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파가 매섭게 몰아치고 있습니다. 실업률이 증가하고 생산이 위축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이 점차 국민의 생활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였던 과거의 경험을 되살려 이번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합니다. 물론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역량이 제고되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기초체력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자유와 평등을 이념으로 하는 민주주의가 좀 더 굳건해져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대화와 토론과정을 통하여 발전합니다. 대화와 토론은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상대방의 의견이 자신과 다르다고 하여도 이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그리고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하여 수많은 인내가 요구됩니다. 때로는 상대방을 관용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이런 민주사회가 정착될 때 우리 사회는 어떤 어려움도 견디며 발전할 것입니다.




  지난해 말 국민은 폭력이 난무하는 국회를 보면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민주주의의 시계가 거꾸로 가는 느낌 속에서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불행하게도 민주주의가 실종된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6명의 인명을 안타깝게 잃은 용산재개발 화재사건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관용, 그리고 인내는 민주주의만 발전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공동체에서 인간 그 자체를 발전시키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듭니다.




  연쇄살인혐의자가 체포되면서 우리 사회는 빈번하게 발생하는 흉악범죄에 대하여 전율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 원인과 대책에 갑론을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사건을 통하여 해묵은 문제들이 전면에 부상하면서 사회적 논란을 촉발시켰다는 것입니다. 즉 흉악범에 대한 얼굴공개와 사형제의 존폐문제입니다.




  흉악범의 얼굴공개에 대해서는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견해를 표출시키면서 피의자의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를 조율해가는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사형제는 보다 더 심각한 토론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10여 년간 사형집행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재판을 통하여 사형이 선고되고 있습니다. 법에 명문의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집행하지 않는다면 법적 신뢰의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가해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인권과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렇게 어떤 사회문제든 대화와 토론을 통하여 그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런 과정과 절차 속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이 성숙하게 됩니다. 자신의 권리가 중요한 만큼 다른 사람의 권리도 중요하고 존중되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야말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사회의 동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상겸(동국대 법대 교수,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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