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삼성전자와 관련하여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이 분에 대해서는 많은 사회적 논란이 있다. 그러나 오늘은 사회적 논란은 접어두고
여기서는 그 분의 경영자로서의 업적에 대해서만 이야기 할려고 한다.
저는 지금까지 몇차례에 걸쳐서 성공적 경영의 기본은 사업적 가치관이고 경영자
에게는 사업적 가치관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는데 그는 사업적 가치관이 강한 사람이
라고 생각된다. 사업적 가치관이란 사업을 세계 최고로 잘해 보겠다는 사명감이고
사명감이 있을 때 열정, 집중력이 나타난다. 집중력이 있을 때 직관이 생기는데 직관
은 리더십의 가장 중요한 두 요소인 통찰력과 결단력을 가져온다. 우리가 보통 열정
이라고 부르는 집중력은 ‘죽기 아니면 살기로 어디 한 번 해보자’는 사업에 올인하는
사업적 가치관이 있을 때 나오는 것이다. 사업적 가치관이 기업가 정신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건희 회장은 어떤 일에 대해서 철저하게 알 때
까지 파고드는 집중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사업을 하기 전에는 반
도체에 관한 책을 거의 다 읽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그는 기술적 배경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당대 최고의 기술자들과 반도체에 관해 소통할 수 있는 기술적 직관을 가
질 수 있었고 이 때문에 반도체 사업도 전대 회장이 시작은 했지만 그 당시 경제규모
에서 실패하면 그룹이 다 넘어갈지도 몰라 대부분이 반대하는 투자 결정을 과감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에도 일본이 경기침체 속에서 머뭇거릴 때 조기 투자하는
결단력을 통해서 반도체에서 일본을 추월하는 쾌거를 이룩한 것이다. 반도체사업은
투자규모가 크고 제품 수명주기가 짧아 출시 후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기 때문에 리
스크가 크고 조기투자가 중요하기 때문에 결단력이 요구되는 사업인데 통찰력과 결
단력이 있는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 스타일과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그는 또한 통찰력을 가지고 5년내지 10년 후를 내다보면서 특정시기에 요구되는 전
략적 과제를 화두로 던져 왔다. 93년에는 질 경영, 그 다음에는 디자인과 인재를 강조
했고 최근에는 창조경영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것은 재계를 선도하는 아이디어였다.
93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질 경영을 선언할 당시 그는 정보화시대에 진행되는 급격한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고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4~5년이고 그 안에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고 1등으로 부상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로 전락한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
달하였고 또한 종업원들에게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한 충격을 주기 위해 7-
4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통찰력과 결단력이 실행의 깊이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모든 기업이 다
품질경영, 디자인경영, 인재경영을 하고 있지만 성공여부는 실행의 깊이에 달려있다.
그는 품질경영을 추진하면서 12시간 A/S체제로 많은 비용이 들어가자 삼성 일부 임
직원들이 이러다가 우리회사 망하는 것 아니냐 했을 때 삼성이 망하면 내 돈을 넣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고, 디자인 경영을 추진할 때는 한국 최초의 사내디자인 스
쿨을 설립하고 기존의 2배가 넘는 디자이너를 임원에 임명하여 디자인혁명을 선도함
으로써 한국의 디자인수준이 크게 향상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인재경영에서도 사장
보다 돈을 더 받는 S급 인재를 발굴하라고 요구하고 사장들의 인사고과에 인재발굴
실적을 반영하였다. 그는 이와 같이 말로만 아니라 구체적이고 행동지향적으로 그의
개혁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김으로써 성공의 기초를 닦은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이 돋보이는 또 다른 부분은 프리미엄 제품전략이다. 프리미
엄 제품전략의 결과 삼성 핸드폰의 M/S가 미국에서 1위를 하는 등 선전을 하고 있고
삼성전자의 브랜드가치가 세계 21위로 소니보다 높아졌다. 지금은 삼성전자뿐만 아
니라 한국의 다른 기업도 1등 내지 고급제품을 만들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한국제품은 싸구려 제품이라는 인식을 바꾸었고 다른 기업들도 고급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자극을 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은 한국에서 세계적 기업이 출현
할 수 있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보여준 기업가라고 할 수 있다.
노부호(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BBS객원논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