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여성 장관 2명 비위로 잇따라 낙마…지지율 40%대

● BBS 불교방송 ‘박경수의 아침저널’ (FM 101.9Mh / 07:30~09:00)
● 코너명 : ‘세계는 지금’
● 진행 : 박경수 앵커
● 출연 : 정치외교부 최재원 기자

[세계는 지금] 한주간의 지구촌 소식을 알아보는 세계는 지금 시간입니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달 개각을 통해 5명의 여성 장관을 기용했는데요. 지난 월요일에 이들 가운데 2명이 비위 의혹으로 낙마했습니다. 아베 정권이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인데요.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불교방송 보도국 최재원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질문 1]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달 개각을 단행했는데, 한 달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여성 장관 2명이 낙마했군요?


[답변 1] 네, 아베 신조 총리가 개각을 단행했던 것이 지난달 3일이었습니다. 아베 2기 정권이 들어선 이후 첫 개각이었는데요. 개각 때 장관 18명 가운데 5명을 여성 장관으로 채워 화제를 모았는데, 지난 월요일에 그 중 2명이 낙마했습니다. 겨우 47일 동안 일하고 그만뒀습니다.

낙마한 장관들은 오부치 유코(小淵優子, 41) 경제산업상, 우리로 치면 산업부 장관이겠죠. 그리고 마쓰시마 미도리(松島みどり, 58) 법무상, 법무부 장관 격입니다. 이렇게 두 사람이 낙마했습니다. 월요일에 두 사람은 잇따라 총리 관저를 찾아 아베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사표를 곧바로 수리했고요.

일본에서는 장관을 국무대신, 각료라고 부르죠. 이 시간에는 우리식으로 ‘장관’이라고 표현하겠습니다. 일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장관들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비위 의혹 때문인데요.

일본 장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관료 출신보다는 정치인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 내각의 특징이면서 의원내각제를 택한 나라의 특징입니다. 영국도 비슷한데요, 헌법 상 아예 장관의 과반수를 국회의원에서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낙마할만한 이유가 뭐가 있을까요?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주로 뭐 때문에 재판을 받고 배지를 잃게 되는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바로 선거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들입니다. 돈 선거, 불법 선거 운동 같은 것들이죠.

[질문 2] 그렇다면 두 여성 장관들도 장관으로 임명되기 전 정치활동에서의 불법 활동이 문제가 된 모양이군요?

[답변 2] 네, 그렇습니다. 두 여성 장관 모두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에 걸렸습니다. 우선 오부치 유코 경제산업상을 볼까요. 오부치 장관에 대한 의혹은 모두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됐습니다.
 
▲ 오부치 유코 전 경제산업상 (사진 : 블룸버그)
마이니치 신문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서 오부치 장관의 정치자금 사용 내역 자료를 받아냈어요, 자료를 살펴보니 2008년부터 5년 동안 자신의 형부가 운영하는 도쿄의 한 의류점에 38차례에 걸쳐서 362만엔, 우리 돈으로 3천 6백만원 정도를 낸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건은 주간신조라는 주간지가 제기했는데요. 오부치 장관을 지지하는 ‘오부치후원회’라는 단체가 있는데, 이 단체가 오부치의 후원자들이 보러간 공연들의 비용 일부인 2억 6천만원 정도를 대신 부담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유권자에게 금전적 이익을 주면 안 된다는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마쓰시마 미도리 법무상은 왜 낙마를 했을까요. 지난 여름 자신의 선거구인 도쿄도에서 열린 축제 때 본인 의정활동 내역과 캐리커처가 새겨진 ‘부채’를 돌린 것이 문제가 됐습니다. 야당인 민주당이 선거구에 부채를 돌리는 행위는 공직선거법이 금지한 기부에 해당한다면서 마쓰시마 장관을 검찰에 고발해 버렸어요. 자신은 법무장관인데 졸지에 수사를 받게 된 겁니다. 정권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판단에서 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 마쓰시마 미도리 전 법무상 (사진 : AP)

[질문 3] 일단 개각이 실시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장관 2명이 낙마했다는 것도 문제지만요, 낙마한 두 여성 장관들에게 아베 총리가 특별히 힘을 실어줬었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크군요?

[답변 3] 네, 그렇습니다. 아베 총리가 개각을 단행했을 때 화제의 중심은 단연 여성 장관들이었습니다. 아베 총리는 개각과 함께 ‘일본을 여성이 활약할 수 있는 사회’로 만들겠다고 밝혔어요. 이를 위해서 “일본 모든 분야에서 2020년까지 여성 지도자 비율을 30%에 맞추겠다”는 구체적인 목표치도 제시했죠.
 
그러면서 정권 차원에서 모범을 보이듯이 장관 18명 가운데 5명을 여성으로 채워 넣은 겁니다. 역대 내각 가운데 여성 장관이 가장 많습니다. 개각을 자신의 경제부양책인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포장하면서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쓴 거죠.

아베 총리가 이 점을 얼마나 부각시키고 싶었는지는 이날 찍은 새 내각 장관과의 기념사진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기념사진을 보면 아베 총리가 정 가운데 있고 주변을 여성 장관 5명이 둘러싸도록 배치했습니다. 남성 장관들은 죄다 바깥으로 밀려났습니다. 이 전략이 먹혔는지 내각 지지율도 상당히 올랐어요.
 
▲ 개각 이후 아베 내각 새 장관들의 기념사진. 사진상으로 아베 총리(정중앙)의 왼편에 오부치 유코 전 장관이 서있다.
당시 사진에서 아베 총리의 바로 오른쪽에 서 있던 사람이 앞서 말씀드린 오부치 유코 경제산업상입니다. 자신의 ‘오른팔’처럼 바로 오른쪽에 세웠다는 건 5명의 여성 장관 중에서도 특별히 힘을 실어준 사람이란 것이겠죠.

오부치 유코 장관은 개각 때 가장 주목을 받았던 사람입니다. 마흔 한살의 젊은 여성 장관인데요. 2000년 총리 재임 중에 뇌경색으로 작고한 오부치 게이조 전 총리의 딸입니다. 게다가 오부치 유코가 처음 장관에 올랐을 때가 34살이었어요. 2008년 아소 다로 내각 때 저출산 담당상을 맡았는데 역대 최연소 장관이었습니다.

나이 마흔에 벌써 5선 의원이고 장관직만 2번째인 총리의 딸입니다. 여성 정치인인데도 벌써부터 차기 총리감이란 얘기가 나옵니다. 외모를 보면 남성처럼 짧은 숏커트 헤어스타일에 다부진 이목구비에요. ‘똑 부러진다’, ‘프로페셔널하다’는 인상을 주는 사람입니다. 실제 두 자녀를 둔 엄마인데 새벽에는 아이의 도시락을 싸주고 국회 질문석에 서는 ‘열혈여성’의 이미지를 만들어 왔습니다. 아베 총리가 괜히 자신의 옆에 세워둔 게 아니죠.

마쓰시마 법무상 같은 경우는 대학 응원단 출신으로 일본의 진보 언론으로 분류되는 아사히 신문 기자를 거쳤습니다. 당찬 여장부 스타일이에요. 그동안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희롱 방지, 성폭력 처벌 강화 등을 주장해왔던 사람입니다. 참의원 회의장에 붉은색 스카프를 하고 나타나 파격적인 패션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아베 총리로서는 난감해졌습니다. 간판으로 키우려던 여성 장관들이 오히려 자신의 발등을 찍었으니까요. 일단 신속하게 두 사람의 사표를 수리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했습니다. 곧바로 후임 인사도 단행했는데요. 경제산업상에는 내각부 부장관을 지낸 미야자와 요이치 참의원, 법무상에는 저출산대책 담당상을 지낸 가미카와 요코 중의원을 내정했습니다. 이번 인사로 여성 장관의 숫자는 5명에서 4명으로 줄었습니다.

[질문 4] 이번 낙마 사태가 아베 신조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겠군요? 여론도 좋지 않고 굳건하던 지지율도 흔들리고 있다고요?

[답변 4] 네, 개각 때 여성을 중용하겠다는 카드로 처음에는 재미를 봤을지 몰라도, 부메랑이 돼 돌아온거죠. 야당인 민주당에서는 이번 사태를 아베 정권의 인사 검증 실패 사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성 장관을 중용하겠다는 포장에만 급급해서 정작 중요한 인사 검증을 제대로 안 했다는 거죠. 그러면서 이번 인사 파동은 ‘정치와 돈’의 문제라고 틀 지우면서 아베 정권의 도덕성을 깎아내리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언론도 비슷한 지적을 합니다. 아사히 신문은 어제 사설에서 “아베 내각이 간판 만들기를 우선한 탓에 장관의 자질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요미우리 신문도 “인선에 관한 사전 조사가 허술했으며 사퇴로 사태를 마무리하면 안 되고 의회에서 이들의 해명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구요. 일부 언론은 두 장관이 같은 날 사임한 것에 대해 아베 정권이 파문을 줄이려고 물밑 작업을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여성 장관 5명 가운데서도 낙마한 두 사람은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가진 중도적 성향의 인사들이었다는 점입니다. 아베 총리의 우파적 스탠스의 균형점을 잡아줄 수 있는 인사들이었다는 겁니다. 아베 특유의 우익 성향 색깔을 덜어 내줄 수 있었죠.

나머지 3명의 여성 장관은 다카이치 사나에 총무상, 야마타니 에리코 납치문제 담당상, 아리무라 하루코 행정개혁담당상인데요. 이들은 아베 내각 가운데서도 극우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지난 토요일 일본의 가을 제사기간을 맞아서 나란히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기도 했습니다. ‘여성이 활약하는 사회’라는 슬로건에 가장 어울리던 두 사람은 일도 제대로 못해보고 낙마하고, 우익 성향의 여성 장관들만 남은 셈이죠.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이번 인사 파동을 겪으면서 40%대로 하락했습니다. 교도통신이 지난 주말 18일과 19일에 실시한 전국 전화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은 48.1%로 나타났습니다, 개각 직후에는 54.9%였어요. 6.8% 포인트 떨어졌습니다. 한때 70%에 육박하던 지지율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에요. 게다가 이 조사에는 낙마 사태가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곧 낙마 이후의 지지율 조사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추가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질문 5] 아베 총리는 이미 인사 문제로 한 차례 사임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인사 파동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잖아요?

[답변 5] 아베 총리는 2006년에도 총리직을 수행했죠. 2006년 9월부터 2007년 9월까지 1년의 짧은 기간이었는데요. 당시 사임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인사 문제였습니다. 모두 5명의 장관이 정치자금 문제와 실언으로 잇따라 사임하거나 자살하면서 정권이 공중분해됐습니다.
 
▲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 : AP)
2006년 12월 사다 겐이치로 행정개혁담당상이 계약도 안한 빌딩에 사무실을 낸 것처럼 꾸며서 경비를 허위로 청구한 의혹으로 사퇴했구요. 이듬해인 2007년 5월에는 마쓰오카 도시카쓰 농림수산상이 각종 비용을 허위 청구했다는 의혹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후에는 매달 인사 사고가 터집니다. 7월에 규마 후미오 방위상이 ‘원폭 투하는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발언했다가 낙마하구요. 8월에는 아카기 노리히코 농림수산상이, 9월에는 후임 인사였던 엔도 다케히코 농림수산상이 비리 의혹으로 연달아 사퇴합니다. 넉달 사이 농림수산상만 세 명이 바뀐거죠.

이 과정에서 아베 총리는 해당 장관들을 두둔하거나 문제없다는 식으로 늑장대응을 하다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9월 내각 사직을 표명하게 되죠.

아베 총리가 이번 여성 장관들의 인사 파동 문제에서는 사표를 지체 없이 받아내고 곧바로 직접 국민들에게 사과까지 했죠. 그리고 당일 후임까지 내정해버리면서 신속하게 대처했습니다. 과거의 아픈 기억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죠.

[질문 6] 향후 지지율 추이 등을 파악해 봐야겠지만요. 이번 인사 파동으로 아베 총리는 부담이 커지게 됐습니다. 내부 정치가 흔들리게 되면 대외 정치에서 강경책을 내놓으면서 돌파를 꾀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관측도 해볼 수 있겠죠?

[답변 6] 네, 만약 이번 인사 파동이 장기화되고 아베 정권이 급격히 위축된다면 동북아 정세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예상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보통 정치인들은 국내 정치가 어려우면 밖으로 눈을 돌리기 마련입니다. 레임덕에 빠진 국가 수반들이 흔히 쓰는 반전책들이란 것이 내부 정치의 영향을 덜 받는 외교나 안보 분야에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아베 총리가 정치적 위기에 몰릴 때마다 흔히 쓰던 방식이 자신의 집토끼, 우익 세력의 지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과거사 문제에 있어 ‘당당한 일본’, ‘떳떳한 일본’의 모습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지난해 말에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방문했던 것도 그렇고요. 올해 군 위안부 문제를 사죄한 고노담화를 마치 한일 간 정치적 협상물인 것처럼 묘사한 검증 결과를 발표한 것도 그렇고요.
 
▲ 지난해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아베 총리
그런 만큼 아베 정권의 힘이 빠질수록 과거사 도발의 유혹을 강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예측은 어디까지나 그동안 일본의 역사 도발 형태를 그대로 적용시킨 도식적인 분석이라는 점을 감안해야겠고요. 앞으로 더 복잡한 방정식들이 적용될 수 있으니 상황을 지켜봐야겠습니다.

최재원 기자 / yungrk@bbs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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