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은 물론 개구리가 뛰쳐나온다는 경칩마저도 지났으니,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 완연해졌습니다. 초중고생들은 신학기를 맞아 새 친구,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는 설렘과 긴장 속에서 한 달을 보내고 있을 테고, 가정에서는 겨우내 입었던 두꺼운 옷과 이불을 정리하고, 집안 봄단장에 나설 때입니다.
불가에서는 “발심(發心)과 필경(畢竟)은 둘이 아니지만 두 마음 중에 먼저 마음이 더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발심이 말 그대로 깨달음을 얻겠다고 마음을 내는 발보리심을 일컫는다면 필경은 번뇌가 끊어진 절대의 경지를 말합니다.
이 둘 중에 완전한 깨달음을 얻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바로 처음 불도를 이루겠다고 마음을 내는 발심이란 말입니다. 그러니 초발심이 얼마나 어렵고도 소중한지를 잘 나타내주는 말이라 하겠습니다.
같은 의미의 말로 ‘초발심시변정각’이란 말도 있습니다. 《화엄경》에 등장하는 이 말은 처음 발심한 그 마음과 열심히 수행 정진해 깨달음을 얻은 후의 마음은 동일하다는 말입니다.
이 역시 초발심이 얼마나 순수한지, 깨달음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지를 잘 보여주는 말입니다.
봄은 사계절 중에서도 첫 번째로 손꼽히는 계절입니다. 동양에서는 봄을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이라 해서 한해의 시작으로 여기기도 했습니다. 실제 24절기 중에는 입춘이 그 첫 절기에 해당합니다.
이 계절을 맞아 우리 불자들은 몇 년 전, 또는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자신의 초발심을 되새겨 봅시다. 만약 특별한 초발심의 기회가 없었다면 이번에 새롭게 각오를 다져도 좋습니다. 주변에 불교에 관심을 갖는 이가 있다면 그를 부처님 곁으로 안내해 초발심을 낼 수 있도록 돕는 일도 의미 있는 일일 것입니다.
요즘 경제가 많이 어렵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불자들의 초발심을 되새겨 중생과 고통을 함께하는 보살의 마음을 닮아가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새싹이 푸릇푸릇 돋아나듯 남을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우리의 마음속에 깃든 부처가 되겠다는 발심이 커져가길 기대합니다.
아울러 새 봄의 생명력이 우리 사회와 국민들에게도 희망을 북돋아주는 청량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월도스님(천태종 사회국장,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