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정 법전스님은
오는 5일 동안거 해제를 앞두고
스님들에게 수행정진에
계속 매진할 것을 당부하는 내용의
법어를 발표했습니다.

법전스님은 동안거 해제법어에서
도라고 하는 것은 너무 급하게 서둘러도 이루지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너무 느슨하게 한다면
이 역시 공부를 이루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전스님은 또
옛 선사들의 선문답을 화두로 던지면서
한 철 동안의 정진 끝에도 답을 찾지 못한 대중이 있다면
해제길이 곧 결제길이 돼야 할 것이라며
더욱 정진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끝>

2004 동안거 해제 조계종 종정 법전스님 법어 전문

정병淨甁을 건드리지 말고 물만 가져오너라

조계종정 도림법전

안중무예휴도괄 眼中無예休挑刮하고
경상무진불용 鏡上無塵不用磨니라
신각출문행대로 信脚出門行大路하고
횡담주장창산가 橫擔주杖唱山歌로다

눈에 티가 없으니 긁으려 하지 말고
거울에 먼지 없으니 닦지 말아라.
발길 따라 문을 나서 대로를 걷되
주장자를 옆으로 메고 청산가를 부른다.

남전南泉선사는 등은봉鄧隱峰스님이
참문하려 오는 것을 보고는
정병淨甁을 가르키면서 말했습니다.

“정병은 경계이다.
그대는 경계를 건드리지 말고 물을 가져오라”

이에 등은봉이 정병을 가져다가
선사의 앞에서 쏟으니 선사가 벽력같이 말했습니다.

“그만 둬."

이에 귀종歸宗선사가 말했습니다.

“등은봉도 또한 함부로 쏟은 것이니리라.”

등은봉 스님께서 해제를 하고서 남전선사를 찾아 갔습니다.
정병은 납자들이 길을 다닐 때 물을 넣어 다니는 병입니다.
마시기도 하고 또 뒷물을 하는데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런 정병의 물을 두고서
남전선사와 등은봉 스님이 한 거량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등은봉 선사는 거꾸로 서서
열반에 든 종문宗門의 대종장大宗匠입니다.

해제를 하고서 만행을 다니며 가는 곳마다
선지식과 한판을 겨루고는 사라지곤 했습니다.

등은봉스님은 만행을 하면서 말없는 가운데
우레소리를 내기도 하고 멱살잡이도 하고
때로는 미끄러운 길에서 헤매기도 하면서 길을 다녔습니다.

해제를 하고서도 많은 선지식을 참방하면서
법을 물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남전선사에게 정병으로 인하여
한소리를 얻어 듣고는 자기의 공부경계를 내보였으나
결국 제대로 된 안목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였습니다.

도라고 하는 것은 너무 급하게 서둘러도 이루지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너무 느슨하게 한다면
이 역시 공부를 이루지 못합니다.

이미 피리 불기에 능숙하다면
박수치는 것에도 능해야 합니다.

만일 박수치는 것에 능하지 못하다면
피리를 부는 이가 헛수고를 하게 될 것입니다.

해제대중들에게 묻겠습니다.

남전선사가 “정병은 경계이다.
그대는 경계를 건드리지 말고 물을 가져오라”고 하니
등은봉 스님은 정병을 가져다가
선사의 앞에서 쏟아버렸는데
이를 함부로 쏟은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등은봉 선사가
함부로 쏟은 것이라고 했겠습니까?

한철동안 정진 끝에도 알아차리지 못한 대중이 있다면
해제길이 곧 결제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남전부지정병 南泉不指淨甁이어니
은봉하증사수 隱峰何曾瀉水리오
종교타와찬구 從敎打瓦鑽龜나
불법부재저리 佛法不在這裏니라.

남전이 정병을 가르키지 않았거늘
등은봉이 어떻게 물을 쏟았겠는가.
아무리 기와를 깨고 거북껍질을 태우더라도
불법의 도리는 거기에 없구나.

2548(2004) (음)1.15 동안거 해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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