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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욱의 야단법석(野壇法席)] 공안정국(公安政局)
양창욱 | 승인 2013.12.12 20:41

 돌이켜보면 아득한 세월 같아도 채 30년이 안된 시절의 얘기다. 하루 종일 서울 도심에 군화발소리가 진동하고 땀 냄새 밴 청바지를 입은 사내들이 몽둥이를 들고 활개 치던 그 시절, 최동원·선동렬의 강속구와 국산토속에로물외에는 마음 둘 곳이 없었다. 1987년, 인간백정 이근안이 서울대생 박종철을 고문으로 죽인 사실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 의해 세상밖에 알려지자 직장에만 웅크리고 있던 100만 명의 넥타이 부대들이 광화문, 서울시청 한 복판으로 뛰쳐나와 직선제 개헌을 외쳤다. 같은 해 6월 민정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던 노태우는 6·29 선언을 전격 발표하면서 국민들의 직선제 개헌요구를 받아들였고 이듬해 2월 제6공화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위대한 보통사람들의 시대를 공언했던 13대 대통령 노태우는 거세진 민주화 열풍에 1988년 여소야대 국회가 출현하자 이도저도 못하고 맨 날 눈치만 보는 ‘물태우’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때마침 터진 서경원 의원과 문익환 목사, 임수경씨 등의 방북사건과 일부 재야인사들의 북한 연방제통일방안에 대한 지지발언은 노태우 정부가 정치적으로 반격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노태우 대통령은 1989년 3·1절 기념사에서 민주체제 전복세력에 대한 강한 대응의지를 밝히면서 국가보안법을 근거로 본격적인 친북좌파세력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공안정국(公安政局)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게 이 즈음이다. 1989년 노태우 정부가 보수적 지배체제로의 회귀를 위해 조성한 강압적 정치국면을 의미하는 고유명사적 표현이었다. 이후 공안정국이란 용어가 널리 사용되면서 보수집권세력이 반공주의 정서를 확대·재생산해 진보세력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자행하는 경우를 지칭하게 됐다.

야권 인사들은 작금의 정국을 공안정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가기관 선거개입 진상규명 연석회의 공동대표인 김상근 목사는 최근 언론인터뷰를 통해 “1970~80년대 공안시대와 달리 지금은 민주주의와 원칙을 강조하지만 자신만의 원칙을 강요하면서 반대자는 ‘종북(從北)’ 등으로 몰아세우는 신공안통치의 시대”라고 주장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법대 82학번 동기인 원희룡 전 의원에게 “희룡아!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조직적 선거개입과 종북몰이 공안정국에 일갈은 못해도 일침은 놓아야하는 것 아니냐”며 여당의 소장파였던 원 전 의원이 목소리를 내줄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현역 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대선불복 선언을 하며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 장하나 의원에 이어, 같은 당 양승조 최고위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중정'이란 무기로 공안통치와 유신통치를 했지만 자신이 만든 무기에 의해 암살당하는 비극적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고 국정원을 무기로 신공안통치와 신유신통치를 펼치면 박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밑 정치권은 지금 이 두 사람 때문에 급격히 얼어붙었다.

물론 야권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있다. 한 야권관계자는 “솔직히 통합진보당 사람들 몇 명 잡아넣는다고 해서 공안정국이냐”고 반문한 뒤 “그 옛날 방북사건과 관련해 DJ(김대중 전 대통령)를 조사하듯이 적어도 현재의 야권 주류인 민주당 핵심인사들을 국가보안법으로 걸고 그래야 공안정국이다. 지금은 국정원이 자기들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수준 밖에 안 된다. 그리고 지금 정말 공안정국, 공포정치를 펼치고 있는 것은 북한 김정은 아닌가?”라며 힐난하고 들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같은 야권이라도 NL(National Liberation, 민족해방) 진영과 PD(People's Democracy 민중민주) 진영의 입장이 다른 듯하다.

지금이 공안정국인지 아닌지 이 지면에서 결론내기란 쉽지 않을 성 싶다. 다만 민생은 온데간데없고 혀만 살아 춤추고 있는 여야 정치권에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태 때 기세 좋게 탄핵을 주도했던 당시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 등은 탄핵역풍으로 그야말로 폐족(廢族)에 멸족(滅族)이 될 뻔 했다. 어쭙지않게 멋모르고 날뛰다가 이면에 숨겨져 있는 국민들의 본심과 분노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에 대해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지지여부나 호불호(好不好)에 상관없이 대통령에 대해서만큼은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주길 바란다. 이를테면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싫어하지만 그래도 대통령에게 저러면 안 된다” 하는 심리가 있었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두 의원이 어떤 의도와 목적으로 막말을 했는지는 잘 알겠지만 과연 그것이 야권 전체에 얼마나 도움이 됐을 지는 의문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제명시키는 것은 여당의 몫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결과만 보더라도 분명 여권은 이 난리굿판의 원인제공자이다. 두 의원이 정말 제명돼야할 정도로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국민들이 다음 총선에서 심판할 것이다. 가만히 있는 게 박 대통령을 도와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양창욱  wook14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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