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 : 제주대학교 의과대학장 허정식 교수

●진행 : 이병철 방송부장

●2021년 9월 1일 제주BBS ‘아침저널 제주’

(제주FM 94.9MHz 서귀포FM 100.5MHz)

●장소 : BBS제주불교방송

●코너명 :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

[이병철] 누구에게나 죽음이 찾아옵니다. 때문에 우리의 삶은 아름다운 마무리를 향한 여정이기도 한데요. 제주 BBS와 제주 웰다잉 문화 연구소가 함께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의학 분야의 이야기를 나눠 볼 건데요. 제주대학교 의과대학장이신 허정식 교수님, 오늘도 함께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허정식] 네, 안녕하십니까.

[이병철] 지난 시간 웰다잉과 관련해서 의학계 내용을 살펴봤는데요. 지난주에 청취하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요약 좀 해주시죠.

[허정식] 지난 시간 웰다잉에 대한 기본 개념과, 뇌사와 식물인간의 구분을 했습니다. 뇌사 상태는 사망으로 인정되고, 식물 상태에서는 지속적으로 연명 치료를 유지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웰다잉이라는 개념은 죽음을 맞기 전 연명치료는 어떡할지 미리 정해서 보호자 분들이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버킷리스트 같은 것을 작성해서 생을 마무리하기 전 어떤 것을 하며 인생을 마무리할 건지 충분히 고려해야 웰다잉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병철] 사실은 죽음을 바로 맞닥뜨리는 게 아니라 서서히 준비해야 하는 거죠. 의학이 웰다잉에 기여하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 같은데, 반대로 웰다잉에 부합하지 않는 모습도 적지 않잖습니까?

[허정식] 네. 실제 의료 현장에서 보면 환자와 가족 분들의 의견 조율이 절실합니다. 말기 암 환자 같은 경우, 만일 부모가 환자라면 보호자인 자녀 입장에서는 연명 치료를 안 하는 것 자체를 불효라고 여깁니다. 그리고 말기에 다다랐을 때, 말기와 4기는 다른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암 4기는 몸에 전이된 상태에서 항암 치료나 방사능 치료 등을 해야 되고, 말기는 이러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없고 현재 의학으로는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환자 분이 암이라는 것도 비밀로 해달라. 말기인데도 비밀로 해달라는 보호자 분의 요청이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서는 환자 분이 짧게는 60대, 길게는 80, 90까지 산다지만 인생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그것을 모르고 인생이 마무리되는 안타까운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호스피스 병상에 들어온다면 환자 분이 이런 상황을 다 알기 때문에 설명을 드리는데 보호자 분들이 불효를 했다고 생각해서 호스피스 병동을 이용하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병철] 결국 환자 분에게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이 주어져야 도리겠죠.

[허정식] 그래서 저희가 가족 분들에게 만약 본인이 이런 병에 걸리고 말기라고 진단된다면 알고 싶냐고 물어보면 거의 모두가 다 알고 싶다고 하지만, 부모님한테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불효라고 생각하는 양가감정이 있죠. 그 부분이 문제가 많죠.

실질적으로 환자 분들에게 여쭤보면 나이가 많으신 분들은 의사가 가족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어지거나 본인의 몸이 점점 안 좋아진다는 걸 알기 때문에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는 것이 많습니다. 서로 마음에 상처를 줄까봐 이야기를 안 하시게 되다 보니까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병철] 사실 이런 것 때문에 연명 의료 결정법이 생긴 것 아니겠습니까? 법의 제정과 함께 시행 과정, 만만치 않은 논란이 있었지만 정착이 되어야 할 텐데, 어떻습니까?

[허정식] 현재 연명 의료 결정법이라고 약칭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내용을 보면 호스피스 완화 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한 의료 법률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너무 길다 보니 약칭해서 연명 의료 결정법이라고 하는데, 웰다잉에 대한 부분, 사전 연명에 의한 지시서라고 해서 여러 연구소에 개재되면서 웰다잉 교육, 질환이나 임종 과정에서 연명 치료를 안 받고 대신 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다가 이렇게 공청회를 통해서 연명 의료 결정법이 시행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병철] 자기 죽음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군요.

[허정식] 그렇죠. 안락사와는 조금 다른 의미인데요. 안락사는 본인이 삶을 포기하는 것을 대신해서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이고, 연명 의료에 대한 부분은 안락사와는 전혀 다릅니다. 법적으로 초기 연명 의료 결정법에서는 4대 질환인 암, 에이즈, 간 경화, 폐쇄성 폐 질환에 이르는 네 개 질환에만 국한해 어떤 연명 치료가 되는가 하면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 투석, 항암 치료 네 가지만 국한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하다 보니까 여러 문제점이 많았습니다. 심폐소생술이라고 하면 보통 심장 마사지만 한다고 여기시는 분들이 많은데 심폐소생술을 병원에서 하는 경우는 심장만 문제가 아니라 여러 호흡이 다 문제가 되기 때문에 혈압 상승제를 기본적으로 다 사용합니다. 그런데 법적으로 심폐소생술만 안 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승압제를 포기하면 연명 의료 결정법 위반이 되어서 법리적인 해석과 의학 현장과 너무 차이가 있어서 의료계의 노력을 통해 현재는 위 네 개의 의료 시술, 혈압 상승제, 수혈, 생명 유지 시술 등으로 확대되어 있습니다.

[이병철] 중증 질환, 가장 많이 돌아가시는 게 암이다 보니까 도내 환자들이 지금 제주대 병원에 암 센터가 있어도 타 지방을 많이 가지 않습니까? 이것을 웰다잉이나 연명 치료와 결부시켜서 얘기해 주신다면요?

[허정식] 지금 현재 말씀하시는 것은 암은 3분의 1은 예방 가능하고, 3분의 1은 조기 치료, 3분의 1은 치료를 함으로써 생명이 연장된다고 생각됩니다. 생명 연장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에 집중된 것 같은데 이것을 연명 치료나 웰다잉과 결부시키기에는 어렵고요.

그러다보니까 중증 암 환자 분들이 도외로 가는 경우 여러 여건들이 있습니다. 자녀분들이 육지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여기서 치료받는 것보다 육지 큰 병원에서 받으면 더 접근이 쉽고, 아직 제주대학 병원의 위상이 그리 높지 않은 것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한 번은 효도하는 마음으로 큰 병원에 가자는 개념이 있습니다. 그래서 암이 진단된 경우, 스스로 항암 치료를 받기 위해 올라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들 합니다. 이제 저희 환자 분들 중에서 육지 큰 병원에서 4기에서 항암 치료가 안 되고 말기로 넘어가는 경우, 조금이라도 빨리 제주로 보내주시면 환자 분도 편한 상태에서 오실 수 있는데, 몸이 너무 안 좋으면 항공으로 이송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큰 비행기가 필요하다 보니까 침대처럼 누워서 의사가 동반되어야 하고요. 외부에서 치료받다가 집이 제주니까 여기서 마무리하겠다고 오시기도 하는데 미리 연명 의료 결정법에 대해 설명을 하시고 서명을 받으면 참 좋은데 그걸 못 하고 내려오시다 보니 자녀 분들이 서명해야 하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들이 문제가 있고요. 특히 최근 자료를 보니까 외부에서, 서울이나 육지에서 치료를 받다가 말기 환자가 되어서 오는 경우 호스피스 병동에서 임종 과정이 매우 짧게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있어서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시다 돌아가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병철] 오늘에 이어서 제주대학교 허정식 교수님과 연명 의료 결정법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았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허정식]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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