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올 여름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이다. 특히 정부과천청사 공무원들은 남들보다 걱정이 크다. 건물이 부실하게 지어져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는 것이 이 곳 공무원들 이야기다. 여기다 정부가 모범을 보인다며 냉난방을 최소화하고 있어, 여름과 겨울에 겪는 고초가 크다고 한다.



그런데 과천청사 가운데서도 지식경제부는 “우리가 가장 춥고, 덥게 지낸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에너지 절약대책을 수립하고 진두지휘하는 곳이다 보니, 남들 눈치가 보여서라도 에너지를 아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경부 1층에 있는 기자실의 최근 민원 1순위도 ‘좋은 기사 없느냐’가 아니라 ‘너무 덥다’는 내용이다.



물론 일반 서민들도 비싼 전기료 걱정 때문에 에어컨을 시원하게 가동할 수 없는 처지기는 마찬가지. 그래서 호구지책으로 은행이나 백화점 나들이에 나서기도 한다. 그러나 올해는 은행이나 백화점을 찾아도 아주 시원한 환경을 기대하기는 힘들게 됐다. 정부가 강력한 규제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규정 온도인 25도를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까지 부과하겠다고 엄포는 놓은 상태다.



에너지를 절약하자는데 화를 낼 국민들은 없을 듯 하다. 그런데 지경부 건물보다 더 더운, 찜통같은 곳이 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학교가 바로 그 곳. 지경부가 28도 이상일 때만 에어컨을 켜고, 냉방 일수도 42일을 넘지 못하게 하는 지침을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내자 일선 학교에서는 최근의 무더위에도 에어컨을 전혀 가동하지 않았다. 여름방학 보충수업까지 감안하면 벌써부터 냉방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불만을 쏟아내자 지경부가 겸연쩍은 표정으로 해명에 나섰다.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한 공문이었지, 일선 학교는 대상이 아닙니다.”



지경부가 이처럼 고강도 에너지 절감 대책을 추진하는 것은 이제 여름의 문턱인데 벌써 전력 예비율이 10% 안팎으로 떨어지는 등 전력사용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 예비율이 6∼7% 아래로 떨어지면 위험한 수준이다. 올 여름 모두가 시원하게 지낼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공부하는 자녀들에게 조금 더 좋은 환경을 양보한다고 생각한다면, 더위를 참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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