주의 위덕대학교를 차례로 이야기 한다. 이러면 이야기 하기가 편하다. 바로 그곳을 세운 불교종단이라고 하면 ‘아’ 라는 탄성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이 세 곳을 다 모르는 사람을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요즘 진각종 총본산, 진각종에서는 총인원이라고 하는데, 국제체험관과 주차장 등 성역화 불사가 한창이다. 포클레인으로 땅파기를 하는 등 공사소리가 끊이지 않아 지나가는 사람들이 조금 불편할 수 있겠지만, 나는 진각종이 발전해 나가는 성장통 처럼 들린다.
 
서두에 내가 왜 성북구에 살게 됐는지 시시콜콜하게 이야기 했다. 지나고 보니 짝을 만나 결혼을 하고 살 곳을 정하고 집을 사는 일은 그 과정 과정마다 정말 많은 노력과 숙고가 필요했다.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하고, 발품도 참 많이도 팔았다.
 
한 개인이 이러할 진대, 한 종단이 탄생되고, 총본산이 자리 잡기까지 회당대종사를 비롯한 선대 스승들의 심사숙고와 노력을 과연 어떠했을까? 어떤 혜안이 있었기에, 서울 총본산에 이렇게 넓은 부지를 마련했고, 강남에 학교를 세울 수 있었을까 감탄만이 나온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선대스승들의 혜안이 빛을 발할수록, 후학들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 지는 것 같다.
 
대형화와 집중화, 지역화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추세이다. 교통과 정보의 발달은 사람의 이동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동네 시장보다는 20분 정도 차를 타고 가더라도 지역의 대형마트로 몰린다. 더 좋은 시설에 싼 물건을 그 누가 마다하겠는가? 종교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작은 시설에서 신심 하나만으로 종교생활을 하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 교회의 대형화, 사찰의 대형화는 이미 오래전에 시작 돼 서울의 경우에는 이미 정점을 찍었다. 높아진 땅값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서울에 대형 종교시설이 들어서기도 힘들다.
 
진각종 선대스승들의 혜안으로 마련 된 진각종 총본산이 앞으로 여법하게 성역화 불사를 회향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곳이 종도는 물론 불자와 일반인, 대학생들까지 거리낌 없이 들어와서 산책도 하고 담소도 나누는 공원 같은 곳이 됐으면 한다. 주말이면 문화공연과 특강을 열고, 총인원 안에 카페도 하나 만들어 지역의 사랑방이 됐으면 한다. 우선 진각종을 지역민들이 사랑하는 명소로 만들고, 서울의 모든 사람들이 성북구 하면 진각종을 떠올렸으면 한다. 진각종이 총본산을 중심으로 더욱 발전해, 밀교가 현교와 함께 한국불교 발전의 양 날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홍진호 기자 / jino413@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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