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동아시아의 심장부에는 인권 유린 기록이 세계 최악인 나라가 위치하고 있다. 이 나라는 국민 20명중 한 명에게 군복을 입힘으로써 그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40명 가운데서 1명이 강제 수용소에 다녀왔으며, 핸드폰과 인터넷은 불법이고 텔레비전은 북한정부의 선전 방송만 볼 수 있다. 이 나라는 만성적 식량 부족을 앓고 있으며, 대략 십년 전에는 약 60만 명이 식량부족으로 생명을 잃었다.”



지난 해 9월 27일,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가 다룬 한국 특집에 실린 북한에 관한 내용이다.  그 잡지는 이 기사에 덧붙여서 “북한은 절망적일 정도로 가난에 찌들어 있으면 남한보다 최소 15배 이상 가난하기 때문에 언젠가 통일이 온다면 남한은 세계적 기구들로부터 엄청난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는 설명을 더하기도 한다. 북한의 내부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면, 핵무기를 소지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을 어떻게 다뤄야 할 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한 실정이다. 어떤 선택을 하던 대한민국에겐 힘겨운 도전 과제임에 틀림이 없다.  국민대에서 역사학을 가르치고 있는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 교수는 최근 한 기고에서 북한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이런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2004년부터 북한 정부는 시장 세력에 대한 단속을 본격화하였다. 2005년에는 배급제를 재개했고 2006년에는 남성들의 장사를 금지했고 2007년에는 50세 미만 여성들의 장사를 금지하였다. 이들 조치의 유일한 목표는 주민들을 자유의 분위기와 위험한 이야기가 가득 찬 시장으로부터 분리해 국가 감시의 조건이 편리한 공장에 다니도록 하는 것이다. (11월초 내린 종합시장개편) 조치는 이 방향으로의 또 하나의 걸음이다.” 




북한에 우호적인 사람들은 ‘우리 민족끼리’라는 슬로건을 좋아한다. 그리고 우리가 무엇인가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조치를 취하면 그들 역시 이에 상응하는 보답을 하리라는 일종의 ‘호혜 원칙’에 막연한 믿음을 갖고 있다. 물론 이처럼 주고받는 원리는 서로가 정상적인 상태일 때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니까 정상적인 국가나 단체 그리고 개인들 사이에는 ‘줄 것이 있으면 받을 것이 있다’는 원칙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하지만 북한은 과연 보편적인 양식이나 상식을 따를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철두철미하다는 용어로 표현하기에 힘들 정도로 전체주의를 유지하는 국가에서 개인의 인권을 고사하고 정치적인 목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살상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하더라도 북한 당국자들이 이성과 합리에 따라서 행동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북한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커다란 차이는 바로 이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정상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과 ‘그렇게 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의 차이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필자가 그들을 대함에 있어서 강경책으로 일관해야 함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 대북한 유화책이 가질 수 밖에 없는 근본적이 문제는 그들에 대한 기본 가정의 잘못됨 때문에 틀릴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아직도 이 쪽에서 잘 하면 저 쪽에서도 잘 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명박 정부를 비난하기에 분주한 사람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그들에게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줄 때 그들이 정상 국가로서 행동할 수 있다고 보는 가라는 점이다. 이제부터라도 대북한 정책의 기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비정상적인 국가를 다룸에 있어서 갖추어야 할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이에 따라 대처해야 한다. 협박에 굴하지 않고 구걸에 마음 약하지 않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인도적인 도움에 대해선 선별적인 지원을 행해야 하지만 모든 지원에는 공짜가 없으면 꼬리표가 붙어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을 장밋빛으로 바라보는데 익숙한 사람들이 실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깨달음을 얻어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공병호(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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