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과 내수가 침체에 빠지는 등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옥죄어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비상시국에 대처하는 정부와 한나라당의 행태에서 위기를 돌파하고자 하는 비장함과 진솔함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시급한 개혁과제에 대해 분명한 방향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정기국회 80여일동안 통과시킨 법률은 10건도 못됩니다. 게다가 한나라당 내부에서 조차 각종 중요현안이나 이슈에 대해 엇박자를 보이고 있습니다. 당정간 손발도 맞지 않고, 여권내부의 불협화음도 심각한 실정입니다.


  종부세 문제에서는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의 손발이 맞지 않았고. 수도권 규제완화를 둘러싸고도 당내이견이 노출되었으며, 이른바 실세정치인의 귀국을 둘러싸고도 입장이 엇갈렸습니다. 정부여당이 신뢰를 보여줘도 심각한 위기국면을 타개해 나가기가 녹록히 못한 현실에서, 집권세력이 주요사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치지 않고 정책적 입장을 밝히는 것은 시장에 불신만 더 가중시킬 뿐입니다.


  당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관점에 따라 정책방향의 차이를 보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의견을 조정하여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이 정치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한나라당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갈등의 조정과 다양한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는 정치의 본령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최근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소리는 한나라당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월박(越朴), 복박(復朴), 심지어 주이야박(晝李夜朴)이란 말까지 들리고 있습니다. 월박이란 친(親)이명박 의원이 친(親)박근혜로 넘어갔다는 의미이고, 복박은 이명박계로 갔다가 다시 박근혜계로 돌아온 사람을 말한다고 합니다. 주이야박은 낮에는 이명박계로, 밤에는 박근혜계로 정치적 색깔이 주야로 바뀌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19세기에도 이런 정당은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언제까지 친이 친박으로 갈라져서 세력다툼을 일삼아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당이 이러고서야 국정 운영이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되, 시기와 정도에 대해 정확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개입의 시기와 강도에 있어 시장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시장은 정부에 신뢰를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위기가 금융과 실물위기 못지 않게 신뢰와 신용의 위기라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무능은 집권당의 인식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전 정권과 코드를 같이하는 공무원 때문에 개혁이 안된다는 식의 무력하고 패배주의적 인식에 젖어 있는 집권당은 경제적. 국가적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없으며, 이렇듯 나약한 여당의 행태를 가지고는 이 험한 파고를 넘을 수 없음은 너무나 자명하다고 하겠습니다.


  지금의 상황은 10년전의 외환위기보다 더 엄중합니다. 대통령과 여당의 지도부가 나서야 합니다. 당정간의 정책조율과 당내의원들의 이견조정에 적극적으로 임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신뢰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것이 여권 지도부가 집권세력으로서 감당해낼 몫입니다. 비상시국에 대한 여권 지도부의 정확한 현실인식을 촉구합니다.


 


최창렬(용인대 교수,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저작권자 © BBS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