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호전기미를 보였던 금융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우선 미국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면서 금융보호주의를 강화하여 대출을 자국기업이나 가계에 국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에 달러 부족 사태가 유발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해외시장에서 우리나라 채권의 가산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은행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있어 외화차입이 극히 어렵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3월에 갚아야 하는 외화채무가 100억 달러가 넘는다. 이에 따라 시중에는 3월 위기설까지 나돌고 있다. 한편 18개 은행의 순이익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속히 떨어져 4분기에는 3천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8년만의 적자전환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2월 현재 5개 카드전업사 연체율이 3.43%이다. 5년만의 상승세이다. 경기침체와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 단계이다. 향후 은행적자와 신용카드 연체율이 얼마나 증가할지 모른다.


    그러면 우리경제에 2차 금융위기가 오는 건가? 당장 금융위기가 임박한 것은 아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2000억불이 넘는 세계 6위의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다. 또 지난 10년간의 뼈아픈 구조조정으로 인해 은행의 부실채권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러나 현 추세로 나갈 경우 작년 9월에 겪었던 것과 같은 금융위기를 다시 겪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작년에는 금융위기 때문에 실물경제가 위기에 빠졌는데 올해는 실물경제 위기 때문에 다시 금융위기가 나타났다. 따라서 금융위기와 실물위기가 맞물려 경제를 주저앉히는 구조적 붕괴위기가 시작되었다. 올해 실물경제 전망은 암담하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2%이상 감소하고 신규 일자리가 20만개나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은행 수익은 더 떨어지고 신용카드 연체율이 크게 오를 수 있다. 또 외화차입을 못해 외화유동성이 극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경제는 다시 걷잡을 수 없는 부도의 회오리에 휘말릴 수 있다.     



    문제해결의 핵심은 구조조정과 경기부양 두 가지이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신속히 추진하여 부실기업과 부실금융기관을 솎아내야 한다. 그래야 경제의 건전성이 높아져 외화와 원화가 같이 돈다. 여기에 실효성 있는 뉴딜사업을 신속히 추진하여 투자와 소비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야 한다. 그러면 금융과 실물은 위기의 악순환 대신 회복의 선순환을 할 수 있다. 속도전을 펴 경제 살리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새 경제팀의 분발을 촉구한다.  



이필상(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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