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안심리가 줄어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환율불안이 경제에 심각한 불확실성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LG경제연구원의 분석에 의하면, 주식시장의 주가는 2007년 이후 시점으로 세계 50개국중 33위의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는데 비해, 외환 환율은 그 하락률이 2위에 달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 불안이 금방 가실 것 같지도 않습니다. 미국과 통화스왑 협정까지 체결하였음에도 시장은 우리의 은행들이 가진 문제들을 여전히 우려스런 눈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지금 동분서주하고 있기는 하나, 세계 경기의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쳐 사정이 더욱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위기에는 무엇보다 경제주체들의 신념이 중요하다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도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신념이라 할 것입니다. 경제를 움직이는 원리는 결국 시장원리와 공동체 원리입니다. 지금 이 위기에서 시장원리란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에서 옥석을 가리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말하는 것입니다. 구조조정을 두고 기업과 은행들의 눈치보기가 극심하다 합니다. 정부에는 총대를 메는 사람이 없다 합니다. 구조조정을 늦추면 위기가 악화된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외환위기의 수습과정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습니다. 더구나 이번 위기는 1997년의 위기와 달리 세계 모든 나라가 위기 속에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짧은 기간에 위기를 벗어나리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구조조정을 미루고 한계기업을 연명시킨다면 미래의 위험은 더 커질 것입니다. 구조조정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책임을 떠안는 정부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한편 공동체 원리란 상생과 화합을 이루는 노력을 말합니다. 가뜩이나 남 탓과 미움이 넘쳐나는 사회에 자산 손실, 실업 증가, 경기 침체로 갈등과 긴장이 폭발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사회안전망과 고용지원 시스템에 대한 적극적 보완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와 경영자간에 자신의 몫만을 챙기는 이기적 행동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정부의 의지도 필요합니다. 1929년 대공황을 악화시킨 이유 중의 하나가 기업의 카르텔과 근로자의 노동운동 심화라는 분석에 우리는 유의하여야 할 것입니다.




  지금의 위기를 정부의 힘만으로 극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정치권도, 부유층도, 대기업 노조도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할 것입니다. 한가로이 종부세 완화 논쟁에 여야의 힘을 소비할 때가 아니라고 보입니다. 시장원리라는 차가운 마음과 공동체 원리라는 따듯한 마음을 제대로 분별해 쓸 줄 아는 정부, 자신의 안일보다 국민의 어려움을 먼저 헤아리는 지도층의 리더십이 지금보다 더 필요할 때는 없을 것입니다. 후세의 역사가 이 위기의 시기를 어려움은 컸지만 국민적 슬기로움을 보여준 시대였다고 기록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이홍규(정보통신대 교수, 불교방송 객원논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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