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외적으로 위기조성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 대내적으로는 우리의 국회의원 선거와 같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실시했다. 199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체제가 공식 출범한 이후 3기에 해당하는 제12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김정일 이후 후계체제의 윤곽이 들어날 것이란 추측이 많아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북한이 발표한 687명의 대의원 명단에는 관심을 끌었던 3남 김정운(26)을 비롯해서 장남 김정남(38)과 차남 김정철(28)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김정운이 가명으로 있을 것이란 추론도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후계를 공식화하는데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후계를 공식화하면 권력투쟁과 권력의 급격한 이동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지금은 후계를 공식화하기보다는 당이나 군에서 후계수업을 받으면서 김일성 출생 100년을 맞는 해인 2012년 이른바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에 후계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높다.




  총체적 위기에 빠진 지금 후계를 공식화할 경우 북한주민들이 ‘먹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무슨 후계냐’는 볼멘소리를 하게 될 것이다. 남북화해진전과 북-미 적대관계 해소를 통해 경제위기를 어느 정도 해결해야 후계를 공식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우리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선출된 대의원들이 북한권력 엘리트층을 형성하면서 김정일 정권을 떠받치고 후계체제를 구축하는데 일정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정일 위원장의 나이와 건강을 고려할 때 이번 12기 최고인민회의는 김정일 이후를 대비한 3-4세대 신진 통치엘리트가 대거 등용됐을 것이다. 당장 후계자를 지명하지 않더라도 후계세대를 준비해두었다가 후계자가 결정되면 작동할 수 있는 신진 권력엘리트를 대거 진입시켜 후계를 준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향후 선거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야 할 것이다.



  대의원 선거가 마무리됨에 따라 북한은 곧 제12기 최고인민회의 첫 회의를 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재추대하고 ‘김정일 3기’ 체제를 공식 출범시킬 것이다. 이를 전후해서 미사일 또는 인공위성을 ‘축포’로 쏠 가능성은 있지만 그럴 경우 국제적 고립과 심각한 체제위기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고유환(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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