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한나라당이 밀어 붙었던 방송법 개정안을 일단 여당과 야당이 합의 처리하기로 해, 극단적인 갈등사태가 해소되고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개정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미흡하다는 비판을 정부와 한나라당이 수용하고 주요 쟁점을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정안을 둘러싼 최대 쟁점은 대기업과 신문사가 지상파 방송 및 뉴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송을 소유할 수 있게 하는 내용입니다.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측은 방송을 대기업과 신문사가 소유하게 되면 대기업의 나팔수로 전략하거나 주요 신문사의 여론독과점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개정안에 찬성하는 측은 대규모 자본이 방송시장에 진입하면 경쟁력이 강화되고 이를 통해 생산과 취업을 유발하는 경제적 효과가 매우 크다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여당이 내세우는 경제적 효과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연구에서 제시한 생산유발효과가 2조9000억 원, 취업유발효과가 2만1000명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을 경제적 효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수치는 나름대로 정교한 모델에 의해 도출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현재의 국내 방송시장 규모와 심각한 경제위기상황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또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방송시장의 성장은 경제 순환과 매우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습니다. 방송사의 주된 수입은 광고와 시청자가 지불하는 가입료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경제위기로 인하여 기업이 광고비 지출을 급격히 줄여 지상파3사의 광고판매율이 30% 정도로 낮아졌습니다. 그리고 지금같이 경제가 어려울 때에는 시청자도 불필요한 지출을 억제하기 때문에 가입료가 늘어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방송법이 개정되어 규제가 완화되면 경제상황이 좋을 때에도 실현되기 어려운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은 필요에 의해 주먹구구식으로 급조된 효과 산출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금의 미디어 환경은 아날로그 시대와는 달리 방송사의 수에 제한을 두지 않아도 되며, 대기업과 신문사도 사회적으로 합의된 규제 틀 안에서 방송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여당은 자신들 입장을 지지하는 근거만을 강조하지 말고 현재의 국내 경제 상황에 입각하여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산출된 효과를 제시하면서 논의를 이끌어 가야 합니다.감사합니다.      



  김관규(동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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