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경제 한파가 매서운 모양입니다. 실업을 당한 가장이나 취업을 못하고 있는 사람, 구조조정을 앞둔 직장의 회사원들은 눈물 나게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을 겁니다. 이들보다 생활형편이 좀 나은 사람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정을 이끄는 이들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울 겁니다. 수입은 줄고, 물가는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다보니 어찌어찌 먹고는 살지만 미래가 불안하기만 합니다. 이렇게 움츠려든 모습을 보니 문득 ‘대장부’란 말이 떠오릅니다.




‘사나이 대장부는 평생에 세 번만 눈물을 흘려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정확한 의미가 떠오르진 않지만, 태어나 한번 울고, 부모가 죽었을 때 울며, 나라가 망했을 때 운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조선 오백년의 선비정신이 녹아있는 굳건한, 굳건해야만 하는 사나이 대장부의 마음가짐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라 봅니다. 돌이켜보면 경직된 남성 중심적 사고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이 굳세지 못하면 살아가기 힘들었던 어려운 시절에 나온 말이었음을 감안하면 이해가 가기도 됩니다.




경전 중에는 《대장부론》이란 책도 있는데 여기에는 대장부의 자세를 보살의 눈물에 비유한 말씀이 나옵니다.


“보살이 눈물을 흘리는 때는 세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공덕을 닦는 이를 보면 사랑하고 공경하는 까닭에 눈물을 흘리고, 둘째는 괴로워하는 중생이 공덕없는 것을 보면 가엾이 여기는 까닭에 눈물을 흘리고, 셋째는 큰 보시를 닦을 때에 감격하고 기뻐서 역시 눈물을 흘린다.”




불교에서 대장부는 바로 보살과 같이 행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세상의 권력과 명예와 돈에 집착하지도 않고, 오로지 중생의 공덕과 해탈을 목적으로 사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맹자가 말한 대장부와도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습니다.


맹자는 ‘대장부’에 대해 “넓은 세상에 살며, 올바른 자리에 서서 천하의 대도를 행하며, 뜻을 이뤘을 때는 백성과 함께 정도를 행해 나가고, 뜻을 못 이뤘을 땐 혼자 도를 닦아 나아간다. 부귀도 그를 방탕하게 하지 못하고, 가난과 천함도 그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고, 위세나 무력도 그의 마음을 굴복시키지 못해야만 이를 대장부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우리 불자들은 대장부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나 혼자만, 내 가족만 잘살면 그만이란 생각을 버리고, 우리 모두가 더불어 잘 살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나이 대장부가 행해야할 삶의 자세이며, 보살이 되길 서원하는 불자가 행해야 할 실천덕목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자비심을 가지고 남을 위해 베푼 공덕은 그 크기가 광활한 대지와 같지만 자신을 위해 베푼 공덕은 아무리 커도 겨자씨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경제적 차원에서는 ‘위기가 기회’라는 말을 합니다. 보시를 행해야하는 불제자의 입장에서도 위기는 기회일 수 있습니다. 어려운 이웃이 많아진 만큼 복덕을 많이 쌓을 수 있는 기회도 많을 테니 말입니다.




월도스님(천태종 총무국장,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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