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2차 세계대전에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일본의 후지키 쇼겐 스님이
자신의 유골을 평화의 섬 제주도에 안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입적했습니다.

유족들은 고인의 뜻을 받들어
스님의 유골을 제주 선운정사에
안치시키고 49재를 봉행했습니다.

황민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평양전쟁이 발발했던 지난 1945년.

한국인 청년병사들은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오키나와의 마지막 격전지로 끌려왔습니다.

당시 일본군 학도병 지휘관으로 참전한
후지키 쇼겐 스님은
한국인 청년병사들과 생사고락을 함께 했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전쟁에 패망하고
스님은 죽어가는 한국인 청년병사들을 지켜봤습니다.

[인서트/해공 스님/영천 충효사 회주]

훌륭한 스님입니다. 유언까지 했잖아요.
청년병사들과 함께 대한민국에 묻어달라고,
대단한 스님입니다.
일본 삼론종에서 종정까지 하신 스님입니다.

태평양전쟁 유일한 생존자였던 스님은
한국인 청년병사들의 영혼이라도
고국의 품으로 돌려보내준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약속을 못 지킨 스님은
오키나와 전투에서 희생된
740명의 한국인 청년병사들의 영혼과 함께
자신의 유골을
제주에 잠들게 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입적했습니다.

[인서트/현오 스님/제주 선운정사 주지]

(한국인 청년병사들의) 영혼들을
같이 모셔 와야 된다는 스님의 마지막 소원,
(스님이) 여기에 와서 영혼이 함께 올 수 있게
우리 정부한테 도와 달라는 강한 메시지입니다.

스님의 유언에 따라 어제 제주도 선운정사에서
후지키 쇼겐 스님의 49재가 봉행됐습니다.

49재는 스님의 유족들과 제자들이 참석해
스님의 지난 모습을 회상했습니다.

[인서트/오카이 조코/미망인]

제주도는 기가 아주 좋은 곳이라고 생전에 말씀을 하셨고
오키나와와 아주 가까운 곳이기 때문에
여기가 가장 적합할거라 생각해서 제주도를 선택했습니다.

영혼만이라도 조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던
한국인 청년병사들.

후지키 쇼겐 스님은 그들의 영혼을
사랑하는 조국으로 돌려보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한·일간의 국경을 초월한 우정과
숭고한 전우애를 몸소 실천하며
영정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BBS NEWS 황민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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