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사진 / 김선권 작가 제공
사진 / 김선권 작가 제공

■ 출연 : 김선권 여행작가  
■ 진행 : 이호상 기자
■ 2023년 3월 23일 목요일 오전 8시 30분 '충북저널967' (청주FM 96.7MHz 충주FM 106.7MHz)
■ 코너명 : 여행스케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방송 다시 듣기는 BBS청주불교방송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습니다)

▷이호상 : 전국 곳곳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코너, ‘여행 스케치’ 오늘도 여행전문가 김선권 작가와 함께 라디오 여행 떠나보죠, 작가님, 나와계시죠? 안녕하세요.

▶김선권 : 안녕하세요. ‘여행 그려주는 남자, 김선권’입니다.

▷이호상 : 작가님, 바로 가보죠. 오늘은 어디로 가나요?

▶김선권 : 오늘 소개할 장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장소일지도 모르겠네요. 앵커님도 분명 가보셨을 장소입니다. 아마도 이곳은 많은 분들에게 수학여행의 추억을 소환해주는 장소일 거란 생각입니다.

▷이호상 : 수학여행이라면 저는 중학교때는 경주를 갔었고 고등학교때는 제주도를 갔던 기억이 나는데요.

▶김선권 : 맞습니다. 저도 중학교 때는 경주로 갔고, 고등학교 때는 설악산을 갔었는데요. 저도 중학교 2학년 때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었는데요. 그때의 추억을 되뇌며 경주 불국사로 가서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호상 : 조상님들의 지혜, 저도 경주 불국사 가봤습니다만 갈 때마다 감탄인데요. 불국사, 조상님들의 지혜를 배운다고요? 

▶김선권 : 40대 이상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6~70%는 불국사에 가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불국사를 평범한 여행기로 소개하면 밋밋할 듯해서 다녀오신 분들이 놓치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부분을 위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대부분 사찰이 그런 것처럼 매표소에서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을 거쳐 불국사로 오르는 길은 참 아름답습니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하문에 다다릅니다. 목조건물 자체는 1969~1973년 복원 공사 당시 새로 신축한 것이지만, 하부 석조기단은 신라 시대 당시부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알고 계시겠지만 경주는 우리나라치고는 지진이 비교적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입니다. 현재뿐만 아니라 과거의 기록을 살펴보면 신라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도 지진이 자주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석축의 하부구조가 이토록 잘 보존된 데는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사진 / 김선권 작가 제공
사진 / 김선권 작가 제공

▷이호상 : 그만큼 우리 조상들의 과학적인 건축공법이라고 할까요? 그렇게 건축을 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김선권 : 네, 그렇습니다. 석축을 보면 상부구조는 반듯하게 잘린 석재가 차곡차곡 쌓여있는 것에 반해, 하부구조는 가공되지 않은 자연석이 놓여 있습니다. 자연석 위에 석재를 올리기 위해서는 자연석의 굴곡면에 맞게 상부에 들어갈 석재의 밑면을 깎고 다듬어 자연석의 요철에 따라 상부 석재가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리도록 하는 게 우리나라의 전통 건축기법 중의 하나인 ‘그랭이 공법’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자연석 주초는 자연재해 시 인위적으로 가공하여 만든 주춧돌에 비하여 매우 안정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는데, 실례로 2016년 진도 5.8의 지진이 경주와 포항지역에 발생했을 때, 현대건축기법인 필로티 구조로 된 건물들은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주 불국사의 석가탑, 다보탑 등의 그랭이 공법으로 건축된 건축물은 거의 손상을 입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게 모두 전통 내진 석재 설계인 그랭이 공법으로 축조해서 그렇다고 합니다. 하부의 자연석들이 지진의 충격을 분산시켜 준다고 합니다.

사진 / 김선권 작가 제공
사진 / 김선권 작가 제공

▷이호상 : 그러니까 이게 전통 내진 석재 설계라고 말씀해주셨는데 불국사 가봤습니다만 제대로 못봤는데, 건축기법이 그랭이공법이라는 것이 하부는 자연석으로 쌓고 상부는 가다듬은 돌로 쌓는다, 그 공법이 그랭이 공법이라는 말씀이시죠? 

▶김선권 : 네, 자연석과 자연석의 모양으로 위에 쌓는 돌로 홈을 만들어 딱 끼워 맞추게 되는 것이죠. 

▷이호상 : 네모 반듯하게 말이죠? 

▶김선권 : 네모가 될 수도 있고 아래 잡석모양을 따라 굴곡이 생기는거죠. 

▷이호상 : 쉽게 설명하면 하부는 자연석, 위에는 반듯하게 깎은 가공석, 그렇군요. 다음에 가보면 정말 잘 살펴봐야겠어요. 조상님들의 지혜에 진짜 감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부분을 보면요. 

▶김선권 : 지금은 출입이 제한되어 있지만, 자하문 아래 설치된 돌계단 다리인 청운교와 백운교는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더라고 사진을 보시면 “아 여기!”하고 기억이 떠오를만한 장소입니다. 지금도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은 장소이고, 오래전 출입이 허가되었을 때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모여 앉아서 단체 사진을 찍던 곳입니다.

사진 / 김선권 작가 제공
사진 / 김선권 작가 제공

▷이호상 : 저는 작가님, 기억나는 것 같아요. 거기 가면 늘 45도 각도로 찍는 곳 거기잖아요? 

▶김선권 : 네 맞습니다. 대웅전 앞 자하문으로 오르는 돌계단 백운교와 청운교 아래에도 비밀이 있습니다. 그 아래 무지개 모양의 홍예문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쌍무지개, 그것도 세계에 딱 하나뿐인 ‘쌍 홍예문’입니다. 역 사다리꼴의 돌로 둥글게 쌓는 홍예문은 곡선이 우아할뿐더러 상부에서 하부로 가해지는 힘이 무척 강합니다. 하지만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는 힘에는 추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홍예 위로 둥글게 홍예를 한 겹 더 감았습니다. 그 가운데에 아래 홍예의 역사다리꼴과는 반대로 사다리꼴로 끼워 맞춘 홍예 종석을 하나 끼워넣어서 땅이 솟아도 끄떡없는 '내진설계'의 진수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게 무려 1천 2백여 년 전의 건축물입니다. 

▷이호상 : 작가님 그런 거 아닐까요? 제가 지금 머리 속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홍예문이라는 것이 터널처럼 생긴, 둥근 돌로 쌓은, 그 당시에 어떻게 터널식으로 쌓았는지 놀라운데요. 이게 1천 2백여 년 전의 작품이라는 거. 놀라울 따름이죠. 

▶김선권 : 그리고 돌의 모양은, 아래에 있는 홍예는 사다리꼴의 역 모양으로 해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을 만든 거고요.

▷이호상 : 그 당시에 어떻게 구조를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또 그런 기법은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놀랍습니다.

▶김선권 : 이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 것은 51년전에 밝혀졌다고 합니다. 그 당시, 수학여행 온 초등학생, 그때는 국민학생이었겠죠? 이 선생님께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저 다리에 위아래 돌 모양이 왜 정반대에요?" 51년 전, 6학년 학생이 던진 이 질문에 선생님은 학계로 문의했습니다. 그런데 이 일로 당시 과학계가 발칵 뒤집혔다고 합니다. 1천 2백여년 만에 불국사 건축 비밀이 풀리는 순간이었다고 합니다.

▷이호상 : 그러니까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홍예 돌이 밑과 위가 층층이 다르냐, 이걸 질문했던 거잖아요?

▶김선권 : 네. 위에는 사다리꼴이고, 아래는 역사다리꼴이고요.

▷이호상 : 그 학생도 대단하고 선생님도 대단하시네요. 그 초등학생이 지금은 아마 일상에서 은퇴를 하셨을 것 같은데, 정말 큰일을 했군요. 

▶김선권 :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청운교와 백운교를 통해서 대웅전으로 올라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보존을 위해 통제되어 있어서 옆으로 숲길을 따라 올라가야 합니다. 대웅전 앞에는 불국사의 상징과도 같은 다보탑과 석가탑이 있습니다. 석가탑은 설법을 하고있는 석가모니의 모습을 형상화했고, 다보탑은 석가모니의 설법이 옳음을 증명하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석가탑은 해체 복원 과정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사진 / 김선권 작가 제공
사진 / 김선권 작가 제공

▷이호상 :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이거 시험문제에 많이 나왔었는데. 그런데 제 주변에 친구들은 다보탑과 석가탑을 그렇게 헷갈려하더라고요? 그런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김선권 : 십원짜리 동전이 다보탑이죠? 

▷이호상 : 그렇죠. 그래서 무구정광대다라니경 시험 문제에 많이 나왔었는데, 그 오래전에 어떻게 이렇게 내진설계를 생각해냈는지, 사실은 그게 더 감탄스럽더라고요. 

▶김선권 : 네 그렇습니다. 자연석을 톱니처럼 맞물려 쌓은 그랭이 공법, 축대마다 돌 홈을 파서 가구처럼 짜 맞춘 결구 공법, 쌍 홍예를 이용한 내진설계, 서기 751년이었죠? 그때의 김대성은 이토록 야무지게 불국사를 지어서 우리에게 선물했습니다.

▷이호상 : 다보탑과 석가탑과 관련된 동화책을 저희 아이에게 읽어줬던 기억도 나곤 하는데, 다보탑과 석가탑 봤으면 불국사의 백미를 다 본 것 아니겠습니까? 

▶김선권 : 그렇죠.

▷이호상 : 작가님 시간때문에 불국사 여행 여기서 마무리하고, 경주에 가면, 불국사 인근에서 저희가 출출한데, 먹을거리를 잠시 소개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김선권 : 네. 불국사 아랫마을을 요즘은 불리단길이라고 부릅니다. 오늘은 이 불리단길에서 국수를 먹어보겠습니다. 국수는 스님을 미소 짓게 한다는 의미로 불가에서 '승소'(僧笑)라는 애칭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신라 천년의 수도 경주에는 유난히 국숫집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내는 물론이고 불국사 아랫동네 불리단길에도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유명 국수 식당이 여럿 있습니다. 비빔국수, 잔치국수와 칼국수는 물론이고 6.25 전쟁 때 탄생한 밀면도 부산과 더불어 경주가 한 종가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호상 : 네. 불국사 쭉 둘러보고, 이렇게 보다 깊이있게 둘러 본 다음에, 내려와서 국수 한 그릇 먹으면 정말 좋겠네요. 작가님 여기서 마무리하고요, 다음시간에 다시 또 더 좋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보죠.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선권 : 네. 고맙습니다.

▷이호상 :  지금까지 라디오 여행, 오늘은 경주 불국사로 여러분 떠나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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