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던 군포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사진을 모 일간지에서 공개하여 범죄자의 인권을 둘러싸고 찬반논쟁이 일고 있다. 이번 얼굴공개는 몇몇 신문사가 자체 판단으로 단행한 것이다. 신문사들은 흉악범의 인권보다는 사회적 응징으로 흉악범죄의 발생을 막고 추가범죄를 제보 받을 수 있는 공익의 효과를 공개 이유로 들고 있다.



  이에 대해 찬성하는 측은 사회적 관심이 큰 중대사건의 피의자 초상권도 명백한 공익적 목적에 근거하면 공개할 수 있고, 미국, 영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도 피의자의 신원을 공개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에 아무리 흉악범일지라도 법으로 유죄가 확정된 후 처벌을 받아야지 감정적 분풀이의 일환으로 공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어기고 피의자 신상을 공개했다가 나중에 무죄가 되면 그 사람의 권리를 구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강력하게 개진되고 있다.



  이 논의는 이번 사건만이 아니라 최근 빈번해진 흉악범 체포 때마다 일어났다. 신상공개의 최초 책임을 담당하고 있는 경찰은 지금까지  ‘피의자 인권보호’ 원칙 하에 모자와 마스크를 씌워주는 관행을 적용했다. 이 원칙은 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에서 피의자인 학생들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어난 것을 계기로 확립됐다. 또한 경찰청은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이란 훈령을 제정하여 경찰서에서 피의자와 피해자의 신분이 노출될 우려가 있는 장면이 촬영되지 않도록 해왔다.




 이제 언론이 금기를 깨기 때문에 경쟁적으로 흉악범죄의 피의자 신상이 공개될 수밖에 없다. 공개 자체를 금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론의 속성 상 자칫 잘못하면 적정한 공개 수준을 넘어 특종을 노린 폭로전으로 갈 수 있다. 지난 번 신정아씨 사건에서 모 일간지가 사건과 관련 없는 누드 사진을 게재한 사례가 그런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급격하게 유통되므로 일단 공개된 정보의 유통을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공개를 언론사의 자체 판단 만에 맡길 것이 아니라 그 기준을 사회적으로 명확히 확정해야한다. 다행히도 한나라당과 정부가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흉악범의 신상정보 공개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구체적인 기준과 세부 규칙을 제정할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언론사도 협약을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범위에서 지나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는 공개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감사합니다.



김관규(동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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