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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카메라를 든 수행자’로 불렸던 불교사진의 대가 관조스님 유고 작품집이 열반 16년 만에 출간됐습니다.

불가의 구석구석을 렌즈에 담아 대중을 일깨웠던 스님의 진면목을 사진집 속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이현구 기자입니다.

 

 

 

< 리포터 >

352페이지의 크고 두꺼운 작품집은 흑백의 범어사 풍경 사진으로 시작됩니다.

산사의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두루 짚는 만행길은 부도를 지나 폐사지에서 멈춥니다.

관조스님이 남긴 20만점의 필름에서 고르고 고른 278장 사진이 ‘관조(觀照)’를 제목으로 단 유고 작품집에 담겼습니다.

승원스님 / 가평 백련사 주지 

“물론 디지털 필름은 하나도 없죠. 전부 아나로그 필름이죠. 그래서 오피스텔 하나 얻어서 3년여에 걸쳐 모든 필름을 해체해서 주제별로 사찰별로 전부 해서 국립박물관 수준 이상으로 어떻게 보면 사진을 정리한 것입니다”

2006년 입적한 한국 불교 사진예술의 선구자 관조스님은 생전 스무권 가까운 개인 사진집을 냈습니다.

하지만 이번 유고 작품집은 관조스님 입적 후 16년 만에 제자들이 모아서 엮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합니다.

맏상좌 승원스님은 열반 전 스승에게 최고의 작품집을 내드리겠다고 약속하면서 짊어진 16년간의 무거운 짐을 이제 내려놓으려 한다고 사진집 머리글에 썼습니다.

승원스님 / 가평 백련사 주지 

“마지막 병석에서 가시기 전에 저한테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승원스님, 내가 지금까지 많은 사진집을 냈지만 내 마음에 흡족한 사진집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차별화된 좀 더 요즘말로 하면 고품질 퀄리티가 좋은 제대로 된 사진집을 한권 내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31살에 해인사 강원 강주를 맡았을 만큼 학승으로 촉망받았던 관조스님은 범어사 총무국장 소임 후 일체 공직에 나서지 않고 30년간 전국 절집을 다니며 불교의 모든 것을 렌즈에 담았습니다.

사진 찍는 스님이 거의 없던 시절 스님은 당시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던 사찰 꽃살문과 돌계단 등에 주목했고, 특히 꽃살문 사진은 해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필터나 인공 조명을 쓰지 않고 대부분 대상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꾸밈없는 앵글이 관조스님 작품의 비범한 힘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승원스님 / 가평 백련사 주지 

“스님들이 엄청 욕을 하셨어요, 그 욕을 잡수시면서도 꿋꿋하게 평생을 외길을 걸어셨던 거예요. 누가 하라고 한 것도 아니고 저는 그래서 스님이 영상포교를 미래시대에는 분명히 올 것이다 그리고 사라져가는 불교문화를 내가 하지 않으면 누가 보존할 수 있겠느냐 이런 원력을 세우셔서...”

사진집 ‘관조’는 오는 24일 가평 백련사에서 열리는 관조스님 16주기 다례재에 봉정됩니다.

승원스님을 비롯한 관조스님 제자들은 부도비도 제작해 앞서간 영상포교로 화엄의 정신을 펼쳤던 선각자를 추모할 예정입니다.

BBS뉴스 이현구입니다.

<촬영 = 강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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