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현재 한국 민주주의는 어디에 있을까요? 과거보다 발전한 모습일까요? 아니면 퇴보했을까요?


 

       세계적 민주주의 비교 평가 기관인 EIU (Economist Intelligence Unit)의 2008년 민주주의 지수 결과를 보면 한국은 아시아에서 일본과 함께 최상위 등급의 민주주의 국가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더욱이 한국은 “결함 있는 민주주의”에서 “완전한 민주주의”로 이전한 몇 안 되는 사례 중의 하나입니다. 특히 최근의 세계 경제 위기와 장기간 침체로 세계 일부 지역의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고 전체적으로 민주주의의 확산이 정체되고 있는 현실에 비춰보면, 이와 같은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은 경이로운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민들은 전 세계 14%의 인구만이 즐기고 있다는 최상 등급의 민주주의에 대해 만족하고 있을까요? 우선 답부터 먼저 하면 전혀 아닙니다. 경향신문의 지난 연말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난 1년간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전반적으로 후퇴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응답자의 63.2%가 지난 1년간 한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답했습니다. 민주주의가 진전됐다는 답변은 29.3%에 불과했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한마디로 답하면 정당의 무능과 국회 파탄 때문입니다. 올 초에 이뤄진 조선일보의 조사에 따르면 18대 국회에서 여야 정당들의 활동에 대해 응답자들의 대부분인 88%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고 '잘하고 있다'는 5%에 불과했습니다. 국회도 정당도 국민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부정적 평가는 다양한 조사에서 실증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한길리서치의 조사에 의하면 한나라당의 여당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절반이 훨씬 넘는 65.1%가 '잘못 한다'고 평가했고, 민주당의 야당 역할에 대해서도 71.3%가 '잘못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 지지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동서리서치의 조사에 의하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파(無黨派)가 32.8%에 달합니다. 최근 정당 지지도 변화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무당파의 증가입니다.




        국민에게 희망의 대안으로 자리 잡아야 할 정당이 제 역할을 못하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한나라당은 몸집은 큰데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내부 갈등만 깊어지는 초식 공룡화(化)현상을, 민주당은 비전·정책·정체성의 혼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요? 정당의 회복입니다. 정당이 제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정당 회복과 정상화를 위한 정당 개혁 방향과 대안에 대한 모색이 시급하다.



박명호(동국대 정외과 교수,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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