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난닝(타이난)=강동훈 기자bbsbs@hanmail.net>
 "한국의 수산양식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대만은 양식산업을 상업화 해서 한국.일본 등 세계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대만 농업위원회(한국의 농식품부) 양식어업팀 묘지창 팀장은 대만을 방문한 한국 기자들이 "대만과 한국의 양식산업의 수준을 비교해 달라"고 요구하자 이처럼 의미 있는 말을 건넸다.


 묘 팀장은 "대만의 양식업은 300년 역사를 자랑하고 양식산업을  상업적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 대표적인 어종이'틸라피아'입니다."

틸라피아는 국내 뷔페나 고급 음식점에서 회나 구이용으로 흔히 볼 수 있는 민물고기다.

 묘 팀장은 그러면서 '틸라피아'의 싱싱함과 신선도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양식장과 가공공장이 있는 현지로 가서 취재해 보라고 권유했다.

 
 대만 대남시 학갑구 난잉에 있는 양식장.양식장 직원이 그물을 올리자 2㎏가 넘어보이는 '틸라피아(속명 역돔·태래어)'가 가득 올라왔다.

이 곳의 대부분은 우리나라의 염전을 연상시키는 광할한 양식장으로 이뤄졌다. 양식장 면적은 1100㏊로 약 320곳의 어가가 틸라피아를 비롯해 장어·백새우·숭어·쓰무위 등을 양식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틸라피아 양식업자 12명(가공공장 2곳 포함)은 최근 유럽의 수산물 인증기관인 '수산양식관리협의회(ASC)'로부터 인증을 받았다.


 ASC는 수산양식인증 중 가장 문턱이 높아 길게는 2년동안 검증을 거쳐야 한다.

'틸라피아 기준'은 ▲국내외 규칙 준수 ▲서식지 분포 ▲생물다양성의 지속 가능 경영 ▲물 절약 ▲수질검사 ▲종 다양성 보호 ▲사료의 책임있는 사용 등 7개 검증지표를 포함한다. 이와 함께 61개의 개별 기준을 포함한 노동권도 지켜져야 한다.

 채아옥 난잉 양식생산자협회 이사장은 "전세계에 24장의 ASC 인증서가 발급됐는데 12장이 이 지역의 양식장에서 받았다"고 소개했다.

 틸라피아는 8가지 필수 아미노산이 들어 있어 21세기에 각광 받는 '신(新) 물고기'로 불리고 있다.

 대만의 틸라피아 양식업은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가 필요 없을 만큼 이미 선진화된 수준에 올라 있다.

 연간 양식량 7~8만톤 중 절반 가량은 한국, 나머지는 유럽·미국·일본 등에 수출하고 있다.

 대만의 양식업이 세계 시장에서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품질의 우수성에 있다.

 대만은 양식 어종에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치어번식기술, 양성기술, 사료배합, 가공기술 등을 발전시켰다.

 대만의 양식장은 대형플라스틱 수조가 아닌 땅을 파 흙으로 바닥을 다지고 물을 채워넣어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

  특히 담수호 바닥에는 인근 바다에서 가져 온 갯벌을 깔고 수면 벽에도 갯벌을 발랐다. 방수효과와 함께 양식 어종이 건강하게 클 수 있는 미네랄 등 을 천연 영양분을 갯벌에서 제공한다는 취지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일년 평균 기온이 24℃~32℃로 열대해양성 기후인 까오슝 지역의 특성상 일조량이 풍부한데다 광합성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 물고기들이 천연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어서다.

 천연 영양분을 먹고 자란 양식 어종들은 튼튼해지고 육질도 좋아진다고 한다. 직접 손으로 눌러보니 육질이 탱탱했다. 식감도 상당히 좋았다.


위생과 품질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가공공장을 찾았다.

가공업체도 틸라피아 양식업자와 마찬가지로 위해요소 중점관리(HACCP) 인증은 물론, EU(유럽연맹), SQF(미국), ISO22000 등의 국제 표준 인증을 획득했다

 식품위생안전과 관련된 규범도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공장 견학을 하기 위해서도 위생복·장화·마스크 착용, 손 세척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특히 한국에 수출하는 어종의 경우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실시하는 최대 36가지 항목에 대한 정밀검사를 거쳐 합격한 제품만 통관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아옥 이사장은 "횟감용으로 쓰이는 2㎏짜리 틸라피아는 깨끗한 물과 사료가 제대로 공급되는 환경에서만 살 수 있다"며 "최근 3년 동안 대만에서 양식된 틸라피아에서는 어떠한 약물도 검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한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틸라피아 가공업체는 국제표준 인증과 함께 까다로운 수입통관심사를 통과한 안전한 제품이라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양식기술 연구개발도 한국과 함께 세계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대만에서는 장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어종(70여종)에 대해 치어 양식이 가능하다.
 
틸라피아는 1946년 처음 싱가폴에서 들여와 70여년이 지난 지금, 품종개량 등을 통해 한 마리당 평균 무게는 1kg 이상으로 커졌으며 전체의 95%가 수컷으로 단일 성별을 유지하고 있다.

 
채준웅(蔡俊雄) 대만 틸라피아 협회장은 "육질이 좋거나 또는 세균번식에 강한 치어로 각각 특화해 성어로 키울 수 있을 만큼 대만의 양식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내 양식업은 피복철망, 플라스틱 망에 가둬 기르는 해상 가두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대만 양식업과 한국 양식업의 비교되는 점이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양식어업 생산량은 연간 150만톤으로 전세계 7위를 기록했지만, 생산액(매출액)은 세계 12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만은 생산량이 18위 이지만 매출액 규모는 14위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그만큼 생산성이 낮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같은 위생 관리와 품질 관리에도 불구하고 대만의 틸라피아 양식·가공산업은 지난해 10월 국내 종편 보도 이후 직격탄을 맞았다.  보도에 따르면 대만 틸라피아가 국내에서 도미로 둔갑해 판매됐으며 세균감염 우려에도 횟감으로 유통됐다는 것이다.

 국내 수산물 수입업체인 파이너스 김현모 사장은 "수입 비중이 40~50% 정도(필렛 형태로는 3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한국 소비자들의 외면은 곧바로 대만 양식업자, 가공업체들의 수익 급감으로 이어졌다"며 횟감용 틸라피아 수입량은 2012년 1712톤에서 지난해 1563톤으로 줄었으며 생산액도 같은 기간 1만5700톤에서 1만4400톤으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대만 수산청과 틸라피아 업계는 대(對)한국 수산물 수출을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해 기자회견, 국내 박람회 참가, 양식장 견학 등을 통해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이 먹거리에 민감함을 보이고 있는 만큼 위생관리와 품질관리는 물론, 한국인 입맛에 맞는 다양한 요리를 개발하는 전략도 수립하고 있다는게 현지 관계자들의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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