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는 자동차 산업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다. 그 중에서 우리의 눈을 끄는 것은 GM2004년 이후 누적손실이 700억 달러에 이르고 있어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고 도요타도 사상 첫 영업손실을 발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기업의 기초체력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GM은 몰락하고 있고 도요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





도요타와 GM의 차이는 사업적 가치관이라고 부르는 기업철학의 차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업적 가치관이란 단지 돈을 벌기 위해 이 사업을 하지 않고 이 사업이 세상을 위해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일생을 걸고 세계 최고로 잘해 보겠다는 각오로 일하는 것을 말한다.





사업적 가치관이 강한 회사는 노사는 하나라는 인간적 가치관이 있고 노사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경영의 최우선순위에 놓고 신뢰를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종업원들도 단기적으로 월급과 복지를 챙기기 전에 장기적으로 세계 최고의 기업을 만드는데 자부심을 느끼고 힘을 합쳐 일할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다. 도요타가 2조엔, 3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데도 불구하고 종업원들이 임금 동결에 합의한 것은 노사신뢰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GM은 노사대립의 문화를 극복하지 못해 퇴직자를 포함한 종업원에게 과도한 복지혜택과 공장 해외이전에 대한 동의 및 공장가동률 80% 유지 등 경영권을 침해하는 단체협약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어 왔다.





사업적 가치관이 강한 회사는 R&D에 과감한 투자를 한다. 도요타는 2004년 연구개발비가 4년 전에 비해 33% 증가한 반면 GM은 이 기간동안 10% 감소하였다. GM은 하이브리드카에서도 뒤지고 있고 디자인 변경에 시간이 오래 걸려 신차 출시를 제 때 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품질이 악화되고 A/S 비용이 급증하고 고객 평판이 나빠지면서 매출이 감소되고 있는 것이다. 매출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품질에 관심을 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딜러에 대한 판매 인센티브를 강화함으로써 판매를 늘리려고 했는데 그것은 단기적 처방은 될지 몰라도 장기적 대안은 될 수 없는 것이다.





도요타 자동차는 현장중심의 경영을 하고 있다. 아이디어가 나오는 곳이 현장이고 개선이 이루어지는 곳이 현장이기 때문이다. 현장의 반장, 직장 등 고참사원들의 의견이 존중되고 영향력이 크다. 조 후지오 사장의 가장 중요한 일과 중 하나는 공장방문이라고 한다. 도요타는 이러한 현장경영에 기초를 두고 좋은 품질의 자동차를 만들어 내어 ‘고장이 잘 나지 않는 자동차’ 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고객을 감동시키고 있다. 그러나 GM의 경영진은 현장과 유리되어 있어 좋은 품질의 자동차를 만들어야겠다는 현장 근로자들의 열정이 부족한 것이다.





도요타 자동차는 사업적 가치관이 강하기 때문에 본업에 충실하고 틈새전략을 구사한다. 여기서 틈새전략이란 핵심역량에 기초를 두고 시장을 창조하는 전략이다. 도요타의 렉서스,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는 틈새전략의 결과이다. 그러나 GM은 일본과의 경쟁이 어려운 승용차를 버리고 대당 수익이 크고 잘 팔린다는 이유로 SUV에 주력했고 렌터카, 리스 등의 대량판매시장에 진입하였는데 이것은 핵심역량으로 정면승부하지 않고 그냥 잘 팔리기 때문에 단기적 이익을 위해 이런 저런 시장에 진입한 것으로 틈새전략에 대비하여 살포전략이라고 불리고 있다. GM90년대에 들어와 승용차시장보다 SUV 더 나아가서는 금융에 치중한 것은 사업적 가치관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노사신뢰, R&D, 현장경영에 기초를 두고 틈새전략을 구사하는 사업적 가치관이 강한 회사이지만 GM은 그렇지 않다. GM이 몰락하고 있는 것은 사업적 가치관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노부호(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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