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일 전 법원에서 인간과 생명의 존엄을 인정하는 죽음을 맞이하라는


‘존엄사’판결이 있었습니다. 의학적 판단으로 소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산소호흡기 등의 특별한 방법에 의해 단순히 며칠 또는 몇 달 간의


생명을 연장하는 의미밖에 없을 경우에 선택하는 수단 중의 하나가 바로


존엄사입니다. 존엄사는 환자자신의 의사와 가족의 의견 그리고 의사와


법률적 판단에 의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생명유지보다는 자연스러운 죽음이 더 생명의 의미에 맞다고 보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얼마 전까지는 판례가 없어서 환자와 가족의 의사에도


불구하고 존엄사를 위해 노력한 의사를 살인혐의로 기소한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의 김 모 환자의 경우는 환자의 존엄사 의지를 받들라고 하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 법률적인 지평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완전한 국민정서적 ,법률적 합의를 이뤄 낸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연세대 의료원에서 항소하는 방식을 지방법원 판결에 불복하고


고등법원을 거치지 않고 대법원에 직접 항고하였다고 합니다.


비약상고라고 하는 다소 생소한 절차를 선택한 이유는 판결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확실한 법률적 판단을 구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가족이 환자와 가족들의 의견에 반하는 결정이


나올 것을 우려해 그것을 거부하기로 하였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모두 필요한 조치로 보이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혼란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토론을 하거나 자세한 검토를 거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와중에도 환자와 가족들은 고통을 겪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지난 12월 2일 이 시간 논평에서  “자연스레 살다가 평화롭게 죽어야


한다”고 존엄사를 지지하는 논평을 낸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 등을 통해서 겨우 생명줄을 유지하는 것은 삶의 본래 모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것은 삶의 능동성과 평화로움을 해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부처님의 가르침은 자연스러운 생태(生態) 즉 삶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은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방법 역시 자연스러운 것이어야 하며


그것이 인격과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방법으로 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국립 암센타 암환자와 가족의 80%가 존엄사를 찬성한다는 조사연구는


참고할 만합니다.  다시 살아날 희망이 없이 끝까지 살아보겠다는 본능적 욕구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죽어가거나 죽어가는 모습을 그저 지켜보아야만 하는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자연스레 살다가


평화롭게 죽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인 합의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도


평소에 존엄사를 하겠다는 의사표시를 사전에 가족과 의료진에게 해야 합니다.


그것이 자연스레 살다가 평화롭게 죽으며 옆 사람에게도 평화를 주는 것입니다.


 


법현스님(열린선원 원장,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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