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 고은경 전 한국국제협력단 부탄 코디네이터

●연출 : 김종광 기자

●진행 : 이병철 방송부장

●2021년 12월 30일 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제주FM 94.9MHz 서귀포FM 100.5MHz)

●장소 : BBS제주불교방송 / 제주시 임항로 14(덕산빌딩 4층)

[이병철] 네. 가까이 있어도 지나치는 행복을 누구보다 잘 느끼고 나라, 부탄 이야기인데요. 부탄은 불교로도 유명한 나라죠. 오늘은 한국국제협력단의 부탄 코디네이터, 고은경 님을 이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고은경] 네, 안녕하세요.

[이병철] 지난 시간에 대해 부탄에 대해 소개했다면 저희뿐만 아니라 부탄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번에는 부탄의 생활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고은경] 저는 가족과 함께 지내다 왔고, 아이도 거기서 키우고, 학교도 다녔거든요. 사람들이 참 순하고, 착하고, 아이들도 잘 지내고, 그리고 친환경적인 나라고 미세먼지가 거의 없는 나라라서 오랜만에 제주도에 왔더니 미세먼지 때문에 신경 쓰이더라고요. 깨끗한 나라고, 어려운 점도 많아요. 최빈국이고 어려운 나라여서 도로에 낙석이 많습니다. 아슬아슬한 산길에 비포장 도로가 많거든요. 그런 것도 있고, 나라 자체가 동물을 함부로 죽이지 않기 때문에 주인 없는 개, 들개가 많아요. 개 물림 사고가 종종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부탄 사람들은 개들한테 굶지 않게 해주려고 밥도 나눠주고 하는데요. 산에 가면 곰, 도로 사정이 열악한 관계로 낙석, 열악한 의료 환경, 아무래도 우리나라처럼 의료가 발달되지 않아 병원 상황이 좋지 않아서 그런 장단점이 있습니다.

[이병철] 그런 점만 없으면 살기 좋은 나라겠죠. 주변에 개들이 있더라도 죽이지 않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부탄 국민들이군요. 부탄이 이제 거의 친근하게 다가오는데, 실제로 지내는 동안 불교 국가임을 실감하시게 된 적이 있나요?

[고은경] 네. 우선 공휴일부터가 불교와 관련된 게 많습니다. 부탄 공휴일에 1년에 한 18개가 있는데, 축제 기간에 합치면 더 길겠네요. 1년 중에 거의 3분의 1이 불교와 관련된 일입니다. 부처님 열반일, 부처님오신날, 최초로 설법을 전한 초전법륜일, 그리고 불교와 관련된 큰 축제가 있고요. 부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구루림포체라는 불교 스승이 있어요.

부탄 불교의 창시자라고 볼 수 있는데, 자세히는 모르지만 모든 사람들이 부처님과 구루림포체를 거의 동격으로 봐요. 절마다 구루림포체를 모시는 곳이 따로 있고, 집 안에도 그림이 많고요. 구루림포체가 오신 날, 구루림포체 탄신일도 공휴일인데 그 날에는 구루림포체가 모든 가정을 방문한다고 믿기 때문에 사람들이 단장을 하고 축복을 받기 위해 구루림포체를 기다리거나 공휴일부터가 신기한 경험이었고요.

모든 집에 다 개인 법당이 있습니다. 아침마다 명상과 기도를 하고 제사나, 큰 불교적인 행사에 스님들을 법당에 모셔서 아무리 가난한 집에서도 제일 좋은 방을 법당으로 쓰고 있어요. 부잣집은 말할 것도 없고요. 층 하나가 다 법당이에요. 4층집이면 제일 햇빛이 잘 들어오는 꼭대기 층을 쓰고, 관공사도 부처님의 탱화가 다 걸려있고요. 놀라운 것은 건축도 다 신축 건물들, 부탄도 최근에 빠른 발전을 하고 있어서 건설을 굉장히 많이 해요.

그런데 다 전통 문양으로 철저한 규제를 합니다. 내부적으로는 현대적으로도 할 수 있지만 외부적으로, 네모반듯한 콘크리트 건물 이런 게 안 됩니다. 반드시 전통 문양이 다 박혀 있어야 하고, 절에 가면 그런 탱화 느낌이 신축 건물에도 있습니다.

정말 놀라운 것은 백신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잖아요? 백신이 비행기로 지원받았기 때문에 공항에 도착하는 날 스님들이 다 가셔서 활주로에서 예불을 올리면서 무탈한 국가의 백신 프로그램이 실시되도록 기도해주셨고. 부탄에 종칵이라고 20개 주가 있는데, 20개 주에 다 뿌리잖아요? 20개 주에서도 또 불교 수장이 한 번 더 하고 접종을 하고요. 중요한 것은 아무 날이 아니라 날이 다 정해져 있고 누가 먼저 접종을 받는가도 불교계에서 다 정해줍니다.

이 날 몇 시에 누가 먼저 한다, 원숭이해에 태어난 여성이 해야한다, 국가에서 불교계에 의뢰해요. 그래서 너무 놀라운 게 모든 종칵에서 원숭이해에 태어난 여성이 일등으로 자원해서, 아주 무사하게 잘 진행되었죠.

[이병철] 얘기를 듣다보니 정말 불교의 나라네요. 불교에서 중요한 수칙인 살생 금지, 이런 것도 다 국가에서 중요하게 여긴다면서요?

[고은경] 네. 낚시나, 공식적으로 허가받아서 민물고기를 먹지만 아무나 낚시해서는 안 되고, 도축장이 국가적으로 있는 게 아니라 육류는 거의 인도에서 수입하고, 닭고기 정도는 합니다. 그리고 야크가 굉장히 많은데, 살생은 하지 않고 자연사한 야크를 가끔 얻을 수 있습니다.

보양식으로 먹게 되죠. 놀라운 것은 음력 1월과 4월, 매월 음력 보름에 고기를 먹지 않는 기간이 있어요. 저는 이 기간을 잘 알고 고기를 미리 사 놓지만 사람들은 먹지를 않죠. 1년에 거의 석 달을 의무적으로 안 먹는 달이 있더라고요. 지구 환경에도 굉장히 좋은 일이죠. 고기 좋아하는 분들도 이러한 규칙이 있다면 의도적으로 안 먹으면서 다른 생물을 보호하는 거죠.

[이병철] 전통도 중요시하고, 자연을 지키는 것도 중요시한다고 들었는데요.

[고은경] 네, 그래서 국가의 60%이상이 산림이고, 일부러 개발하지 않아요. 어디를 가든 초록색의 자연을 볼 수 있고, 과거의 산불로 훼손된 곳이 좀 있는데 이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길거리 개 얘기도 했는데, 놀라운 것은 국가의 국왕이 80년생의 40살 정도의 젊으신 분인데, 굉장히 존경받고 코로나 때도 온 지역을 걸어 다니면서 민생을 살피신 훌륭하신 왕이세요.

락다운 때, 락다운이 한 세 번 있었거든요? 한 번 락다운되면 3, 4주 정도 아무도 밖에 안 나오니까 개들에게 먹이를 줄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국왕이 길거리 개한테 먹을 것을 주는 일을 군인과 경찰이 해 주라고 해서 코로나 때 자연과 동물까지 챙기셨죠. 이걸 보면서 평범한 사고방식으로는 할 수 없잖아요?

전통과 자연을 지키는 것을 국왕 자체가 신경쓰고 있고, 전통에 있어서 우리 한복처럼 전통 옷이 있는데 공무원들은 반드시 입어야 하고요. 회사에서도 전통 옷을 입지 않으면 굉장히 예의 없는 것으로 여겨서 저도 전통 의상을 입고 다녔었어요. 그런 게 굉장히 철학적으로나 영적으로 충만하고 자존심이 강한 나라입니다.

[이병철] 부탄인들이 그런 것 때문에 행복하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우리나라도 어느 정도 불교 국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어떻게 보시는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은경] 네. 우리나라는 굉장히 경쟁적인, 치열한 시대죠. 우리가 부탄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어떤 카르마, 업이라든가. 업을 굉장히 믿고 내생이나 환생을 믿고 있는데요. 그래서 더욱 선을 베풀고, 선행을 베풀면 몇 배로 돌아와서 자신에게 더 좋다는 믿음이 있어요. 평소에 굉장히 많은 선행을 하려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 개의 경우에는 몇 번째 환생을 한 모습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거의 사람으로 보는 거죠. 그리고 자연에 대한 중요성, 제가 한 번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길을 잘 모르니 가이드 한 분을 고용해서 다녔는데 그 분이 지렁이 한 마리가 길가에 꿈틀거리는 걸 보고 조심스럽게 막대기로 잡아 옮겨주시더라고요. 하나하나 다 신경 쓰는 모습이 몸에 배어 있더라고요. 이기적인 사회, 요즘 어린아이들이 굉장히 이기적일 수 있잖아요? 그런 면들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작은 생물 하나도 아끼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병철] 매력적인 일을 준비하고 있으시다고 들었어요. 글로벌이너피스 활동을 해나가실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고은경] 제가 8년 전에 제주에서 설립한 비영리 민간단체, 제주와 세계를 잇는 단체인 글로벌이너피스로서 다시 부탄에 갑니다. 제주와 한국을 잇는 활동을 할 거거든요. 부탄이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에 제주가 할 수 있는 일, 배워야 할 일, 거기서 제가 가교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이병철] 부탄과 한국은 문화가 굉장히 다른, 우리가 너무 빠른 성장으로 인해 부탄에 배워야 할 일도 있겠죠. 글로벌이너피스에서 어떤 활동을 해 나가실 계획인가요?

[고은경] 제가 그 전에는 코이카 직원으로 활동했지만 이제는 민간 차원의, 코이카는 정부 차원이지만 이젠 민간 차원. 그리고 제주 도민들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걸 봤어요. 부탄이 농업도 열악하고, 교육에서도 열악한 부분이 있거든요. 제주가 가진 유기농 정책이나 전기 관련된 친환경 사업에 대해 교류해도 좋을 것 같고요. 부탄이 사실은 철학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열심히 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 부분을 자그맣게나마 제주가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제가 그 중간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이병철] 글로벌이너피스의 고은경 씨, 앞으로도 좋은 활동 기대하고요. 오늘 이렇게 출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은경]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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