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한바탕 격돌한 후 여야 간의 합의로 국회는 잠시 소강상태에 있습니다. 그렇지만 쟁점법안들에 대한 여야 간의 합의가 없는 한,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모릅니다. 의사당에서 폭력이 난무하고 본회의장이 점거되는 국회의 모습을 보면, 시대가 변하고 21세기가 되었는데도 국회만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아서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물론 국회의 이런 모습이 우리 국민에게는 그리 낯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사회는 민주화가 진전되고 상당히 발전하였는데, 국회만 여전히 과거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보다도 국가기관이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국가의 선진화는 국가권력이 선진화되었을 때 가능합니다.




  국회는 국가권력 중 입법작용을 하는 중요한 국가기관이며, 국회를 구성하는 국회의원들은 그 자신이 하나의 헌법기관입니다. 그리고 국회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법을 제정하는 입법부입니다. 그러나 국회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직접 선거로 선출되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란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국회를 민주적으로 정당화된 기관이라고 합니다.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질서 하에서 민주적 정당성을 직접 확보하고 있는 국가기관은 대통령과 함께 국회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 대하여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 같은 특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어느 국가기관보다도 막중한 책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권한행사에 있어서 자신에게 주어진 정당성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나아가 국회는 국가를 나타내는 상징성도 갖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 행위는 우리나라의 수준을 전 세계에 그대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난 사태에 대하여 여야를 불문하고 국회의 전 구성원들은 이를 부끄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대의기관인 국회는 모든 권한행사가 민주적이어야 합니다. 국회의 권한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국민을 위한 국회의 책무입니다. 그래서 국회의 모든 결정은 민주적 절차를 밟아야합니다. 대화와 합의의 과정은 절차적 정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만약 합의가 되지 못한다면 민주주의원리에 따라 다수결의 원칙이 적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당들은 국민을 내세우면서 너무 당리당략에만 치중합니다. 그리고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면서 민주주의를 이야기하고, 국민의 선택을 무시하면서 국민을 위한 정치라고 이야기합니다.

 


국회의 권한행사가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그 내용뿐만 아니라 절차에 있어서도 민주적이어야 합니다. 소수자도 보호해야 하지만, 국민이 선택한 다수의 의사는 존중되어야 합니다. 자신만 옳다고 하는 것은 독선에 불과합니다. 민주주의는 대화하고 타협하는 공존의 원리입니다. 이제 국회는 헌법이 부여한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야합니다. 그래서 국민을 위한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김상겸(동국대 법대 교수,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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