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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에서] 사월(四月)의 봉축
이현용 | 승인 2014.05.14 15:05

 

 

 불기 2558년 부처님오신날 봉축 행사는 어느 해보다 잊혀지지 않는 순간들로 불자들의 기억 속에 남게 됐다. 시작은 연등회의 개막과도 같은 점등식이 있던 지난달 16일부터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 진도 해상에서 쉽사리 믿기지 않을 비보가 전해졌다.

 



 봉축 점등식은 예정대로 이날 저녁에 열렸지만, 부처님오신날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도 기원문을 급히 수정해 여객선 사고 실종자들의 무사 구조를 기원했다.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불의의 여객선 사고에 큰 안타까움을 느끼고, 모두가 무사히 구조되기를 기원합니다." 짧지만, 올해 봉축행사에 임하는 불교계의 마음가짐을 담은 핵심적인 문구였다. 당초 식전 행사로 기대를 모았던 연등회 서포터즈 소속 내외국인 자원봉사자들의 '플래시몹' 행사도 취소됐다. 플래시몹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 일정 장소와 시간에 공지된 지령을 수행하는 일종의 퍼포먼스다. 취소는 불가피했다.

 





 중요무형문화재 122호 연등회의 '하이라이트' 행사로 꼽히는 연등행렬도 특별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백색 영가등이 행렬 맨 앞줄을 채우며 서울 도심을 수놓았다. 스님 3백여명이 행진에 동참했지만, 손을 흔드는 사찰 신도들에게 미소 한 번 지을 수 없었다. 뒤따르는 시민들의 가슴마다 노란리본이 달렸고, 도심 바람에 휘날린 흰색 만장에는 '아이들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글귀가 새겨져 추모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조계종, 태고종, 천태종, 진각종 등 국내 주요 불교 종단의 수장들도 한 마음으로 어른들의 이기심을 참회하고, 소중한 생명들이 밝은 빛을 되찾기를 기원했다. 이어진 국민기원의 장. 대학생 박선연 씨가 또박또박 읽어내린 발원문은 결국 애써 참고 있던 눈물을 쏟게 했다. "세월호 참사는 사람을 중심에 두지 않고 생명을 중심에 두지 않고 안전을 중심에 두지 않고 저마다의 이익을 중심에 둔 우리 사회의 거울입니다. 이 거울 앞에서 우리는 모두 참회하고 아이들이 안전한 사회를 위해 우리들의 탐.진.치(貪瞋癡, 욕심, 성냄, 어리석음)를 씻어내야 합니다."



 





 

 물론, 국민적 애도기간에 축제 분위기는 자제해야하고, 나아가 연등회를 전면 취소해야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았다. 행여나 누군가 웃고 좋아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겨 전파되면 어떡하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이것은 일반적인 축제와 부처님오신날 봉축의 의미를 혼돈한 데서 비롯된 생각으로 여겨진다. 석가모니가 이 세상 땅을 딛고서며 했다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唯我獨尊 三界皆苦我當安之)라는 말은 부처님 자신이 존귀하다는 뜻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는 뜻으로 해석함이 마땅하다. 비단 올해 뿐이 아니라 봉축행사가 대체로 그저 먹고 마시고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차분하고 정돈된 모습으로 진행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모든 중생을 깨달음의 세계로 이끌고자 한 인류 대스승의 탄생을 기뻐하며 한편으로는 가르침을 잊고 지낸 것은 아닌지 자기 자신에 대한 참회가 교차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음력 사월초파일인 지난 6일. 불기 2558년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은 많은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렇게 봉행됐다.



교계문화부 이현용 기자 cast27@bbsi.co.kr  <사진 = 연등회>

이현용  cast27@bbs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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