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BS 불교방송 ‘박경수의 아침저널’ (FM 101.9Mh / 07:30~09:00)
● 코너명 : ‘세계는 지금’
● 진행 : 박경수 앵커
● 출연 : 정치외교부 최재원 기자

[세계는 지금] 한주간의 지구촌 소식을 알아보는 세계는 지금 시간입니다. 영국 연방의 한 축이 스코틀랜드인데요.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따로 떨어져 독립하는 방안을 놓고 투표를 벌인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 보도국 최재원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질문 1] 스코틀랜드가 영국으로부터의 분리 독립 여부를 투표로 결정하는군요? 투표는 언제 시작됩니까?

[답변 1] 네, 현지 시간으로 내일(18일)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15시간동안 진행됩니다.

시차가 8시간이니까요. 우리 시간으로 내일 오후 3시부터입니다.

투표는 단순합니다. ‘스코틀랜드는 독립국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문항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YES나 NO로 답하면 됩니다.

스코틀랜드의 16세 이상 유권자 410만명이 참여합니다.

이들의 손에 스코틀랜드가 영국 연방으로부터 떨어지느냐 마느냐가 달려있습니다.

선거구는 모두 32곳인데요. 투표 시간이 마감되면 곧바로 투표함을 열어 밤샘 개표 작업에 들어갑니다.

공식 발표가 정확히 언제 나올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찬성이거나 반대거나, 아니면 무효표거나 선택지가 적잖아요. 개표 속도가 다른 선거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투표율은 또 사상 최고치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서 개표에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전체 투표소의 잠정 개표결과가 현지시간 모레(19일) 아침 7시, 우리시간으로 모레 오후 3시쯤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일 옥외광고

[질문 2] 영국은 연방 형태의 국가잖아요. 스코틀랜드도 영국의 한 부분이구요?

[답변 2] 네, 그렇습니다. 영국은 United Kingdom, Great Britain이라고 부르죠. 연합 브리튼 왕국인데요. 잉글랜드와 웨일스, 아일랜드,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인 스코틀랜드 이렇게 4개 지방으로 나뉩니다.

영국 국기를 유니언 잭이라고 부르죠. 각자의 국기들을 하나로 합친 국기가 바로 영국 연방의 상징인거죠.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 요구는 역사적인 바탕이 있습니다.

스코틀랜드는 브리튼 섬 북쪽이죠. 우리나라보다 약간 작은 땅덩이 안에 500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으실 거에요. 스카치 위스키라든지, 남자들이 치마를 입기도 하죠. 킬트라고 부릅니다. 골프와 컬링의 발상지이기도 하구요. 영어도 스코티시만의 독특한 악센트가 있습니다. 미국인들도 알아듣기 힘들다고 하죠. 서울 사람이 제주도 사투리를 듣는 기분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 짙은 푸른색이 스코틀랜드 (사진 : 위키백과)

이런 특징들은 스코틀랜드가 영국이란 틀에 묶여있긴 하지만 자신들의 고유한 특성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뜻이겠죠.

스코틀랜드인들에게는 잉글랜드의 침략 역사가 머리 속에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반 잉글랜드 정서가 있는 거에요.

스코틀랜드인은 켈트족의 후예이고 잉글랜드인은 앵글로색슨족의 후손으로 핏줄부터 다릅니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에서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가 치열하게 싸우는 과정이 묘사돼 있죠. 멜 깁슨이 스코틀랜드 독립영웅 윌리엄 월리스로 나옵니다. 1297년 스털링 전투에서 잉글랜드에 대승을 거뒀다가 다음해 폴커크 전투에서 패하면서 잔인하게 처형됐죠.

스코틀랜드는 1314년에 독립했구요. 우여곡절 끝에 두 왕실은 혼맥으로 하나가 됩니다. 1707년 스코틀랜드가 잉글랜드로 합병되며 단일 국가가 됐죠.

그러나 역사와 언어, 문화가 다르다보니 갈등의 요소는 여전히 남아있는 겁니다.

사실상 단일 국가가 된 이후부터 3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스코틀랜드는 독립을 요구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 3] 300년이 넘은 이 시점에서 분리 독립 움직임이 가시화된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인가요? 어떻게 투표까지 이뤄질 만큼 급진전이 이뤄진겁니까?

[답변 3] 네, 아주 단순하게 말씀드리면 돈 때문입니다.

스코틀랜드인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반 잉글랜드 정서가 있는데요. 잉글랜드 지역에 부가 쏠리고 있어서 자신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들이 있어요.

그랬던 스코틀랜드가 독립의 꿈을 다시 꾸게 된 것은 1970년대 들어 북해유전이 발견되면서부터에요.

여기서 독립 진영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거죠. 석유를 기반으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면 충분히 자립할 수 있다, 노르웨이 같은 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다는 거죠.

여기에 2008년 뉴욕발 금융위기가 일면서 영국이 심각한 경제 위기를 맞게 됐습니다.

그러자 영국 중앙에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에 재정을 긴축하라고 압박하게 되죠. 스코틀랜드는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니 불만이 폭발 직전까지 쌓이게 된 겁니다.

불만이 고스란히 드러난 게 2011년 스코틀랜드 자치의회 선거입니다. 스코틀랜드 독립을 공약으로 내건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이 집권 여당이 된 겁니다. 독립 문제가 급물살을 타게 되죠.

데이비드 케머론 영국 총리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죠. 스코틀랜드의 민심이 완전히 떠나버리면서 정치적 위기를 맞은겁니다.

케머론 총리는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43살의 나이에 영국 총리가 된 사람입니다. 최연소 총리로 기록됐죠.

그런데 이 스코틀랜드의 불만을 달래려다가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추가하게 됐습니다. 2012년 11월 스코틀랜드의 오랜 열망이었던 분리 독립 주민투표 요구를 들어준 겁니다. 결국 내일 실제로 투표가 이뤄지게 됐어요.

만약 분리 독립이 이뤄진다면 아마도 데이비드 총리의 이 결정은 세계사에 길이 남을 정치적 오판이 될 겁니다.

[질문 4] 만약 투표에서 분리 독립이 결정되서 스코틀랜드가 독립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답변 4] 네, 일단 독립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당연히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겠죠.

국민당은 영국에서 떨어져 나온다면 1인당 GDP가 2만 6천파운드, 우리 돈으로 4천 3백만원까지 올라서 세계에서 8번째로 부유해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자신감의 밑바탕은 역시 북해 유전이죠. 스코틀랜드는 북해유전의 84%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독립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이나 혼란 등을 감안하면 전망은 어둡습니다.

일단 문제는 북해 유전의 생산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북해유전의 매장량이 얼마 남지 않아 2050년이면 모두 소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거든요.

화폐 문제도 있습니다. 스코틀랜드는 일단 영국 파운드화를 계속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영국은 안 된다는 입장이죠. 자체 통화를 만들더라도 작은 충격에도 출렁일 수 있다, 경제 소국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또 국가를 새롭게 수립한다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겠죠. 국방과 치안, 재정 체계를 새롭게 설립해야 할테니까요.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에서도 방을 빼야 할 겁니다.

영국 국기도 변하게 되겠죠. 조금전 말씀드린 영국 유니언기에서는 스코틀랜드를 상징하는 푸른색 부분이 모두 빠지고 붉은색 선만 남게 될 수도 있습니다.

 
▲ 영국기 유니언 잭과 스코틀랜드기

이밖에도 유럽 전체에 독립 움직임을 부추길 수도 있습니다.

스페인의 카탈로니아 지방과 바스크 지방도 수백 년에 걸쳐 독립을 원해왔습니다.

프랑스의 코르시카, 나폴레옹의 고향인데요. 원래 이탈리아 땅이었는데, 나폴레옹이 태어나기 전에 프랑스에 팔렸습니다. 여기도 독립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여러 지역이 있는데요.

만약에 스코틀랜드 독립이 이뤄지면 분리 독립 움직임이 붐처럼 번질 수 있겠죠. 우크라이나가 그랬던 것처럼요. 

심지어 소수 민족 문제로 골치인 중국도 스코틀랜드를 주시하고 있어요.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는요. 안 그래도 유럽 경제는 침체에 빠져 있는데요. 스코틀랜드 독립으로 과거 일본이 오랫동안 불황을 겪은 것과 비슷한 상황에 빠지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질문 5] 그렇다면, 투표 전망은 어떻습니까? 독립이 이뤄질까요?

[답변 5] 일단 여론 조사 결과는 혼전입니다.

지난 13일 여론조사업체인 ICM 리서치가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부동층을 제외했을 때 분리독립 찬성이 54%, 반대가 46%였습니다.

반면에 영국 가디언이 조사한 내용을 보면 반대가 53%, 찬성 47%였습니다.

결국 아직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스코틀랜드 독립 여부를 가르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50만 명 정도가 마음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구요.

또 세대와 성별 차이도 나타나고 있어요. 남성보다는 여성이, 노년층보다는 젊은 층이 독립을 찬성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론 조사는 엎치락뒤치락 하지만요. 일단은 독립으로 발생할 혼란을 감안했을 때 부결이 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지 않느냐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는게 베팅업체들의 여론이에요. 독립이 가결될 것이다에 배당률이 훨씬 높습니다. 독립이 이뤄진다에 투자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거죠. 그 얘기는 가결이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란 얘깁니다.

[질문 6] 스코틀랜드에 연고가 있는 유명인사들도 찬반 진영으로 나뉘어서 대결하고 있다구요?.

[답변 6] 네, 가장 잘 아실만한 영화배우 숀 코너리인데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출신입니다. 분리 독립에 찬성하는 대표적 인사에요. 

숀 코너리는 오랫동안 독립을 옹호해왔습니다. 몸에 ‘스코틀랜드여, 영원히’라는 문신까지 새겨 넣었어요.

영화 ‘300’의 주인공인 배우 제라드 버틀러와 록밴드 프란츠 퍼디난드 등도 찬성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반대 편 인사들의 면면도 화려합니다.

일단 ‘해리포터’ 작가 조앤 K. 롤링입니다. 100만 파운드, 우리돈으로 16억 7천만원을 기부하며 반대 운동에 앞장 섰습니다.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도 반대 입장이구요. 롤링스톤즈의 믹 재거도 합류했습니다.

영국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었던 알렉스 퍼거슨도 반대파입니다.

이제 내일이면 운명의 시간입니다. 영국, 스코틀랜드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투표입니다. 독립이 결정되도 문제지만 부결되도 혼란은 있을 겁니다. 투표 결과를 지켜보도록 하죠.
 

최재원 기자 / yungrk@bbs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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